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충돌 예방책을 제시한 ‘예정된 전쟁’
미중 충돌 예방책을 제시한 ‘예정된 전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19.04.21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키데디스 함정’에 초점 맞추고 과거 사례 분석…충돌보다는 상호 이해 역설

 

역사는 과거의 패턴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택할 것인가.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 쓴 예정된 전쟁의 원 제목은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이다. 저자는 지난 500년 동안의 16번의 전쟁 기록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는 역학 관계의 기본 구조를 발견했다. 그 원인이 투키데디스의 함정’(Thucydides's Trap)이라는 것이다.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를 폐허로 만들었던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신흥국 아테네의 부상에 대한 패권국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레이엄 앨리슨은 지난 500년 동안 이런 상황이 16번 발생해 그중 12번이 결국 전쟁으로 귀결됐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미국과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관계가 17번째 사례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최선의 렌즈인지를 설명한다.

역사학자나 사회학자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려고 한다. 미래는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례가 반복된다면, 미래는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레이엄 앨리슨도 이 방법을 채용했다.

하지만 과연 미국과 중국은 전쟁을 일으킬까. 인구 13억의 나라와 최대의 핵보유국이 맞붙어 패권을 가릴수 있을까. 오히려 둘다 패망하고, 지구는 파괴될 것이다.

오히려 미-중 전쟁의 가능성은 16번중 12번의 케이스보다 전쟁을 피한 4번의 캐이스로 가지 않을까. 20세기초 미국이 부상할 때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과의 패권 싸움에 몰두하면서도 미국의 부상을 방관했다. 20세기 후반에 미국과 소련의 대결은 결국 소련의 붕괴로 전쟁으로 치닫지 않았다.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다. 이미 20세기 전반에 보여준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레이엄 앨리슨이 조사분석한 방대한 사료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울려준다. 미국과 중국이 행여 투키데디스의 함정에 빠져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투키데디스가 펠레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세력이 기존 패권국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위협할 때 자연스럽게 전쟁이 발생한다고 서술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는 17번째 사례에 해당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고 경고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한반도의 역할과 국제 정치의 역학관계, 외교적 딜레마 등에 관해 깊이 있는 관점을 펼쳤다.

저자는 현재 양국의 국가지도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둘 다 조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려는 열망이 거세기 때문에 무력충돌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았다.

중국은 단지 세계에서 가장 몸집이 큰 나라가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자 역사상 가장 큰 나라다. 중국의 성장 규모와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지난 2년간 중국의 GDP 증가량은 인도 전체의 경제 규모보다 크고, 2015년 중국의 경제는 16주 만에 그리스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세계 GDP의 약 18%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는 7년마다 두 배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미국의 3배에 달한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조업, 소비량, 시장 규모 등 이미 여러 면에서 미국을 능가했으며, 중국의 성장은 건설, 교통, 교육, 보건, 컴퓨터, 통신, 과학, 기술 혁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행 중이다. 이대로 변화가 지속된다면 중국인들은 생전에 100배로 향상된 생활수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을 두고 케빈 러드 전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영국의 산업혁명과 세계 정보혁명이 30년에 압축된 일이라고 묘사한다.

이런 실질적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작고 다루기 쉬웠던 중국이 하루아침에 거인이 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중동은 여전히 대외 문제 중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또한 중국의 성장 둔화 현상을 지적하거나 성장 원인으로 모방과 대량생산을 꼽으며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한들 경제성장률은 6~7%, 연간 경제성장률을 2.1%회복하고 있는 미국과 다른 나라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미국은 힘의 균형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중국과의 힘겨루기를 전면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이런 구조적 긴장이 극심해질수록 아주 사소한 불씨가 대규모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이 어리석은 낙관주의와 지금까지의 경제 관계를 안일하게 이어나간다면 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부상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평화적인 미­중 관계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저자는 이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바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렌즈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에 대해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의 평가가 설득력을 갖는다. 그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지배 세력을 향한 신흥 세력의 충돌이라는, 세계 질서에 대한 가장 중요한 도전을 설명해주는 말이라며,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전쟁으로 귀결된 13번째 사례가 아니라 평화롭게 해결된 다섯 번째 사례가 되기만을 바랄 따름이라고 말했다.

 

책표지=김현민
책표지=김현민

 

그레이엄 앨리슨 /위키피디아
그레이엄 앨리슨 /위키피디아

 

그레이엄 앨리슨은,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 석사학위를 하고,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1989년 사이에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직을 맡았다. 그 후 1995~2017년까지 하버드대의 벨퍼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가안보 및 국방정책 전문가로, 특히 핵확산과 테러리즘, 정책 입안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레이건과 클린턴 정부에서 국방장관 특보, 국방부 차관보를 지냈다. 여러대에 걸쳐 국방장관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현재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 국장의 자문위원직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