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백신 책임자와 제약회사의 복잡한 관계
백악관 백신 책임자와 제약회사의 복잡한 관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5.2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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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팔고도 도마에 오른 슬라위…모더나 이외 제약회사와 관계 못 끊어

 

미국의 백신 전문가 몬세프 슬라위(Moncef Slaoui) 박사는 지난주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백악관 백신 개발 책임자로 부임했다. 그는 전 직장인 제약회사 모더나(Moderna)에서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이 이해상충(interst conflict)이라는 지적을 받고 그 주식 155,438 주를 화요일인 19일에 전량 매각했다. 그는 임명 발표가 난 이후 주가 차익 전액을 암 치료제 개발에 기부했다. 그의 모더나 주식은 18() 기준으로 1,2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라위 박사는 또다시 미국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모더나 이외에도 상당한 제약회사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제약관련 회사 여러 곳에 직책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여전히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몬서프 슬라위 /네이처지
몬서프 슬라위 /네이처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슬라위는 모더나에 앞서 29년간 근무한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GlaxoSmithKline)의 주식을 1,000만 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고, 유럽의 제약분야 벤처캐피털회사인 메딕시(Medicxi)의 파트너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슬라위(60)는 모로코에서 태어난 벨기에 출신으로 이슬람 신자다. 그는 벨기에 대학을 거쳐 하바드대 의대를 나와 줄곧 바이오 분야에서만 일했으며, 미국에서 분자 생물학과 면역학 분야의 권위자다.

 

슬라위는 지난주 14일에 모더나의 이사 직을 그만두고 백악관 백신개발 책임자로 부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속대응팀(Operation Warp Speed)에 합류했다.

그가 백악관에 합류한 다음주 월요일인 18일 모더나는 45명에 대한 1상 임상실험에서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되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날 모더나의 주가는 25% 폭등했고, 슬라위의 보유주식도 240만 달러 상승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뉴욕증시가 마감한 후 모더나는 1,760만주의 신주발행 공시를 내고 그날 종가보다 5% 낮은 주당 76달러에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모더나가 시장에서 조달한 금액은 134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16천억원 쯤 된다.

모더나는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연방정부 자금 5억 달러를 지원받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재직시 한 행사에서 몬서프 슬라위(오른쪽) /위키피디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재직시 한 행사에서 몬서프 슬라위(오른쪽) /위키피디아

 

슬라위가 보유한 GSK 주식과 메딕시의 자문역에 대해 미국 보건부 검증팀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슬라위는 백악관 근무에 앞서 GSK 등의 주식 보유를 보건부에 밝혔고 백악관 근무 기간 동안에는 그 주식을 거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슬라위의 백악관 근무 조건은 정식 공무원이 아니라 계약직이며 1달러만 받는 무보수직이다. 따라서 그의 바이오주 보유가 공무원의 윤리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 보건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가 워싱턴 D.C.에 체류하고 활동하는 비용은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증권거래를 감독한 사람들의 견해는 다르다. 그들은 슬라위의 무보수직 자문역이 이해상충을 우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본다. 슬라위가 처분하지 않은 GSK 주식과 메딕시와의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비를 투입해 코로나 위기에 대처해 긴급히 추진하는 코로나 백신 개발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슬라위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제약회사의 직책도 문제로 되고 있다. 그는 브리 바이오사이언스(Brii Biosciences)의 자문역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슬라위에게 그의 역할에 상응하는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중국 제약회사와도 거래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국 행보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브리 바이오사이언스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전국가주석의 손자인 장즈청(江志成)이 파트너로 있는 보유 캐피털과도 거래하고 알리바바의 설립자 마윈이 투자한 윤펑캐피털과도 밀접한 교류를 하고 있다.

슬라위는 클라사도(Clasado)와 아티잔 바이오사이언스(Artizan Biosciences) 등 바이오회사에도 이사직을 갖고 있는데, 이 이사직은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트로박스(SutroVax)사의 이사직은 유지할 의향을 밝혔다.

 

슬라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해상충을 피할 것이며, 자신이 관계하는 회사가 자신의 업무로 인해 금전적 이득을 얻는지를 다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GSK의 주식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GSK의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그가 이 회사를 떠났을 때 주식 24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슬라위는 “GSK29년 동안 일했다, 나는 그 주식을 한번도 팔지 않았다. 내가 그 주식을 팔아야 했다면 이 자리를 맡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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