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17’, 엉뚱한 영웅 만든 낭만적 스토리
영화 ‘1917’, 엉뚱한 영웅 만든 낭만적 스토리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5.26 18: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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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보면 드라마틱한 영화…배경을 알게 되면 허망한 픽션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의 영화 <1917>을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이 보았을 때엔 스코필드와 블레이크란 두 병사의 책임감에 대단한 감명을 느꼈다. 어디에서 독일군이 잠복해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체가 여기저기 뒹구는 전쟁터를 사령관의 명령 하나를 이행하기 위해 겁 없이 뛰어든 영국 병사의 애국심이 감동스러웠다.

 

영국 극장에 전시된 포스터 /위키피디아
영국 극장에 전시된 포스터 /위키피디아

 

스토리는 1차 대전 막비지인 191746일 프랑스의 한 전선에 휴식을 취하던 블레이크 병장이 중사의 명령으로 옆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던 스코필드 병장을 데리고 사령부로 들어간다. 사령관은 지도를 읽을줄 안다는 이유로 블레이크에게 데본셔 연대 2대대로 가서 공격 중지명령을 전달하라고 한다. 독일군이 후방으로 후퇴해서 대규모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데본셔 2대대가 공격을 하면 몰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사령관의 판단이었다. 독일군이 통신선을 끊어 놓았기 때문에 직접 전령의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블레이크는 곧바로 출발해 험난한 여정에 나선다. 스코필드도 얼떨결에 블레이크를 따라 나서며 투덜거린다. 스코필드는 왜 나를 데려갔냐고 불평하고, 블레이크는 이런 임무일줄 몰랐다고 대답한다.

두 병사는 도중에 수많은 장애에 부딛친다. 시체가 뒹구는 참호를 지나고 철조망을 건너다 팔이 찔린다. 적의 참호에서 쥐들이 인계철선을 건드려 참호가 무너지고 스코필드가 흙더미에 깔리는데, 블레이크가 구해준다.

두 영국병사는 어느 농가를 지나는데 공중전에서 추락한 독일 조종사를 도와주려 한다. 그런데 블레이크는 독일 조종사가 찌른 칼에 숨지게 된다. 스코필드는 독일 조종사를 살해하고 때마침 그곳을 지나는 영국인 부대원들과 함게 블레이크를 편하게 눕히고 전령의 임무 수행 의지를 굳건히 세운다.

 

홀로 남은 스코필드는 독일군이 부순 다리를 지나는 과정에서 독일군 저격수의 공격을 받아 총격전 끝에 독일군을 사살한다. 조금 더 가서 한 마을에서 독일군의 추격을 받다가 지하실로 숨어들어 프랑스 여인을 만난다. 부모를 잃은 아기가 등장하고 스코필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식이며 우유를 나눠 주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엔 술취한 독일군을 만나 격투를 벌이고 쫓기면서 낭떠러지에 떨어져 강물을 만난다. 그 강물에 헤엄쳐 가다 물결이 잔잔한 곳에 상륙했더니 공격을 준비 중인 데본셔 대대원들을 만난다. 그는 공격 개시 시간이 1분이 남아 멕켄지 대대장을 찾아 뛰어 간다. 참호속의 병사들과 부딪치며 마침내 대대장을 만나 사령관의 명령을 전달한다. 병사들은 이미 공격을 개시하고 독일군의 포화에 무참하게 희생당한다.

대대장은 스코필드가 전해온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공격 중지명령을 내린다. 그곳에서 블레이크의 형을 만나 동생의 죽음을 전한다.

 

1917년 3월 프랑스 비리(Brie) 근처의 영국군 /위키피디아
1917년 3월 프랑스 비리(Brie) 근처의 영국군 /위키피디아

 

영화의 포스터는 ‘Time is the Enemy', 시간이 적이라는 표제를 내걸었다. 데본셔 2대대의 공격 시간 이전에 사령관의 공격중지 명령을 전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을 주제로 했다. 이 영화가 추구한 휴머니즘은 스코필드 병장이 적진에서 사투를 벌이며 명령을 수행함으로써 16백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19173월 독일군이 알베리히 작전(Operation Alberich)의 일환으로 전선을 힌덴브루크 라인(Hindenburg Line)으로 퇴각해 대규모 반격작전을 펼 때를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실에 기반을 둔 스토리가 아니다. 멘데스 감독은 자신의 할아버지 알프레드 멘데스(Alfred Mendes)의 경험담을 각색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의 할아버지는 소설가이고 단편작가다. 이 영화도 픽션에 불과하다.

 

전쟁사 연구자들은 영화에 대해 몇가지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전투에서 영국군 사령관이 무모하게 공격명령을 내려 수많은 젊은 병사들의 사상자를 냈는데, 영화는 사령관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전투를 중지시켜 엉뚱한 영웅을 만들고 실제 전투의 무모함을 미화했다는 것이다.

1차 대전은 수많은 죽음을 앗아간 무모한 전쟁이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벌어진 전쟁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이란 구호를 내세워 7천만명의 병력이 동원되었고, 군인만 9백만명, 시민 13백만명이 죽어나간 참혹한 사건이었다. 이 전쟁은 전쟁을 종식시키기는커녕 새로운 증오를 만들어내 더 참혹한 2차 세계대전을 유발했다.

그런 전쟁을 이 영화는 전령 두사람의 사투로 16백명의 목숨을 건져냈다는 감상적 스토리로 미화시켰다. 그것도 픽션으로.

전령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제 전투에서 있을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적이 후퇴한 곳에서 15km나 떨어진 배후지에 대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또 통신선이 끊어졌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단순화되었다. 당시 무선 기술이 대서양을 건너던 시절이었다. 유선이 끊어져도 무선 교신이 가능했고, 공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적진의 이동상황을 충분히 간파할수 있었다.

 

이런 현실적 상황을 무시한채 영화 <1917>은 전쟁스토리를 너무나 낭만적으로 그렸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전쟁의 참화를 그린 것도 아니다. 전령의 스토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면서 주변 상황을 단순화했다. 다만 무대 장면을 스펙터클하게 꾸며 긴장감을 조성시킨데는 성공했다. 특유의 헐리웃 액션 영화였다.

 

영화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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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 2020-09-11 20:08:36
실제 전령이 죽어가던 시대에 무전 교신 태클? 이보다 더 참혹했으면 고어 영화로 분류날것 같던데, 낭만적으로 담아냈다니... 고증이나 설정 취재도 제대로 안하고 쓴 리뷰가 노답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