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도전] 고갈되는 미국 오갈랄라 대수층
[물의 도전] 고갈되는 미국 오갈랄라 대수층
  • 아틀라스
  • 승인 2019.04.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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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되는 지하수보다 더 많은 물을 빼올려 농사를 짓다가 고갈 위기

 

헐리웃 서부영화에 자주 나오는 미국의 광막한 사막지대를 '하이 플레인스'(High Plains)라고 부른다. 지리학 용어로 고원지대 또는 대평원(great plains)이라고 한다. 사우스 다코타, 콜로라도, 캔자스, 뉴멕시코, 와이오밍, 텍사스 등 로키산맥 일대를 일컫는다. 매우 건조한 지역이다.

하지만 미국 국토는 매우 복받은 땅이다. 이 건조한 대지 아래에 거대한 호수가 가라앉아 있다. 이름하여 오갈랄라 대수층(Ogallala Aquifer)이다. 대수층의 넓이는 45, 남북한 합친 면적의 두배가 넘는다.

 

오갈랄라 대수층 분포 /위키피디아
오갈랄라 대수층 분포 /위키피디아

 

이 광대한 지역의 땅 속에는 벌집 모양으로 지하수층이 형성되어 있다. 미국 오대호중 하나인 휴런(Huron)호에 저장된 물의 양만큼이 이 대수층에 갇혀 있다. 이는 미국 서부를 적시는 콜로라도강이 235년 흘려보내는 양에 해당한다. 전체 수량의 3분의2가 네브라스카 주에 묻혀 있고, 텍사스와 캔서스에 10% 정도 퍼져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세계 지하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한방울씩 모여 형성된 이 거대한 지하 저수지를 미국이 가만 둘리 없다. 가뜩이나 건조한 지대에 이 물을 끌어다 개간하고, 농사를 지었다.

오갈랄라 대수층에 저장된 물을 이용한 것은 2차 대전이 끝난 1940년대 후반부터였다. 먼지만 풀풀 나던 대지가 촉촉한 농지로 변했다. 아무도 이주해 농사지으려 하지 않던 황무지가 옥토가 되었고, 1970년대까지 미국 관개농수의 5분의1이 이 지하수층에서 나왔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밀 생산량의 4분의3이 하이 플레인스에서 생산되었다. 미국에서 사육되는 소의 40%가 이 지하수 물을 마셨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던 이 지하수층이 성능이 우수한 펌프에 의해 빨려 나왔다. 1950년에서 1980년까지 오갈랄라 대수층에서 빨려 나온 물은 연간 4배로 늘어났고, 이 기간에 이 지하수를 이용한 관개용지는 7배나 늘어났다.

 

오갈랄라 지하수를 끌어들여 짓는 캔자스주의 농지(1,443㎢) /위키피디아
오갈랄라 지하수를 끌어들여 짓는 캔자스주의 농지(1,443㎢) /위키피디아

 

그러나 지하에 갇혀 있는 물의 양은 한계가 있었다. 지하수층은 수억년 동안에 고인 물이었다. 따라서 물을 다 쓰고나면 지하수층은 가스가 다 빠져나간 빈 가스통과 같아진다. 엄청난 지하수가 지상으로 빨려 올라왔다. 소고기 1톤을 생산하기 위해 지하수 100톤이 필요했다. 이 지하 호수에 물이 다시 차려면 또다시 수억년을 기다려야 한다. 1년에 지하수층에 채워지는 물은 1.2cm에 불과하다. 1회용 저수지나 다름 없다.

농민들은 지하수층이 차오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물을 고갈시켰다. 텍사스에서 가장 많은 지하수 소비가 진행되었다. 1970년대에 캔자스 지방에는 앞으로 300년간 쓸수 있는 물이 있을 것으로 믿었지만, 1980년대엔 7년후에는 물이 고갈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1993년에는 이미 사용가능한 지하수의 절반을 써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드디어 미국 정부는 지하수의 배분에 신경쓰게 되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지하수 사용 억제정책을 시행하면서 고갈 속도를 늦추려 애썼다.

전문가들은 텍사스와 캔자스의 지하수는 2020년 또는 2030년 사이에 고갈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갈랄라 대수층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밸리, 텍사스의 엘파소, 휴스턴 등지의 지하수 수면이 급속히 낮아졌다. 그 결과로 지반이 침하하고, 식수와 농업용수가 연분으로 오염되었다. 캘리포니아 센트럴 밸리의 지하수면은 121m나 낮아졌다. 지하수 고갈로 인해 지표면이 15m나 꺼진 곳도 생겼다.

지하수가 말라버리면 과거대로 가면 된다. 하지만 그동안 그 물로 생산한 농산물과 축산물의 산출이 줄어든다. 세계 최대곡창지대인 미국 농업이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인류에 큰 과제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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