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들인 신라 마갑 연구…기마민족 원형 복원
10년 공들인 신라 마갑 연구…기마민족 원형 복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4.0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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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쪽샘 C10호 말 갑옷, 발굴에서 수습, 연구까지…재현품 상반기 전시

 

2009년에 경주 황오동 일대 쪽샘 C10호 목곽묘를 발굴 조사하던 중에 말 갑옷(馬甲)이 온전한 형태로 발굴되었다. 고대인들은 전투에서 말에도 갑옷을 씌워 칼이나 창, 화살로부터 보호했다. 아마도 이 마갑은 주인이 죽으면서 말을 순장하는 과정에서 함께 뭍힌 것으로 보인다.

당시 발굴된 말 갑옷은 목곽 바닥에 서쪽에서 동쪽방향으로 목·가슴부분, 몸통부분(130cm×100cm), 엉덩이 부분 순의 완전한 형태로 정연하게 깔려 있었다. 재갈, 안장, 등자(鐙子, 발걸이) 등 관련 유물도 함께 수습되었다.

신라시대 말 갑옷과 마구류 일체가 온전하게 출토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고고학계에서는 신라의 기마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자료라며 이 마갑에 관심을 집중했다.

 

문제는 1천년 이상 흙더미에 굳어져 있는 마갑과 마구를 어떻게 분리하는지 여부였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마갑 발견에서 수습, 재현, 연구까지 10년의 과정을 상세하게 정리해 보고서를 냈다.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유물 수습과 보존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갑의 조각은 740개이며, 무게는 36kg에 달했다.

 

경주 쪽샘 C10호 마갑 노출 모습 /문화재청
경주 쪽샘 C10호 마갑 노출 모습 /문화재청

 

가건물 설치

발굴조사 당시 이례적으로 고고학 조사를 병행했다. 말 값옷과 마구류의 조각은 740매에 이르렀다.

말 갑옷 유물을 보호를 위해 온습도 유지와 내부오염 방지를 위한 임시 가건물을 설치했다. 가건물에는 냉난방 등 공조시설을 마련해 최대한 일정 온도가 유지되도록 노력했다.

 

말 갑옷 유기물 디지털현미경 촬영 조사 현장 /문화재청
말 갑옷 유기물 디지털현미경 촬영 조사 현장 /문화재청

 

통째로 이동

말 갑옷과 마구로가 엉켜 있는 흙더미를 통째로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이동시켰다. 무게는 28톤으로 주변의 토양이 섞여 있었다.

 

말 갑옷 표면 이물질 제거작업 모습 /문화재청
말 갑옷 표면 이물질 제거작업 모습 /문화재청

 

수습실험

주위 토양에 10~30cm의 냇돌이 포함되어 있었다. 냇돌은 냇물 바닥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물살에 다듬어진 돌인데, 말 값옷의 온전한 수습을 위해 주변에 비슷한 토양의 성분을 가져와 사전에 모의 수습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말 갑옷에서 흙을 손상 없이 완벽하게 떼어낼 수 있었다.

 

경주 쪽샘 C10호 출토 마주(馬冑: 말머리 가리개) /문화재청
경주 쪽샘 C10호 출토 마주(馬冑: 말머리 가리개) /문화재청

 

보존 및 연구

발굴조사가 완료된 이후,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약 10년에 걸쳐 말 갑옷에 대한 수습보존연구를 진행했다. 말 갑옷의 고고학적 출토 상황과 그 조사결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도면과 사진, X-ray(엑스레이) 촬영 결과도 함께 수록하였고, 각 부위에 대한 내용도 고고학 관점에서 상세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약 18개월이 소요된 말 갑옷 수습의 현장 분위기와 이송과정, 보존처리 과정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보존과학 연구를 토대로 말 갑옷 표면에 붙어있는 견마 등 직물의 종류를 파악했다. 또 목질 흔적을 토대로 목곽에 사용된 목재가 소나무일 가능성도 확인했다.

말 갑옷과 더불어 말 투구, 말갖춤 일체의 복원에 대한 내용도 함께 담았다. 말 값온 연결방법과 착장방식에 대해 분석하고, 함께 출토된 재갈, 안장, 등자 등 말 갖춤 일체를 종합해 검토했다.

 

경주 쪽샘 C10호 출토 마갑(보존처리 후) /문화재청
경주 쪽샘 C10호 출토 마갑(보존처리 후) /문화재청

 

재현품 제작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종합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재현품도 제작했다.

사전 작업으로 말 갑옷 조각들과 같은 크기의 플라스틱 복제품을 먼저, 제작했고, 갑옷 크기에 맞는 제주 한라마를 정해 복제품을 실제로 말에 입혀본 후 그 활동성을 분석하는 작업도 거쳤다.

실제 재현품의 정밀한 착장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존하는 제주 조랑말의 계측 자료와 월성 해자 유적에서 출토된 말뼈도 함께 분석했다. 복원된 말 크기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말 모형도 갑옷 재현품 착장에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와 말 갑옷 재현품으로 올 상반기에 전시를 개최해 학계와 관련 연구자, 일반인들이 고대의 신라 기마문화를 직접 관람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경주 쪽샘 C10호 말 갑옷 재현품 /문화재청
경주 쪽샘 C10호 말 갑옷 재현품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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