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에 원조 주겠다는 미국, 의심하는 덴마크
그린란드에 원조 주겠다는 미국, 의심하는 덴마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4.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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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는 환영, 덴마크 야당은 비판…트럼프의 그린란드 매입 구상과 연관 의심

 

미국 정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재정원조를 주겠다고 하자 덴마크에서 찬반 양론이 일고 있다. 주는데 고맙게 받자는 견해도 있는 반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한 제의의 연장선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제공하기로 한 원조금액은 1,210만 달러다. 한국돈으로 150억원쯤 된다. 그린란드가 매년 덴마크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7,400만 달러인데, 그 금액의 16%쯤 되는 액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그린란드는 세입의 3분의2를 덴마크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의 원조가 반가웠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미국의 원조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는 216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10배나 넓지만 인구는 56천명에 불과하다.

 

그린란드의 위치 /위키피디아
그린란드의 위치 /위키피디아

 

덴마크의 외교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그린란드 원조계획을 찬성했다. 예베 코포드(Jeppe Kofod) 외무장관은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가 미국과 상호 우호적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미국의 원조를 받을지 여부는 그린란드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주의인민당의 카르스텐 홍 대변인은 미국의 원조는 지극히 분란을 일으키는 것이라며, “모피 코트에 이를 집어넣으려는 시도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보수정당의 의원들도 덴마크-그린란드 관계를 저하해려는 시도라고 코멘트를 내놓았다. 극우정당인 덴마크인민당의 소렌 에스페르센은 미국의 원조는 모욕적이라면서 "재정 원조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에 주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린란드의 주거지 /위키피디아
그린란드의 주거지 /위키피디아

 

덴마크에서 미국의 원조를 고깝게 보는 이유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 제의한 사실을 연관지어 그 저의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덴마크령 그린랜드를 사겠다는 의욕을 강하게 보이면서 그곳에 트럼프 호텔을 건설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총리가 그린란드는 팔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고 잘라 거절했다. 트럼프는 그의 말을 듣고 덴마크와의 정상회담 일정을 연기하는 등 양국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트럼프는 프레데릭센 총리와 통화한 후 "멋진 여성"이라고 치켜세우며 양국의 갈등은 가라앉았다.

 

그린란드의 이누트인 /위키피디아
그린란드의 이누트인 /위키피디아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방에 위치해 아메리카 대륙에 속해 있지만, 오랫동안 유럽인의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왔다. 원주민인 이누이트인이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덴마크인이 12%에 불과하다.

그린란드는 1262년 바이킹족에 의해 발견되어 노르웨이의 지배하다가 1721년 노르웨이 왕국과 덴마크 왕국이 합병되면서 통합왕국의 식민지로 전환되었다. 두 왕국이 분리된후 1814년 킬 조약(Treaty of Kiel)에 의해 덴마크에 귀속되었다. 수도는 누크(Nuuk).

덴마크는 스코틀랜드 북쪽에 있는 페로제도(Faroe Islands)도 영유하고 있는데, 그 섬도 자치정부를 두고 있다.

덴마크는 한때 그린란드를 덴마크화하려다 실패했다. 1953년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직할주로 승격시켜, 그린란드 주민들에게 덴마크의 시민권을 주었다. 동시에 그린란드 주민들의 자녀들을 덴마크에 의무적으로 공부하게 하고, 공식문서를 덴마크어를 사용하게 해 덴마크 문화를 이입시키려 시도했다.

그러나 그린란드 주민들의 주인 의식이 강화되면서 강력한 자치권을 요구했고, 197951일부로 자치권을 획득했다. 국가원수는 덴마크 국왕으로 하고, 외교권과 국방도 덴마크가 맡고 있다.

 

2차 대전 때 덴마크가 독일에 점령되자, 미국은 1941년 그린란드를 점령해 통치했다. 독일이 패망한후 1945년에 미국은 그린란드를 덴마크에 돌려주었다.

그후 1946년에 미국은 정식으로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구입하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후 미국은 그린란드에 공군기지 건설을 제안해 툴레공군기지(Thule Air Base)가 건설되었다.

동서 냉전이 격화되었을 때 미국은 툴레 기지에 중거리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 했다. 러시아를 북극권에서 포위하는 전략이었다. 이 사실은 덴마크 정부도 모르게 추진되었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포기되었다. 1968년 툴레 기지에서 B-52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덴마크 정부는 이 전폭기에 핵시설이 탑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어 미국에 항의하기도 했다.

 

그린란드의 툴레 미국공군기지 /위키피디아
그린란드의 툴레 미국공군기지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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