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진달래능선엔 4·19의 붉은 꽃이 만발했네
올해도 진달래능선엔 4·19의 붉은 꽃이 만발했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4.1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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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내려오면 4·19국립묘지…붉은 꽃처럼 민주주의 지키던 영령들

 

북한산 진달래능선은 대동문에서 우이동으로 내려오는 산줄기다. 해마다 4월이면 능선은 온통 붉은 빛으로 변한다. 진달래가 만발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북한산을 올랐다. 진달래능선의 진달래는 정상까지 만발했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탓인지 등산객이 예전보다 줄은 것 같다.

 

진달래는 4·19를 연상한다. 시인 이영도는 진달래꽃-다시 4·19 날에라는 가슴 뭉클한 시를 썼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날 스러져간 /젊은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러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사진=박차영
사진=박차영

 

진달래 능선을 내려오면 4·19국립묘지가 있다. 1980년대 이 곳을 참배하는 것도 눈치를 보았다. 닭장차가 주변에 배치되어 있었고, 몇 명이 모여 노래라도 부르면 전경들이 다가왔다. 군사독재 시절에 4·19를 추모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되는 시절이 있었다.

 

4·19 혁명은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일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일어난 민주혁명이다. 이승만이 4선 출마를 강행하고 그해 315일 선거가 치러졌다. 야당인 민주당이 방관한 상태에서 투표가 치러졌고, 민주당은 그날 오후 선거의 이름 아래 이루어진 국민주권에 대한 강도행위라고 규정한 뒤 선거무효선언을 했다.

개표가 시작되자 이승만과 이기붕의 득표가 95%∼99까지 조작되어 나온 지역이 속출했다. 최종 집계는 이승만은 88.7, 이기붕은 79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적 저항은 그날 저녁 마산에서의 부정선거규탄 시위로부터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결국은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4·19혁명 이후 부정선거관련자들은 재판에 회부되었다. 재판은 5·16군사정변 이후 군사정권으로 이관되었다. 재판에서 당시 내무부장관이었던 최인규는 발포 명령을 내린 책임자로 사형에 처해졌고, 다른 관련자들도 실형을 받았으나 그 뒤 감형·특사 등으로 거의 풀려났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날에도 북한산의 진달래는 눈이 부시도록 붉었다. 60년전 이맘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선거는 공정해야 한다. 여당이 이기든, 야당이 이기든 그것은 국민의 선택이어야 한다. 진달래능선의 붉은 꽃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주권의식도 불타오를 것이다.

 

사진=박차영
사진=박차영
사진=박차영
사진=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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