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선거?…여당도 야당도 재난지원금 선심
고무신 선거?…여당도 야당도 재난지원금 선심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4.06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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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모든 국민에게 지급”, 황교안 “1인당 50만원씩 주자”…결국 국민부담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경쟁적으로 공짜선심 공세를 벌이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간단히 계산해서 대한민국 인구 5천만으로 치면 25조원이 든다. 정부가 국민 70%의 가정에 지급하기로 한 재난지원금 총액 91천억원의 2.7배나 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을 공격하던 미래한국당이 오히려 손 크게 포퓰리즘성 지원금을 주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6지역과 소득 관계없이 대한민국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을 국가가 마지막까지 보호한다는 모습을 한번쯤 보여주겠다며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 추진을 언급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피해가 지속, 심화됨에 따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이 당의 강훈식 선대위 대변인도 논평에서 단 한명의 국민도 예외 없이 모두 지급하는 것이 그 취지를 더 살릴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도 제안했지 않느냐고 했다. 선심 경쟁은 누거 먼저 제의하고, 누가 더 많이 주느냐로 번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쳐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쳐

 

재난지원금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도 반대하지 못하는 이슈다. 그동안 포퓰리즘을 경고하던 미래통합당도 이 이슈에서 예외일수 없다. 공짜 돈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이 없다. 야당이라고 그걸 반대할수 없다. 특히나 미래한국당의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에 코로나 피해가 가장 심해 국가의 도움이 어느 지역보다 절실한데, 표 떨어지는 소리를 할수 없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왕에 찬성할 바에 더 크게 쏘기로 한 것이다. 모든 국민에 다 주고, 정부안보다 더 많이 주자는 것이다. 어차피 그 돈은 황교안 대표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것도 아니고, 자유한국당 당비에서 나가는 것도 아니다. 내 돈이 아닌데, 선심이나 쓰자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캡쳐
미래통합당 홈페이지 캡쳐

 

집권여당은 야당 대표에게 한수 뒤진게 후회나 하듯, ‘옳소하고 전국민 지급을 약속했다. 사실 정부의 국민 70% 지급안은 사실 불만이 터져 나오게 하는 방안이다. 누군 주고, 누군 주지 않느냐는 게 사람들 사이에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내는 사안이다. 계층적 차등을 주어 부자에게 주지 않겠다는 좌파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선거를 앞두고 표를 잃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국민 30% 가운데도 민주당 지지자들이 있다. 게다가 소득 또는 자산 순위 60~80% 선상에 있는 사람들은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받을수도 있고 받지 못할수도 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은 1주일 앞둔 선거에 여당에게 불만을 터트릴 것이다. 선거에서 1%의 표차는 당락을 좌우한다. 이런 불만을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전국민에게 돈을 주는 방안이다.

정의당은 이미 전국민에게 주자고 했다. 이제 반대하는 당이 없다. 여당은 야당에 이끌려 전국민 지급을 선택하기보다 빨리 응수하는 게 옳다고 본 것이다.

여당안대로 해도 재난지원금은 2~3조원 더 들어간다. 추경을 더 늘리면 된다. 어차피 그 돈이 내 돈이 아니질 않은가.

 

오래된 얘기지만, 한때 학교 무상급식을 가난한 학생과 부잣집 학생을 분리해 주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 방안은 실패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자식들을 차별하게 되고등등, 무지무지 복잡한 논리를 만들어 내며 선별적 무상급식 방안은 무산되었다.

작금의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은 선거를 앞두고 이미 무산된 거나 다름 없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주자는 정치인들의 부채질과 공짜 좋아하는 국민들의 바람에 의해 이미 경계는 무너졌다. 나라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도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약속을 버텨내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 그 돈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이다. 세금을 늘리거나, 미래 세대의 부채, 또는 인플레이션으로 전가된다.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선심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진실은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지금의 재난지원금 선심성 경쟁이 과거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와 다른게 무엇인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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