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공짜 아니다…“세출 줄여야”
긴급재난지원금, 공짜 아니다…“세출 줄여야”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3.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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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더 걷거나 채권 발행한다면 결국 국민의 몫…세출 줄여 마련해야

 

30일 열린 청와대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 결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 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기 때문에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지자, 기획재정부는 준비했던 수혜대상을 발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가구수에 따라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이상은 10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청와대와 정부 사람들은 생색을 내고 있다. 국민이 고통을 받았고 방역에 참여했으니 정부가 돈보따리를 풀어 국민들에게 보상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획재정부는 시뮬레이션을 돌려 긴급재난기금에 91천억 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민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원포인트 추경을 해 빠른 시일내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국민에게 선심을 쓰면서 예산을 늘려 그 돈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장사를 하지 못한 사람, 직장을 잃은 사람, 수입이 줄어든 사람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학계의 지지를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다른 선진국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땅히 줘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한다.

일단 대세가 그렇다면 재난지원금을 줄수도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워진 곳마다 돈을 쓴다고 공언해왔다.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50조원을 지원한다고 했다가 2차 회의에서는 그것을 두배로 늘려 100조원을 지원한다고 했다. 기업들에게 돈을 대줄 곳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보, 기보 등 국영은행들인데 대출과 보증 여력을 확대하려면 정부가 자본금을 확충해 주어야 한다. 나중에 대출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부실이 나면 그것도 정부가 메워야 한다. 여기서도 수십조원이 들어간다.

3차 회의에서 결정된 재난지원금에 국고 91천억원, 지방정부의 몫까지 합치면 10조원이 넘는다. 올들어 1차 추경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2차 추경을 하고, 3차 추경도 한다고 한다.

추경 돈은 어디서 나오나. 세금을 더 걷든지,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빚을 지든지 해야 한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조세저항이 커지게 된다. 부자들에게 더 걷어 가난한 사람에게 준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세금을 많이 물리면 돈은 속성상 다른 나라로 도망쳐 버린다. 프랑스가 죄파 집권시절에 부유세를 과세했다가 대량의 자본이 이웃나라로 이탈한 경험이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기업 이익이 줄어들고 상인들이 적자를 내는 마당에 과세여력은 더욱 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은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신용도가 좋기 때문에 채권 발행은 가능하다. 국채는 미래 세대를 담보로 발행된다. 그 채권을 상환하는 사람은 다음 세대다. 또 세계 주요국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GDP5~10%의 부양책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채권시장에 채권 발행량이 급팽창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채권 수익률이 올라가 금리가 상승압박을 받게 된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에 금리에 부담을 주는 조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으니, 가장 좋은 재원조달 방법은 정부가 이미 책정된 예산 가운데 불요불급한 비용을 절감해서 수십억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가 쓸 것 다쓰면서 추가로 세금을 걷거나 채권을 발행한다면 긴금재난지원금은 의미가 없어진다.

정부는 대통령에서 고위관료까지 봉급의 30%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반납은 지금은 받지 않지만 여건이 좋아지면 나중에 받겠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반납 봉급을 돌려주기 위해 2, 3차 추경을 하는 것을 아닐 것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도 들어야 한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지금 당장 인기에 영합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생각을 했는지 의심이 간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코로나 사태 해결에 정부는 말만 하고 일은 의료진과 국민이 다했다권력은 그분들이 만든 성과를 가로채고 열매만 따 먹을 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속하게 집행되도록 정부는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정부는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 받는 지원금이 언젠가 국민들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올해 정부 예산은 512조에 달한다. 전년 예산보다 무려 9.1%나 늘어난 것이다. 사상 최대폭이다. 이렇게 팽창예산을 통과하면서 제1야당을 무시하고 자투리 정당과 야합했다. 그러고도 1차 추경에 이어 2, 3차 추경도 한다고 한다. 이러다 올해 예산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 한해에 이렇게 예산을 늘리는 나라가 어디 있나.

공짜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돈은 결국 내가 내야 한다면 반길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결론을 말하면, 대통령이 말처럼 뼈를 깎는 세출구조정이 필요하다. 10조원 재난지원금의 전부는 아니지만 국민들이 납득할 정도까지 세출을 줄여야 한다. 재난지원금의 절반을 세출 구조조정에서 충당한다고 해도 전체 예산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제3차 비상경제회의 /청와대
제3차 비상경제회의 /청와대

 

비상경제회의 문재인 대통령 모두발언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겨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망자가 적지 않게 발생하여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치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희생되신 모든 분들과 유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방역에서 사망자를 줄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정신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원 등 고령과 기저질환, 약한 면역력 등으로 치명률이 특별히 높은 집단 취약시설에 대한 방역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랍니다.

우리가 방역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국민들께서 정부의 조치를 신뢰해 주시고, 굳건한 연대와 협력으로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비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남기는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을지, 그 상처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당장도 어렵지만 미래도 불확실합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타개해 가면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 경기를 반등시키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최선을 다할 것이며 앞장설 것입니다.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한마음이 되어 주신다면 코로나19는 물론 그로 인한 경제 위기까지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2차 비상경제회의 때 약속드렸듯이 정부는 저소득 계층과 일정 규모 이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해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의 납부 유예, 또는 감면을 결정했습니다. 당장 3월분부터 적용할 것이며 구체적 내용은 정부가 따로 발표할 것입니다. 저소득층 국민들께는 생계비의 부담을 덜고, 영세 사업장에는 경영과 고용 유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고,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생계 지원 대책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고용 안정과 함께 무급휴직자, 특수고용 및 프리랜서 노동자, 건설일용노동자 등의 생계 보호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 입은 소상공인들의 경영 회복과 사업정리 및 재기 지원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와 함께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어서 많은 회의와 토론을 거쳤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 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습니다.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끝을 알 수 없는 경제 충격에 대비하고, 고용 불안과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재정 여력을 최대한 비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속한 지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신속하게 2차 추경안을 제출하고, 총선 직후 4월 중으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재정 여력의 비축과 신속한 여야 합의를 위해 재원의 대부분을 뼈를 깎는 정부 예산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습니다. 국회의 협력을 당부 드립니다.

정부가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을 안으면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어려운 국민들의 생계를 지원하고 방역의 주체로서 일상 활동을 희생하며 위기 극복에 함께 나서 주신 것에 대해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소비 진작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해가며 신뢰와 협력으로 재난을 이겨가고 있는 국민들께 한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국민들께 힘과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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