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코로나에 사우디, 부가가치세 3배 인상
저유가·코로나에 사우디, 부가가치세 3배 인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5.3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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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수입에서 세수 2/3 의존하는 구조…세수 확대로 재정적자 줄이려는 결정

 

사우디 아라비아가 저유가와 코로나 확산의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부가가치세를 오는 71일부터 3배 인상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는 부가세율을 오는 7월부터 기존 5%에서 15%로 인상하고, 각종 정부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을 260억 달러 줄이겠다고 밝혔다. 2018년부터 시행된 국민생활보조금도 6월부터 중단하되, 가난한 계층은 수혜를 계속하기로 했다.

사우디의 재정악화는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것이다. 코트라 리야드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3월 기준 사우디 외환보유액은 전월대비 270억 달러 감소한 4,64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1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사우디는 2016년 글로벌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한 이래 2020년에는 연간 최대 규모인 600억 달러의 채권발행을 계획 중이다. 대규모 채권발행을 위해 지난 3월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상한비율을 30%에서 50%로 상향조정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사우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으며, 2020GDP대비 재정적자 비율 전망을 12%로 상향 조정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야경 /위키피디아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야경 /위키피디아

 

사우디 정부가 부가세를 인상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초저유가로 인한 경제충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IMF에 따르면 사우디 균형재정은 브렌트유 기준 76달러 이상이 필요한데, 5월 기준 브렌트유는 35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석유시장 전문가에 의하면 2020년 평균 유가는 35-45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사우디 균형재정 달성 기준 국제유가보다 한참 낮은 수치이다.

사우디 재정수입의 67%가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데,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사우디 세수에 크게 지장을 주었다. 2019년 말 사우디 재무부는 국제유가 60달러 기준으로 2020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6.4%(500억 달러)로 예상했으나, 202059%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비해 IMF 등 국제 기관은 사우디의 2020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10~1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는 2018년에 세율 5%의 부가세를 처음 도입했으며, 2018-19년 동안 연간 12억 달러의 세수를 확대했다. 이번 부가세 인상으로 사우디 정부는 연간 약 18억 달러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 부가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증대로 2020년 정부 재정적자가 약 27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건전성 개선은 중단 또는 연기된 대형 프로젝트 재개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안정, 국제유가 회복, 부가세 인상 등을 통해 마련된 재원은 주로 ‘Saudi Vision 2030’ 관련 대형 프로젝트의 재개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부가세 인상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이 불가피 하며, 이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부가세 5% 도입 이후 시장 평균 약 8%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분야별로는 물류 12%, 식료품 5.8%, 생필품 5.5%, 문화생활 5.3%, 보건의료 3.8%, 통신 2% 등이다.

이번 부가세 3배 인상으로 제품가격은 현재보다 최소 15%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이고, 이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휴대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고가제품 교체주기 증가 및 신규구매 기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패션제품, 귀금속 등 사치품의 소비 감소가 예상된다. 사우디보다 부가세가 저렴한 UAE, 바레인 등 주변 GCC 국가로 소비를 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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