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채권 논란…위기 해결이냐, 도덕성이냐
무기명채권 논란…위기 해결이냐, 도덕성이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4.02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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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회피, 비자금 도피처라는 비판 불구, 재정적자 줄이는 현실적 대안

 

무기명채권 발행 방안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경제가 어려울 때 시중의 유동성을 끌어들여 재원으로 사용할수 있다는 긍정론과 부정한 자금의 도피처가 될 수 있다는 부정론이 맞서 있다. 긍정론자들은 정부의 재정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을 제기하는 반면에 부정론자들은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안이라며 도덕론을 펼치고 있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의 최운열 의원이 정부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위한 무기명 채권 발행을 검토하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금융안정태스크포스팀 단장을 맡고 있다. 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시중에 떠도는 1,100조원 정도의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가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게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무기명채권은 한마디로 돈의 출처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채권을 말한다. 1998IMF 위기 때 김대정 정부가 5조원 규모를 발행했는데, 38,744억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당시 금융시장에는 독재 정권의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무기명 채권은 이자가 거의 없는 대신 세금 없이 상속·증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상속세를 피하려는 기업인이나, 부당하게 돈을 번 사람이 돈 세탁 용도로 활용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수요를 활용해서 재원을 마련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고,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수십조원의 저리 대출 자금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재원 대책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세출규모를 구조조정하고, 국채를 발행해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언급하지만 그마저 녹록치 않다. 따라서 시중에 굴러다니는 돈을 흡수해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근 코로나 경제상황이 22년전 IMF 때만큼 어렵다고 판단하면 무기명 채권 발행을 추진해 봄직히다.

하지만 가정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정치권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무기명채권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정의당 조성실 선대위 대변인도 :무기명 채권을 발행하면, 상속세와 증여세가 감소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가재정에 더 큰 손실이 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열린민주당의 주진형 비례대표 후보는 정상적인 국채 발행에 무슨 장애가 있다고 그런 소리가 나오느냐며 황당하다고 했다.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제2위성정당으로 간주되며, 주진형씨는 한화투자증권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보수 진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무기명 채권은 상속세 회피나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돼 금지해 왔다""민주당의 무기명 채권 발행은 대놓고 세금포탈 하고 비자금 조성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민들 피눈물 나게 한 대규모 금융사기를 다 돈세탁할 수 있게 된다"면서 "무기명 채권이란 한마디로 돈에 꼬리표가 없는 것이다. 누구 돈인지 알 수 없게 돈세탁이 가능하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옳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무기명채권을 발행해선 안된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코로나 대응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9% 이상 늘려 5123천억원으로 짠데 이어 1차 추경 117천억원을 하고도 모자라 2차 추경을 하자고 서두른다.

정부는 올해 70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코로나 대응 비용이 불어나면 국채발행이 더 늘어난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설에서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마지노선이라는 40%를 넘어 41.2%로 예상되지만 이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는 국가신용등급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나아가 자본 유출, 원화가치 급락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이 비상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검은돈, 흰돈 따질 때가 아니다. 선거가 임박해 있으니, 정치인들은 도덕성을 외친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사람은 투표를 하는 국민들이다.

무기명 채권이 문제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해야 할 당사자라면 현실적인 방법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사진: MBC뉴스 캡쳐
사진: MBC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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