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독립을 선언한 미국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승리해 1783년 파리조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승인을 받는다. 독립후 미국의 첫 전쟁은 북아프리카의 해적집단과 치른 전쟁이었다. 흔히들 1812~1814년의 영미전쟁을 미국의 첫 전쟁으로 꼽지만, 그에 앞서 북아프리카 해적집단과 바르바리 전쟁(Barbary War)을 치렀다.

 

18세기 북아프리카 해안의 이슬람 해적들은 오스만투르크를 종주국으로 인정하며 알제(Algiers), 트리폴리(Tripoli), 튀니스(Tunis), 등 해안도시를 거점으로 자치적 독자적인 독립국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스만투르크 술탄으로부터 작위를 받아 현지를 통치하는 이슬람 영주들이었다. 유럽인들은 이들이 베르베르(Berber) 족이어서 바르바리 해적(Barbary pirates)이라 불렀다.

바르바리 해적들은 16세기 이래 이탈리아, 스페인의 해안을 공격해 유럽인들을 붙잡아 노예로 삼고 지중해를 항해하는 유럽 선박을 공격해 나포했다. 이슬람 해적들은 오스만투르크의 비호를 받아 기독교도들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약탈해 거대한 수용소에 가둬놓고 돈을 받고 풀어주었다. 그렇게 포로로 잡힌 유럽인이 250년 동안에 1백만~125만명에 이른다는 관측도 있다. 이탈리아 해안에 숱하게 남아 있는 망루, 미로도시들은 이슬람 해적들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물이다. 바르바로사 형제(Barbarossa brothers), 잭 워드(Jack Ward) 등은 북아프리카의 전설적인 해적 두목들이었다.

 

 

1571년 레판토 해전(Battle of Lepanto)에서 기독교 연합세력이 오스만투르크 해군을 격퇴시킨 이후 북아프리카의 해적들은 주춤한 듯했다. 하지만 해적들은 북아프리카 해안을 소굴로 삼아 수시로 지중해를 떠돌며 유럽 선박을 나포했다.

유럽 국가들은 북아프리카 해적들을 무력으로 근절시킬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17세기 이후부터는 타협책을 쓴다. 돈을 주고 평화를 사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가장 먼저 영국이 1658년 트리폴리와, 1662년에 알제, 튀니스와 평화조약을 맺었다. 프랑스도 1665년에 튀니스, 1666년에 알제, 1681년에 트리폴리와 조약을 맺었다. 네덜란드는 1662년 알제와 튀니스, 1683년에 트리폴리와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18세기가 되자 오스트리아, 스페인, 덴마크, 스웨덴, 베네치아, 나폴리도 줄줄이 북아프리카의 세 도시국가와 돈을 주고 안전을 구걸하는 체제에 합류했다. 레판토 해전 승전국들이 다시 이슬람 해적들에 굴복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알제에 대포, 마스트, 밧줄, 화약, 소총, 총신 등을 주기로 했고, 베네치아도 금화를 주는 조건으로 선박의 안전을 보장받았다. 돈을 받고 지중해의 바르바르해적들은 일단 진정기미가 보였다.

 

 

하지만 1783년 독립전쟁을 끝낸 미국의 상선대가 지중해에 나타나자 바르바리 해적들은 새로운 먹잇감이 생겼다며 달려 들었다. 그동안 미국 상선은 영국과의 평화조약 대상으로 보호를 받았지만, 이제는 독립을 했으니 조약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1783년 3월 프랑스 마르세이유항을 떠난 미국 상선 2척이 알제의 갤리선에 쫓겨 겨우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2척의 배는 스페인 해역으로 도망쳐 간신히 해적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1784년 10월 미국 상선 베치(Betsey)호가 모로코 해적에게 나포되었으나, 스페인이 중재에 나서 선박과 선원이 돌아왔다.

연이어 미국 상선들이 지중해에서 해적의 공격을 받게 되자 당시 유럽에 파견되었던 독립운동 지도자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존 애덤스(John Adams),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평화조약 교섭을 서둘렀다.

1785년 7월 미국 상선 마리아(Maria)호와 돌핀(Dauphin)호가 21명의 선원과 함께 알제의 해적선에 연이어 나포되었다. 해적들은 선박과 선원을 돌려주는 댓가로 66만 달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대표단에게 협상용으로 배정된 돈은 4만 달러에 불과했다. 협상은 결렬되고 두척의 배와 선원들은 인질로 잡히게 되었다.

