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도 안한 동해북부선, 기념식만 몇번째던가
착공도 안한 동해북부선, 기념식만 몇번째던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4.2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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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 2주년 맞아 또 추진기념식…철도건설은 뒷전, 정치쇼에 치중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에 속초역이 있었다. 6·25 전쟁으로 동해 북부선이 소실되면서 폐역이 되었으며, 그동안 댄스홀, 교육시설, 벽돌공장으로 활용되다가 19784월 철거되었다. 2005년 속초시가 시립박물관을 건립하면서 박물관 터 안에 역사를 복원했다.

양양역도 1967년에 폐역이 되었다. 일본 강점기 말엽에 강릉에서 서울로 갈 때 버스로 양양역까지 가서 열차로 안변에 도착해 경원선을 갈아타고 서울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열리기 전의 이야기다.

 

정부가 폐쇄한 속초역, 양양역을 다시 살리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27일 판문점선언 2주년을 기념해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참여했다.

동해북부선은 강릉에서 제진역을 잇는 종단철도로 1967년 노선이 폐지된 후 현재까지 단절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정부는 남강릉역에서 제진역까지 총 110.9km를 잇는 동해북부선을 단선 전철로 건설하기로 하고, 총사업비 약 28,52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7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추진 기념식의 김연철 통일, 김현미 국토부장관 /국토교통부
27일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북부선추진 기념식의 김연철 통일, 김현미 국토부장관 /국토교통부

 

동해선은 1925년 조선총독부가 세운 조선철도 12년 계획에 포함된 5개 노선 중 하나였다. 이 철도 노선은 동해안 어항과 강원도 탄광을 개발해 석탄, 목재, 광물, 해산물을 수송하고, 부산과 원산 및 함경선을 연결할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일제는 동해선을 부분적으로 건설해 나갔다. 동해남부선은 19307월에 착공해 1935년 부산진~울산 구간에 연결되었다. 이어 1945년 울산~포항 구간이 개통됐다. 동해북부선은 1928년 착공해 1937년 안변~양양 구간이 연결되었다.

1937년 중일 전쟁이 발발하면서 군사적 가치가 낮은 동해선의 건설은 지지부진해 졌다. 양양~강릉~삼척 구간은 노반공사가 진행되었고, 포항에서 북쪽을 연결하는 공사가 착공되었다. 전시상황에서 쇠가 부족해지자 궤도 공사는 중단되고 노반공사만 진행되었다.

일제는 시멘트 수송을 위해 북평역(지금의 동해시~삼척역의 짧은 구간을 부분적으로 연결했다. 일본이 돌아간 후, 포항~삼척과 북평~양양역 구간은 개통하지 못한 채 공사가 중단되었다. 강원도 삼척시의 관광명물인 해양레일바이크는 일제 때 뚫은 터널과 노반을 관광자원화한 것이다.

 

해방 이후 묵호(동해시)에서 강릉을 연결하는 철도가 19621031일 개통되었지만, 양양~고성간 동해 북부선은 철거되고, 속초역과 양양역은 폐쇄되었다. 영동지방은 철도 대신에 고속도로가 주요 교통시설로 부상했다.

이에 비해 북한은 1996년 안변~금강산 청년역(옛 외금강역) 101.0 km를 복원해 금강산 청년선으로써 영업을 재개했다.

 

동해선 복구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남북 경제협력이 진행되면서 논의되었다. 2000년 제1차 남북 장관급 회담과 2002년 제2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남과 북은 동해선을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서 남측의 고성과 북한의 온정리까지 27.5구간을 먼저 연결하기로 했다.

2003614, 동해선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100m, 북쪽으로 400m가 건설되어 경의선과 동시에 남북연결 행사가 열렸다. 20051231, 남측의 고성 제진~군사분계선 구간이 완공되었다.

 

속초시립박물관내 속초역 모형 /속초시
속초시립박물관내 속초역 모형 /속초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07517일에 군사분계선의 동해선 시험운행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후 남북 사이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해선 연결과 영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후 우리 정부는 동해선 단절구간인 포항~삼척 간 165.8km 구간을 신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일제 때 만든 노반이 7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유실되거나 도로로 사용되어 쓸 수 없기 때문에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20083월에 실시계획이 승인되고, 포항~남정 구간이 착공하고, 단계적으로 각 구간 공사가 착공되어 공사가 진행돼, 포항~삼척 구간의 철도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중 포항~영덕 구간은 지난해 12일에 단선 운행이 개시되었다. 이 철도가 건설되면 부산에서 강릉까지 연결된다.

 

하지만 강릉에서 양양, 고성까지 동해 북부선을 신설하고 복원하는 계획이 뚜렷하게 세워져 있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초 동해선 연결을 합의했을 때 철도건설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지금쯤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을 것이다. 포항 출신의 이명박 정권 시절에 포항~삼척 구간 건설에 예산이 배정되었다가 그 다음 정권에서 지지부진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초기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남북 화해 무드가 건설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동해선 연결을 주장했다.

20186월 남과 북의 대표단이 만나 철도협력 분과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에서 동해선과 경의선등 남북 철도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즈음해 문재인 대통령이 강릉에서 고성 제진까지 동해북부선 건설 계획을 밝혔다.

다시 1년이 지나 판문점 선언 2주년에 맞춰 장관들이 모여 또 이벤트성 쇼를 했다. 이날 장관들이 모여 한 행사는 착공식이 아니라, 추진 기념식이다. 김현미 장관은 올해말까지 기본계획을 완료하고, 내년말에 착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진 기념식을 몇차례 더한후에 착공을 할 모양이다.

이날 기념식에 강릉에서 베를린까지 가는 승차권을 나눠줬다고 한다. 승차권의 액면 요금은 615,427원이라 적혀 있었다. 정치쇼라는 느낌을 물씬 주는 행사였다.

 

동해선 개황 /통일부
동해선 개황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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