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디바이드, 미국 흑인사회 분노 촉발했다
코로나 디바이드, 미국 흑인사회 분노 촉발했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6.1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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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료수혜에서 차별, 코로나 감염에 노출…유권자 운동이 해결책

 

한 흑인 청년이 경찰의 과도한 폭력 행사로 숨진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시위대의 구호는 그동안 미국 사회의 인종적 불평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런 불평등은 코로나19 전염병이 확산되면서 심화되었고, 그 불만이 흑인 청년 사망사건으로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교수(파리 경제대)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내 시위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면서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권리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코로나바이러스가 미국 흑인사회의 불공정 의식에 불을 붙였다고 진단했다.

저명한 프랑스 학자와 영국의 유력언론은 공히 코로나 사태가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계층적, 인종적 반발을 격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라는 흑인 청년의 죽음은 코로나 확산에 노출된 흑인사회의 의료혜택 차별화와 노동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 흑인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곳 인근의 추모물들. /위키피디아
미국 흑인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곳 인근의 추모물들. /위키피디아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도시가 봉쇄되고 사람들이 자가 격리하는 가운데 흑인들은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적 업무에 종사했다. 간호업무, 세탁일, 공공 운송, 택배, 보건보조업무, 어린이와 노약자 돌봄일, 생활필수품 유통업의 점원 등의 업무에 흑인들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 사회는 이런 일들을 중요한 업무’(essential work)로 분류해 근무를 격려하면서도 수당을 올려주거나 지원을 늘려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미시시피 주의 한 병원 세탁업소에서는 마스크나 보호장비를 회사에서 지급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비로 구입해야 했다. 세탁업 종사자들은 대체로 흑인들이었는데 병원에서 나온 세탁물에서 병원균이 전염될 가능성이 상황에서 생계를 위해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흑인 사회의 코로나 감염 및 사망률이 백인 사회보다 높았다. APM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미국 흑인들의 사망률이 백인들보다 2.4배나 높았다. 미국 인구에서 흑인 비율이 12.5%인데 사망자는 22천명 정도로 전체 사망자의 22.4%를 차지했다. 흑인들의 사망률이 백인 사망률과 동등했다면 13천명의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흑인들은 의료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보건통계에 따르면 당뇨병에서 흑인이 백인에 비해 1.7배의 비율로 높고, 고혈압도 1.4배나 높다. 하지만 흑인들은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입을 얻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인 메디케어(Medicare)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연방정부가 극빈층을 위해 메디케어를 확대했지만 앨라바마와 미시시피 주에서는 연방법을 거부해 흑인 사회에는 그 혜택도 돌아가지 못했다. 흑인사회의 보험 미가입률은 12.3%로 백인사회의 7.5%에 비해 높다.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권장하지만 흑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무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 택배 운송업, 세탁일, 물품 분류, 의료보조 업무 등은 원격 또는 언택트(untact)로 처리되지 못한다.

 

흑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된 직종에 많이 종사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노인요양원에서 지원업무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흑인들의 비율이 높다.

또 흑인들은 좁은 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가 밖에 나가서 일하다가 전염병에 옮아 들어오면 가족들이 감염되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수 없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미국 사회에 아직도 과거 악명높은 인종차별법인 짐 크로 법(Jim Crow Law)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금은 법률에 평등이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흑백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사회에서 발생한 인종갈등은 보이지 않는 짐 크로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해결책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공공복지를 늘리고, 유권자들이 불평등 문제에 행동으로 보여줘는 것이다. 피케티 교수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유권자, 시민들이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미네아폴리스의 시위 /위키피디아
미네아폴리스의 시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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