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원릉 한식 예초, 올해는 시민 참여 없이 약식거행
건원릉 한식 예초, 올해는 시민 참여 없이 약식거행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4.0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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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한식에 거행…2010년부터 거행, 올해는 코로나 예방 위해 의식 최소화

 

조선왕실은 매년 한식(寒食)에 태조 이성계의 무덤 건원릉(健元陵) 봉분의 억새를 자르는 의식을 거행했다. 억새는 한자로 청완(靑薍)이라고 하는데, 건원릉의 억새를 자르는 행사를 청완예초의(靑薍刈草儀)’라고 한다.

문화재청은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듬해인 2010년부터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청완 예초의를 거행하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한식인 오는 5일에 구리 동구릉 내 태조 건원릉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靑薍)를 자르는 청완 예초의를 진행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일반시민 참여 없이 약식(略式)으로 거행할 할 예정이다.

청완 예초의는 봉분의 억새를 베는 예초의(刈草儀)’,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 중대한 일의 이전이나 이후에, 일에 대한 사유를 고하는 제사)’, 고유제가 끝난 다음 제향음식을 나누어 먹는 음복례’(飮福禮) 순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반 시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의식을 최소화하여 자체적으로 억새를 베는 예초의만 진행할 예정이다.

 

태조 건원릉 청완예초의 현장 /문화재청
태조 건원릉 청완예초의 현장 /문화재청

 

조선조 왕릉에는 대개 잔디가 덮여 있다. 하지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의 무덤 건원릉(健元陵)에는 억새가 심어져 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이성계는 자신이 죽으면 둘째부인 신덕왕후가 묻혀 있는 정릉에 합장하기를 원했다. 아들인 태종 이방원(李芳遠)은 신덕왕후를 무척 미워했다. 이성계는 자신이 죽으면 태종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고향인 함경도 함흥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하지만 태종은 왕조를 일군 태조를 멀리 함흥에 묻을 경우 제시를 지내기 어려운 문제가 있고, 아버지의 유언을 거스를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다. 이때 신하들이 타협점을 궁리해 냈다. 함흥에서 흙과 억새를 가져다 봉분을 덮는다는 것이었다.

 

건원릉의 억새 /문화재청
건원릉의 억새 /문화재청

 

건원릉의 억새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인조 7(1629) 319일 기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홍서봉(洪瑞鳳)이 아뢰기를,

"건원릉(健元陵) 사초(莎草)를 다시 고친 때가 없었는데, 지금 본릉에서 아뢰어 온 것을 보면 능 앞에 잡목들이 뿌리를 박아 점점 능 가까이까지 뻗어 난다고 합니다. 원래 태조의 유교(遺敎)에 따라 북도(北道)의 청완(靑薍)을 사초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사초가 매우 무성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무 뿌리가 그렇다는 말을 듣고 어제 대신들과 논의해 보았는데, 모두들 나무 뿌리는 뽑아버리지 않으면 안 되고, 사초가 만약 부족하면 다른 사초를 쓰더라도 무방하다고들 하였습니다." 하니,

()이 이르기를,

"한식(寒食)에 쑥뿌리 등을 제거할 때 나무 뿌리까지 뽑아버리지 않고 나무가 큰 뒤에야 능 전체를 고치려고 하다니 그는 매우 잘못된 일이다. 지금이라도 흙을 파서 뿌리를 잘라버리고 그 흙으로 다시 메우면 그 뿌리는 자연히 죽을 것이다. 예로부터 그 능의 사초를 손대지 않았던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였던 것이니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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