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특별지위 박탈하면 금융허브 무너질 수도
홍콩 특별지위 박탈하면 금융허브 무너질 수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5.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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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응에 따라 제재 강화할 듯…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동참 시사

 

미국이 홍콩에 부여하는 특별지위를 박탈하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一國兩制) 시스템을 변경해 홍콩이 더 이상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면서 "따라서 나는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27"중국이 일방적으로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는 재앙적 결정은 홍콩의 자치에 대한 약속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없앨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가 취한 홍콩 특별 지위(Hong Kong's special status)1992년 제정한 미국-홍콩 정책법(United States-Hong Kong Policy Act)에 근거한다. 이 법은 홍콩의 주권이 5년후인 199771일에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양되더라도 영국 식민지 시절에 부여한 지위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국이 홍콩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일국양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미국도 그런 특혜를 준 것이다.

그런데 이제 중국이 홍콩에 대해 직접 통치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게 되자 이는 일국양제의 중대한 도전이며, 따라서 미국이 홍콩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캐나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도 호응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은 홍콩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았다. 최근 무역전쟁으로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의 추가관세를 물리고 있지만 홍콩 제품에 대해선 이 법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 특혜가 없어지만 홍콩 제품도 상하이를 통해 미국에 보내는 수출품과 동일하게 2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또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반제품을 홍콩에 보내 완제품을 만든 다음, 홍콩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하던 중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게 된다.

 

홍콩은 미국과 영연방 국가들의 특별 지위를 활용해 무관세정책으로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발돋움했다. 또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을 상장시키며 활용해 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응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손해를 보는 것은 미국이라고 큰 소리 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상실될 경우 그 타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증시는 세계 7위의 증시이고, 2018년 기준 시가총액이 38,700억 달러에 달했다. 무역규모는 12천억 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많다. 중국에서 건너온 물자가 40%쯤 된다. 홍콩 GDP 가운데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을 정도로 무역을 해서 먹고 사는 도시다.

홍콩의 무역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의 8%, 수입의 6%에 불과하다. 중국이 자신만만해 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미국과의 교역 비중이 낮기 때문에 특혜를 뺏어도 별 타격이 없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홍콩의 야경 /위키피디아
홍콩의 야경 /위키피디아

 

미국의 또다른 무기는 비자 규정이다. 홍콩과 미국은 무비자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특별 지위를 박탈하면 홍콩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비자를 받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홍콩도 이에 대응해 비자를 받도록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홍콩에는 1,400개의 미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워싱턴의 눈치를 보다가 이탈할 경우 홍콩 경제에 큰 타격이 올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은 홍콩 달러의 페그제다. 홍콩 달러는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환율로 고정되어 있는데, 미국이 달러를 공급하지 않을 경우 페그제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달러를 통용하던 파나마에 노리에가 반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달러 공급을 중지한 적이 있다.

 

문제는 미국이 홍콩에 대해 강경책을 쓸수록 홍콩인들이 베이징으로 더 기울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트럼프도 선언적 발언만 했지 실제 행동으로 나서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전인대가 26일 통과시킨 홍콩 보안법은 초안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홍콩인들의 자유를 규제할 구체적인 법안을 만들 경우 미국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홍콩 특별 지위 박탈은 의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명령으로 시행될수 있다. 오는 11월 선거에 임박하면서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제재 카드로 사용할 여지는 남아 있다. 뉴욕증시의 S&P500 지수가 29일 트럼프의 발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0.5% 상승한 것은 홍콩 문제에 관해 미-중 간에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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