동유럽 간 북한 전쟁고아 다큐…니스 영화제 진출
동유럽 간 북한 전쟁고아 다큐…니스 영화제 진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3.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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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감독 다큐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1만여 고아 동구권에 파견

 

6·25 전쟁 중에 북한이 10만명에 이르는 전쟁고아를 동유럽 국가에 보낸 사실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덕영 영화감독이 15년 동안 자료조사를 거쳐 만든 김일성의 아이들’(Kim Il Sung's Children)이란 영화다.

김감독의 이 영화는 오는 59일 프랑스 니스에서 개최되는 '2020년 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본선에 진출했다.

 

김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2004년 북한인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 한 루마니아 여성을 만난 일이었다. 이 여성은 1953년부터 북한 전쟁고아들의 위탁교육을 맡았는데, 당시 아이들을 인솔해 온 북한 교사와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은 1950년대 후반에 북한으로 돌아간 후 지금까지 소식이 없고,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수십년 간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이 여인은 중년의 나이가 돼 있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이 김 감독의 김일성의 아이들스토리를 보도했다.

김 감독은 이 여인을 만난 이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추적하면서,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폴란드, 불가리아, 체코, 헝가리 등 다른 동유럽 나라에도 북한 전쟁고아들이 이주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 감독은 영화 중에 냉전이 강화되던 시기에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은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유럽 각국에 전쟁고아들을 위한 학교와 기숙사의 설치를 명령했다, “본주의 종주국 미국과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쟁의 뒤처리까지도 앞서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부산영화제에 출품한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1951년 한국전쟁 고아 15백명이 폴란드로 보내진 이야기를 그렸다. 그런데 김 감독의 영화는 무대의 범위를 루마니아, 체코, 불가리아, 헝가리까지로 넓혔다. 김 감독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구권에 보내진 북한 고아는 루마니아 25백명, 폴란드 14백명, 체코 7백명, 헝가리 5백명, 불가리아 5백명등 5천명에 이르고, 1만명 정도까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 기간에 남한의 전쟁고아들이 해외입양이라는 방식을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했던 것처럼, 북한의 전쟁고아들은 동유럽 여러 나라에 현지 위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분산 수용되는 방식이다.

김덕영 감독은 취재 과정에서 동유럽에 생존해 있는 북한 전쟁고아들의 친구와 교사 등 11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또 각국의 기록보관소와 국립도서관 등을 통해 1백여 장의 사진과 북한 전쟁고아들이 북으로 돌아간 뒤 유럽으로 보낸 80여 통의 편지, 그리고 북한 전쟁고아들의 일상에 대한 기록필름 등을 발굴했다.

그는 동구권 5개국을 취재하면서 북한의 전쟁고아들이 김일성 유일사상과 주체사상을 교육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북한의 주체사상의 시작이 통상 알려져 있는 1960년대가 아니라 1950년대초부터 이미 준비되고 있던 것으로 보았다.

김덕영 감독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전쟁 고아들은 외국에 나가 도움을 받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교사들을 파견했고, 북한 교사들이 아이들의 사상을 치밀하게 교육시켰던 부분이 여러 가지 객관적인 자료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 교사와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동유럽 내 북한 전쟁고아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어려워했지만 차츰 안정을 찾게 됐다고 김덕영 감독은 말했다.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현지 생활에 대한 적응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1956년 북한의 전쟁고아 송환작전이 시작했다. 김 감독은 북한 전쟁고아들의 갑작스런 송환이 김일성 주석이 국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과 연관이 있던 것으로 해석했다. 19568월 김일성 주석의 부재를 틈타 북한 내부에서 반김일성주의 종파투쟁이 일어나면서, 유럽의 선진 문화와 교육을 받은 아이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같은해 10월 헝가리에서 일어난 자유화 혁명에 가담한 북한 고아들이 있다는 것도 김일성 주석의 권력 강화에 위협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 문명을 체득한 북한 전쟁고아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중 일부는 다시 동유럽으로 돌아가기 위해 탈북을 시도했지만 도중에 사망했다는 기록과 당시 전쟁고아들이 동유럽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도 남아 있다. 당시 북한 정권은 송환된 전쟁고아들을 대부분 탄광이나 공장에 배치하고 개별적으로 분산시켜 정치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김덕영 감독은 VOA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폐쇄적인 북한사회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접근과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자신의 블로그에 한국전쟁 이후 70, 남과 북의 진정한 통일을 향한 길은 북한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통일에 대한 낭만적 시선과 극단적 혐오를 넘어서는 올바른 통의 논의에 저희 영화가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625일 한국전쟁 70주년에 맞춰 국내에 개봉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포스터 /김덕영 감독 블로그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포스터 /김덕영 감독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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