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으로 간 백신 개발자의 스톡옵션 처신법
백악관으로 간 백신 개발자의 스톡옵션 처신법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5.19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슬라위 박사, 모더나 주식 전량 처분…보직 발표 후 상승분, 암 개발에 기부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Moderna)의 이사였던 몬셰프 슬라위(Moncef Slaoui) 박사가 미국 백악관 백신 개발 최고책임자로 임명된다는 뉴스가 발표된 것은 목요일인 514일 저녁, 증권시장이 폐장한 이후였다. 그는 다음날부터 백악관에 근무했다.

이번주가 시작되는 18일에 모더나는 8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서 항체가 형성되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 백신 개발이 초기단계에서 성공했다는 이 뉴스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모더나의 주가를 25%나 폭등시켰다. 모더나 주가는 이날 64.56 달러에서 80 달러로 뛰었다. 이날 뉴욕 증시는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에 흥분해 다우존스 지수는 3.853%, S&P500지수는 3.15%, 나스닥 지수는 2.44% 올랐다.

지난주말에 모더나 이사직을 그만두고 백악관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슬라위의 스톡옵션이 문제가 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슬라위는 스톡옵션으로 155,438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스톡옵션 가치도 하루 사이에 240만 달러 이상 올라 1,200만 달러를 넘게 되었다.

 

2016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행사에 참여한 슬라위 박사(오른쪽) /위키피디아
2016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행사에 참여한 슬라위 박사(오른쪽) /위키피디아

 

여기서 이해상충(interst conflict)이 발생한다. 국가의 정책을 수행하는 공직자가 자신의 업무과 관련된 주식을 보유하거나 이익을 취할수 없다. 게다가 모더나는 미국 보건부로부터 백신개발을 위해 수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그는 백악관에서 무보수로 일한다. 그렇더라도 이해상충에서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정가와 증권가에서는 지난주말부터 슬라위의 스톡옵션 처분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 의원은 트윗을 통해 "백악관의 새로운 백신 책임자가 백신 개발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은 회사에서 천만 달러의 주식을 소유한 것은 커다란 이해 상충"이라며 스톡옵션 처분을 요구했다.

 

2020년 5월 16일 백악관 로즈가든의 슬라위 /위키피디아
2020년 5월 16일 백악관 로즈가든의 슬라위 /위키피디아

 

슬라위의 모더나 스톡옵션 보유가 논란이 되자 모더나측이 해명에 나섰다. 모더나는 슬라위 박사가 백악관에서의 새로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보유한 스톡옵션을 전량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도 해명했다. 미 보건국 대변인은 슬라위 박사가 화요일(19) 오전중으로 스톡옵션을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라위도 트위터로 워런 상원의원을 겨냥한 듯 이제는 이해상충이 없다고 썼다가 이내 지웠다.

 

문제는 단 하루라도 백악관에서 일한 기간에 무려 25%나 오른 금액이다. 이에 대해 모더나측은 백악관 직책이 발표된 시간부터 매각 시점까지의 주가 차익에 대해 슬라위 박사가 암 연구를 위해 기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보직 발표 이전의 주가에 해당하는 금액만 자신의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슬라위 박사가 기부할 금액은 적어도 240만 달러는 되는데, 한국 돈으로 30억원에 달한다.

슬라위 박사는 제약업계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베테랑이고, 2007년에 모더나로 옮겨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다.

 

모더나 로고 /위키피디아
모더나 로고 /위키피디아

 

한편 모더나는 18일 코로나19 백신 mRNA에 대한 1차 임상시험에서 참가자 45명 전원에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참가자 중 최소 8명에게서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도 형성됐다고 했다. 모더나의 CEO 스테판 밴슬은 이 백신이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도록 하는 항체를 만드는 데 매우 좋은 신호를 주었다고 말했다.

의약품 임상시험은 4단계로 진행되는데 1차 임상실험에서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1차 임상에서 18~55세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모더나는 600명이 참가하는 2상 임상시험을 곧 시작하고, 수천명이 참가하는 3상 임상시험을 7월에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더나에 2상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모더나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를 반기면서도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모더나의 실험은 아직 초기단계이고 아동과 노인들에 대한 추가 임상실험을 해야 그 효능을 인정받을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데나는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DNA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mRNA를 활용해 감염병과 희귀병 등에 관한 백신을 개발해왔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 발생 소식이 들려온 직후부터 백신개발을 시작되었으며, 스위스 제약회사 론자(Lonza),와도 협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