 

이 때 미국 지도자들 사이에 대논쟁이 벌어진다. 인질을 석방시키기 위해 돈을 주느냐,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느냐의 논리 대결이었다. 이 논쟁은 이후 오늘날까지 미국 대외정책의 근간을 형성한다.

후에 미국 2대 대통령이 되는 존 애덤스는 현실주의자였다. 영국 주재 대사였던 애덤스는 “바르바리 해적들과 전쟁을 하는 것은 영웅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고 했다. 애덤스는 “전쟁을 벌이면 미국인 포로의 희생을 피할수 없으며, 공납을 주고 조약을 맺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후에 3대 대통령이 되는 제퍼슨은 “평화와 전쟁 중 어느 쪽이 더 이익인지를 따질 게 아니라 명예를 중시해야 한다”면서 “공납으로 평화를 얻는 유럽형 외교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고 했다. 제퍼슨은 “공납이라는 나쁜 관습을 뿌리뽑고 의연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며 교전론을 폈다.

애덤스와 제퍼슨의 논쟁은 결말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은 두 사람의 견해를 모두 수용해 회담과 전쟁을 병행하는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알제의 해적들은 미국인 포로에게 중노동을 시키고 극악한 환경에 처하게 하는 한편 그 사실을 편지를 통해 미국에 알렸다. 요구한 돈을 내고 석방시키라는 협박이었다.

1793년 10월에 미국 상선 11척이 연이어 알제 해적에게 나포되었다.

미국 정부는 애덤스의 협상론과 제퍼슨의 교전론을 동시에 수행했다. 한편에서는 프리깃 전함 6척을 건조하고, 다른 한편으론 보석금 80만 달러를 마련하고 조지프 도널드슨(Joseph Donaldson)을 협상대표로 보냈다.

도널드슨은 1995년 알제에 보석금 64만2,500달러를 선지급했다. 그리고 알제의 수령 후세인 데이(Hussein Dey)에게 많은 뇌물도 바쳤다. 그리고 나머지 20만달러를 지불한 후에 알제 해적에게 붙잡힌 포로 115명을 석방시켰다. 마리아와 돌핀호의 선원들은 무려 12년만에 석방되었다.

1897년 3월에 협상주의자 존 애덤스가 미국 2대 대통령에 취임하고, 제퍼슨이 부통령이 되었다. 그해 미국은 알제, 튀니스, 트리폴리와 연이어 평화조약을 맺었다. 조건은 선박건조와 탄환 값으로 매년 2만1,600 달러를 공납하는 것이었다. 미국 의회는 알제의 수령이 요구한 순항선 건조를 승인해야 했다. 미국은 알제 영사에 돌핀호 선장으로 포로로 잡혀 있던 리처드 오브리이언을, 트리폴리 영사에는 마리아호의 포로 선원이었던 제임스 캐스카트를 파견했다.

 

평화조약이 체결된 이후에도 북아프리카 이슬람 영주들의 요구는 갈수록 커졌다. 1800년 9월 알제의 수령 데이는 종주국 오스만투르크의 이스탄불로 가야 하는데 미국 프리깃함 조지 워싱턴호(George Washington)에 태워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초대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이 배는 미국의 자존심이었다. 미국 선장이 거절하자 데이는 조약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선장은 하는수 없이 조지워싱턴호에 알제의 깃발을 내건채 해적 두령을 이스탄불에 데려다 주었다.

 

해적에게 굴욕을 당하면서 미국내에는 제퍼슨의 강경론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1800년 선거에서 제퍼슨은 애덤스를 누르고 승리해 1801년 3월 제3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제퍼슨은 군사력으로 북아프리카 해적들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6척의 프리깃 군함을 북아프리카로 진군하는 것을 승인했다.

제퍼슨이 취임하자 트리폴리의 파샤 유수프 카라만리(Yusuf Karamanli)는 22만5천 달러의 돈을 요구했다. 현재 달러가치로 환산하면 346만 달러에 해당하는 액수다. 제퍼슨은 거부했다. 파샤는 곧바로 미국에 전쟁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