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대북제재 긍정 역할…北 선박, 발 묶여
코로나가 대북제재 긍정 역할…北 선박, 발 묶여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3.2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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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보도…남포항에 백여척 이동 않고 정박, 밀무역도 중단한듯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대북한 경제제재의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북한선박 상당수가 해외 운항을 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 행정부도 막지 못한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VOA 보도에 따르면, 324일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플레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100여 척의 선박이 관측되었다. 북한 선박들은 평양의 외항인 남포항 인근과 서해바다 쪽에 머물고 있는데, 이동 시 관측되는 물살이 없는 점으로 볼 때,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바다에 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촬영된 다른 날짜의 위성사진에도 선박들이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이는 운항 중단이 수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지난해와 2017년과 20183월 당시 같은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다른 장면이 나온다. 당시 항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선박의 숫자가 올해와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적었다. 남포 항을 떠나 다른 나라 등으로 운항 중인 선박이 올해보다 더 많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이같은 현상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해석했다. RUSI2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해외에서 활동하던 북한 선박들이 모항인 남포로 되돌아와 운항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달 2일 남포 일대에서 발견된 선박이 50척이었지만, 같은 달 14일엔 109, 그리고 이달 9일엔 132척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운항이 휴지중인 선박들 가운데 북한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화물선과 유조선 등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선박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한 남포 일대에선 전례가 없는 현상이라는 게 RUSI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RUSI의 위성사진을 토대로 남포항 일대의 상황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불렀지만, 대북 제재에 있어선 코로나 바이러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효과적인 동맹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대 압박캠페인을 내세우면서도 막지 못한 북한의 제재 위반 행위를 코로나바이러스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평안북도의 북한선박(2010년) /해양전문가 이효웅 촬영사진 캡쳐
평안북도의 북한선박(2010년) /해양전문가 이효웅 촬영사진 캡쳐

 

북한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지난 1월말 국경을 전면 폐쇄했다. 최근 중국 해관총서가 공개한 북-중 간 1~2월 교역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북한의 수출은 72%, 수입은 23%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공식 무역이 아닌 비공식 밀무역도 감소하고 있는 정황이 이번 위성사진 자료 등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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