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 감소했다는 희한한 통계…“그냥 쉬었다”고
실업자 감소했다는 희한한 통계…“그냥 쉬었다”고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5.1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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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모호한 경계…4월 취업자, 21년만에 최대 감소

 

미국의 4월 실업률이 14.7%, 3월의 4.4%보다 무려 10%P 이상 올랐다는 보도를 접한 가운데 한국의 4월 실업율이 3월과 동일한 4.2%라는 통계청 발표를 보년, 뭔가 의아스러운 느낌을 지울수 없다. 실업자 수로 보면 4월에는 1172천명으로 3월의 118만명보다 오히려 8천명 줄었다.

한해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4월 실업률은 코로나 전염병이 돌지 않았던 지난해 4월의 4.4%에 비해 오히려 0.2%P 낮아졌고, 실업자수도 한해전보다 73천명이 줄었다.

젊은이들의 실업률도 낮아졌다. 15~29세 청년층의 4월 실업률은 9.3%로 한달전인 3(9.9%)보다 0.6%P, 1년전인 지난해 4(11.5%)보다 무려 2.2%P 각각 내려갔다. 통계청은 40~60대의 실업률이 올라간 반면에 20~30대 실업률은 내려갔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의 실업률과 실업자 통계만 보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회복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물론 미국의 통계와 한국의 통계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한국은 4월에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감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고, 미국은 수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최악의 시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코로나의 여진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실업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통계는 통계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적어도 상식의 눈으로 바라보면, 주변에 돌림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 통게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통계청 발표에 믿음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뭘까.

통계청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했음을 알수 있다. 올해 4월 비경제활동인구가 1,6991천명으로 3월의 1,6923천명보다 68천명이 늘었고, 한해전 4월의 1,616만명보다 831천명이 늘었다. 비율로는 4월 비경제활동인구가 3월에 비해 0.4%, 전년 4월에 비해 5.1% 증가했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사이에 모호한 개념차이가 있는데, 많은 실업자가 비경제활동으로 계산된 것이다.

실업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로 계산한다. 실업자를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시키면 분모인 경제활동인구도 줄어들지만 분자인 실업자의 수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실업자를 모두 비경제활동인구에 넣으면 실업률이 0%가 되는 비현실적 통계가 나오게 된다.

 

자료: 미국 노동부
자료: 미국 노동부

 

비경제활동 인구는 아이를 키우는 육아, 집안일을 하는 가사, 재수 및 수강, 고령화에 따른 알지리 포기, 심신장애, 취업 준비 학원수강,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다. 이중 그냥 쉬었음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1년전에 비해 22.2% 증가했고, 취업준비 군입대 대기, 진학준비 등으로 쉬었다는 사람(기타)18%,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을 수강하는 사람이 12.8%가 늘어났다. 육아 4.7%, 가사 3.6% 증가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쉬었다는 인구는 1년전 197만명에서 1년후 240만명으로 40만명 이상 늘어났다.

왜 그냥 쉰 인구가 이렇게 많이 늘어났을까.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잠재적 실업자다. 이들은 통계청 조사요원의 조사에 실업자라고 밝히기 싫어서 그냥 쉬고 있다고 대답했을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대거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되면서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실업률과 실업자 통계만으로 전체 고용시장위 위축을 감출수는 없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2,6562천명으로, 1년 전보다 476천명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653천명으로 1년전보다 245천명 감소했다. 청년층 실업률도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청년들의 상당수가 그냥 쉬거나 취업준비생으로 전환해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것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44천명 감소했다. 관광객이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임시·일용직과 같은 임시근로자는 587천명 줄어 19901월 통계 개편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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