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승전의 일등공신 지목받는 리버티 선
2차대전 승전의 일등공신 지목받는 리버티 선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4.1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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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량생산의 산물…독일 유보트 공격 불구, 대서양 생명선 연결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독일의 잠수함 U보트(U-boat)가 세계 바다의 제해권을 쥐었다. 독일 나치는 베르사이유 조약을 어기고 잠수함 건조에 나서 연합군 수송전단을 격침했다.

독일의 U보트는 주로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호송 선단 공격에 투입되었다. 미국의 대서양 호송 선단은 U보트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당시 독일 해군의 U보트 함대는 '해저의 암살자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연합군은 U보트의 어뢰를 피하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독일 U보트의 공격에 침몰하는 미국 상선 /위키피디아
독일 U보트의 공격에 침몰하는 미국 상선 /위키피디아

 

전쟁 초반에 영국은 패전을 거듭했다. 미국에서 오는 군수물자가 U보트에 위협받으면서 극심한 물자난에 시달렸다. 전쟁 발발 이듬해인 194112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지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미국도 더 이상 유보트의 공격에 자국 상선대가 침몰되는 상황을 방관할수 없었다.

루즈벨트는 처칠에게 미국과 영국 사이의 대서양에 배다리를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배가 바로 리버티 선(Liberty ship)이다. ‘자유의 선박이란 이 배는 독일 침략군을 무찔러 유럽을 해방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리버티 선 /위키피디아
리버티 선 /위키피디아

 

루스벨트의 발상은 엉뚱하고 미련했다. U유보트가 파괴하는 화물선보다 더 많은 화물선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즉 대량생산을 통해 쓰고 버릴 수 있는 전시 표준선을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리버티 선의 아이디어는 엉뚱하게도 독일 이민자의 후손인 핸리 카이저’(Henry J. Kaiser)가 창안했다. 리버티 선은 2차 대전 기간에 카이저의 4개 조선소를 포함해 미국 6개 조선사에서 2,710척이나 만들어졌다. 1920톤의 화물을 실고 시속 11노트로 17,000해리를 갈 수 있는 이 배는 1척당 200만 달러를 들여 만들었다.

배 한 척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일이었고 건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8시간 반 만에 한 척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리버티 선박을 과자처럼 찍어 낸다고 보도했다.

리버티 선은 자동차 대량생산 방식인 포드 방식(Fordism)을 응용했다. 총책임자인 카이저는 설계를 변경해 곡선 부위를 최대한 직선화함으로써 철판 가공 효율을 높였고, 규격화된 부품 공급을 기반으로 미리 블록 별로 모듈을 제작한 후 기존의 리벳 대신 용접으로 연결시켜 작업 시간과 경비를 대폭 절감했다.

게다가 비숙련공을 투입하고도 빠르게 제작할 수 있었다. 전시 체제로 바뀌면서 남성 조선 기술자들이 징집되자 여성들이 공백을 담당했는데, 리버티선이 대량 생산되었던 1942~1944년에는 노동자의 30퍼센트 가량이 여성이었다. 그중 20퍼센트 정도는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리버티 선은 미국식 대량생산 체제가 만든 신화였다.

 

리버티 선 제작 공정 (왼쪽: 2일째, 중간: 10일째, 오른쪽 24일째) /위키피디아
리버티 선 제작 공정 (왼쪽: 2일째, 중간: 10일째, 오른쪽 24일째) /위키피디아

 

리버티 선이 대량으로 투입되면서 연합국의 물류 생명선이 연결되었다. 독일 U보트가 기를 쓰면서 미국 상선대를 공격하고 침몰시켰지만 미국은 또 배를 찍어 냈다. 게다가 미 해군이 전세계 바다를 휘젖고 다니면서 U보트를 하나씩 격침시켰다. 2차 대전 기간에 유보트는 753척이나 침몰되었다.

격침된 상선보다 더 많은 배를 만들어 내면서 대서양의 물자 공급은 이어졌고, 전세는 바뀌기 시작했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게 된 이유는 많지만 그중 하나가 후방에서 생산된 물자를 전쟁터까지 운반한 리버티가 일등공신이었다.

만일 미국의 조선소들이 대량의 선박건조를 소화하지 못했다면 2차 세계대전의 승전고는 독일의 몫으로 돌아 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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