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지정된 의성 고분군에 드러난 조문국 흔적

5~6세기 조성된 324기 대규모 고분 …신라에 병합된 후에도 독자세력 구축

 

문화재청이 경상북도 의성군에 있는 324기 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5호로 지정했다. 원래는 374기에 대해 사적 지정이 예고되었으나, 바깥쪽의 미발굴 고분 50기가 제외되었다.

이번에 사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는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학미리, 탑리리에 걸쳐 산재한 324기의 대규모 고분군이다. 이 고분군은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0년 의성 탑리리 고분군이 발굴된 이래 17차례의 조사와 9번의 학술조사가 진행되었다. 발굴 결과, 이 고분군에는 신라의 묘제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이 독자적으로 수용되었고, 경주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관(머리장식)과 귀걸이(이식, 耳飾), 허리띠장식(과대금구, 銙帶金句), 고리자루칼(환두대도, 環頭大刀)과 같은 착장형 위세품(威勢品)이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출토 유물의 수량과 위세품들을 근거로 고분의 형성 시점을 추정하면, 신라가 중앙집권국가가 형성되기 전 초기 국가 시기에 지방 정권의 국읍(國邑, 중심 읍락) 시기로 보이며, 무덤 주인들은 이 국읍의 지배계층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분군에서는 의성지역의 독특한 토기형식인 ‘의성양식 토기’가 출토되었는데, 이를 근거로 의성양식 토기들이 당시 꾸준히 생산되어 지속적으로 유통되었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고분군이 신라 수도인 경주지역과 경북 북부지역을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에 자리한 점에서 의성이 전략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지역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경북 의성은 조문국(召文國)의 땅이었다. 한자 ‘召’는 ‘소’라고도 읽고, ‘조’라고도 읽는다. 경북 의성군에서는 조문국으로 통일해 발음하고 있다. 의성에는 조문국 박물관을 세워 그 고장의 옛 나라를 추억하고 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벌휴 이사금 2년(서기 185) 2월, 파진찬 구도(仇道)와 일길찬 구수혜(仇須兮)를 좌우군주(左右軍主)로 삼아 召文國을 정벌했다”는

<삼국사기> 잡지 상주조에 “문소군(聞韶郡)은 원래 召文國을 경덕왕이 개칭한 것인데 지금의 의성부(義城府)다”라는 구절이 있다.

조문국(召文國)에 대한 유일한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짧은 글귀가 전부인데, 이를 통해 경상북도 의성에 있는 작은 나라로, 석씨 왕조 벌휴이사금 2년(185년)에 신라에 의해 정벌되었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의성은 영남 북부에 위치해 있어, 조문국은 신라가 영토를 확장하면서 병합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조사에서 이 고분군은 5~6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삼국사기>엔 조문국이 기 185년에 멸망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고분군은 멸망한 조문국의 후예들의 무덤이란 얘기다. 신라가 지방을 완전히 통제할 때까지 조문국은 신라에 조공을 바치며 독자세력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고분군 가운데 경덕왕릉이 있다. 이 경덕왕(景德王)은 신라 35대 임금(재위, 742∼765)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조문국의 마지막왕을 의미한다. 신라 경덕왕의 무덤은 경주에 있다. 의성의 경덕왕릉은 능의 둘레 74m, 높이는 8m이고, 능의 앞면에 있는 비석은 가로 42cm, 세로 22cm, 높이 160cm다.

의성을 중심으로 안동, 예천, 상주 등지에서 금광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옛 조문국은 찬란한 신라 황금문화의 원산지로서, 신라 김씨세력의 경제적 기반을 제공한 지역으로 파악된다.

지금은 매년 봄철에 향사(제향)를 지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