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지급, 포스트코로나 세계적 이슈로 부상
기본소득 지급, 포스트코로나 세계적 이슈로 부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6.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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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논의…미국 민주당 일각에서도 제기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기본소득제가 정치권에서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에 앞서 지난 4월 총선에서 허경영씨가 이끄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 18세부터 매달 150만원씩 국민배당금을 평생 지급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땐 많은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시큰둥했다가 제1야당 대표가 비슷한 골격의 안건을 던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기본소득이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나디아 칼비뇨(Nadia Calviño) 부총리겸 경제부 장관이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실업자와 가정을 구제하기 위해 영구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구체적인 지급시기와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취약계층의 영구적 사회안전망의 형태로 제도화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저소득층 3백만명이 기본소득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5천만명에게 1,200 달러의 1회성 지원금을 지급했지만 그것도 모자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코로나 펜데믹이 진행되는 동안에 매달 2천 달러씩 모든 미국 가정에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올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앤드루 양(Andrew Yang)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매달 1천 달러씩 연간 12천 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KBS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파리에서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25세 청년들에게 16천만 원 정도의 '기본자산'을 주자고 제안했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의 개념은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Thomas More)1516년 출판한 <유토피아>에서 제기되었다. 18세기말에 미국 독립운동가 토머스 페인(Thomas Paine), 영국의 토머스 스펜스(Thomas Spence), 프랑스 혁명기의 마르키 드 콩도르세(Marquis de Condorcet)에 의해 제기되었다.

코로나 확산 이전에 기본소득의 개념은 기계화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기술발달에 따른 실업자에게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발전되었다.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전염병 방역 차원에서 피해를 본 실업자와 저소득층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제기되었고, 최근 미국 인종차별 반대시위에서 보듯 소득격차 해소의 차원에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다이아몬드와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가 기본소득 지급을 지지하고, 미국 기업인들 가운데 엘런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 4월에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책으로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한 바 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기본소득 실험을 한 나라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핀란드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실업자 가운데 임의로 2천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75만원 상당)를 지급했다.

중도우파 정권이 실시한 이 실험에서 국민의 행복도가 높아졌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지난 5월에 발표된 핀란드 정부의 결과보고서에서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생계를 이어나갈수 있어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가 의도한 구직 노력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기본소득 1년차에는 수혜자의 18%가 직장을 구해 비수혜자와 같은 비율이었고, 2년차엔 27%가 직장을 구해 비수혜자보다 2% 포인트 높은 것에 그쳤다. 기본소득이 실업자에게 안정적 삶을 유지하게는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을 북돋우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2013년 10월 4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시위 차량이 8백만개의 동전을 쏟아내고 있다. /위키피디아
2013년 10월 4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열린 기본소득제를 지지하는 시위 차량이 8백만개의 동전을 쏟아내고 있다. /위키피디아

 

유럽 국가 최초로 실시된 핀란드의 실험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각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핀란드의 실험 이후 유럽 국가들 가운데 스페인이 가장 먼저 기본소득 지급에 나섰고, 이탈리아 정부도 시민소득’(citizens' income)이란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유트레히트(Utrecht)시도 기본소득 개념을 검토하고 있다.

 

세법적 측면에서 보면, 기본소득은 마이너스 세율(negative income tax)로도 표현된다. 고소득자에게 누진세율을 적용한다면, 저소득층에는 마이너스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돌려주는 개념이다. 마이너스 세제는 1960~70년대에 미국에서도 실험적으로 실시된 바 있고, 캐나다 마니토바 주에서 기본소득 지급을 지급한 적이 있다.

2016년 스위스에서는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연간 2,500 스위스프랑(300만원 상당)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투표결과 76.9%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되었다. 기본소득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반대한 것이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난제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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