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구제금융 착시에 빠져 있다는 우려
뉴욕증시가 구제금융 착시에 빠져 있다는 우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5.20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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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업 양산…美 연방정부의 자사주 매입 규제시 주가 회복에 찬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붕괴에 가깝게 폭락했던 뉴욕 증시가 최근 저점에서 30%나 회복했다. 뉴욕증시의 투자자들은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이 물음에 강한 회의를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대마불사, 전 민간영역으로 확산’(Too Big to Fail: The Entire Private Sector)이란 19일자 기사에서 금융시장의 대부분이 연방정부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의회는 22천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CARES Act)를 통과시켰다. 이중 상당액이 미국 핵심 산업에 지원되었다. 500억 달러가 항공산업에 지원되었고 170억 달러를 예비자금으로 비축되어 있다. 이 자금이 다음으로 지원될 곳은 보잉사로 지목되고 있다. 아직 보잉은 회사채 발행 여력이 있어 구제금융이 지원되지 않았지만, 전세계 공항과 항공사들이 운영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은 미지수다.

Fed도 무제한으로 돈을 풀고 있다. Fed는 이미 제로금리를 채택한데다 미국 국채와 연방정부 보증채권을 매입하고 았다. 제롬 파월 의장은 TV 대담에 나와 앞으로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Fed는 회사채 시장에도 참여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방정부의 구제금융과 Fed의 돈 풀기로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영업 중단 위기를 버텨내고 있다. 주식시장도 그 덕분에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자료: 구글
자료: 구글

 

하지만 연방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지원은 기업들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 정상적인 시장경제에서는 죽는 기업과 생존한 기업이 있어 기업생태계가 유지되는데, 정부와 중앙은행의 구제로 많은 기업들이 살아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중앙기관의 지원은 기업의 자생력을 상실시킨다. 게다가 외부의 지원으로 살아남은 기업들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잠시 생명을 연장했을 뿐이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금융산업에만 한정되었지만, 2020년 코로 위기에는 금융산업 뿐 아니라 각종 제조업 부문으로 확대되었다. 루이기 징걸스(Luigi Zingales) 시카고대 금융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과거 은행에 대한 대마불사의 우려가 이젠 많은 기업으로 확대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 확산이 정점을 넘어서 50개주 전부가 경제활동을 재개했다. 완전한 재개는 아니지만 이젠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를 받아야 할 입장이다. 그 규제가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2008년 위기 때에 연방정부는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들에게 리스크가 높은 상품을 팔지 못하고 이익 극대화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 조치는 은행에 지원된 국민의 세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은행에 대한 규제강화는 은행 이익을 감소시켰고, 결국 금융주에 대한 수익률을 떨어뜨렸다.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연방정부는 지원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 징걸스 교수는 그 규제가 자사주 매입 제한조치로 나올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10여년간 뉴욕 증시 상승은 미국 기업들의 바이백(buy back)에 힘입은 바 크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바이백 규모는 최근 3년간 2조 달러를 넘었다. 보잉의 경우 2015~2019년 사이에 360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일반투자자들의 주식거래 물량을 축소시켜 주가를 올려 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돈이 없다. 게다가 연방정부가의 지원금은 공짜가 아니다. 언젠가 갚아야 할 채무다. 또 연방정부는 세금으로 조성된 지원금을 상환받기 위해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규제조치가 나오면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에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뉴욕 증시의 투자자들은 최근 몇 달간 정부의 구제금융과 Fed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자신감을 갖고 주식시장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 현실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어느 순간 기업들이 내놓을 실적에 투자자들은 화들짝 놀랄 가능성이 크다. 연방정부의 기업 규제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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