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EU, 또다시 분열위기…지원금 합의 실패
코로나로 EU, 또다시 분열위기…지원금 합의 실패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4.08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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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방법론에 북부와 남부 회원국 견해차…스페인 총리 “EU 해체” 경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럽연합(EU)을 분열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각국은 이미 방역을 위해 국경을 폐쇄해 국가간 자유로운 이동을 약속한 셍겐 조약(Schengen agreement)이 잠정적으로 유예한데 이어 이번엔 코로나 확산으로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금 마련에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일 코로나19 대책회의 직후에 "EU가 역사적으로 가장 큰 시험에 들었다"면서 유럽을 방어하고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공헌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7일 저녁부터 8일 새벽까지 무려 16시간에 걸친 원격화상 마라톤회의에서 EU 회원국들은 구제금융 지원규모 합의에 실패했다. 회의가 끝난후 스페인의 페두로 산체스 총리는 “EU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경제블록은 해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회의는 1주일전에도 열렸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유럽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다. 이탈리아는 코로나로 지금까지 17천명의 사망자를 냈고, 스페인에선 14천명이 사망했다. 두 나라는 과거 유럽 부채위기 때 PIGS에 해당한 나라였는데, 이번에도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부 국가들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등 코로나 타격이 심한 나라들은 회원국들이 갹출해서 공동채권을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비해 타격이 덜한 나라들은 자국의 국고에서 지원금이 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타깃이 회원국중 가장 부유한 독일이다.

 

인구밀도에 따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비율 (4월 6일 현재) /위키피디아
인구밀도에 따른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비율 (4월 6일 현재) /위키피디아

 

전문가들은 19개국의 유로존 공동체의 올해 성장률이 -13%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9년 위기 때의 -4.5% 역성장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회원국들은 유럽안정화기금(ESM: European Stability Mechanism)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4,100억 유로(4,420억 달러)를 조성하는데 대체적인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유럽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남부 국가들은 그것으로 모자라 1,000억 유로(1,090억 달러)의 코로나본드를 발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북부의 부유한 국가들이 반대하고 있다. 반대 국가는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이다.

미국은 22,000억 달러의 경제활성화 기금을 행정부와 의회가 전격적으로 합의해 절차를 마치고 집행에 들어갔는데, 유럽국가들은 미국의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액수에도 합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에서 발생했지만, 회복은 미국이 먼저 하고 유럽이 뒤늦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은 행정부와 Fed가 신속하게 자금을 풀어 경기 부양조치를 시행했는데 비해 EU는 경기부양책을 만드는데 시간이 걸렸고 집행도 더뎠다.

 

남부 국가들은 전체 회원국이 담보해서 과거 유로본드처럼 코로나본드를 발행하자고 주장하지만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는 공동발행에 반대햇다. 한마디로 북부국가들이 남부국가들의 코로나 채권을 갚아줄수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EMS의 구제금융은 지지하면서 나머지 소요액은 유럽중앙은행(ECB)가 각국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U공동 채권이 아니라, 국가별 채권을 발행하라는 얘기다.

이탈리아의 경우 공공부채가 23,000억 유로로, GDP 대비 133%에 이르러, 그리스 다음으로 부채비율이 높다. 이탈리아는 자국의 부채 발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잘사는 나라들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인과 시장드은 이번주에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지에 지면을 빌려 독일이 과거 2차대전 직후에 채무를 탕감받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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