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현실 깨달았다…유동성 장세 한계 인식
뉴욕증시, 현실 깨달았다…유동성 장세 한계 인식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6.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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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연준의 경고 등으로 경제현실 인식…2분기 실적이 관건

 

뉴욕 증시의 투자자들이 제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연초 대폭락 이후 저점에서 3개월 사이에 무려 45%나 폭등했던 뉴욕 증시의 주가지수들이 11일 폭락세로 돌변했다. S&P500 지수는 5.89%, 다우존스 지수는 6.90%, 나스닥 지수도 5.27% 급락했다.

이날 주가 폭락의 직접적 원인은 제롬 파월 연준(Fed)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전날 내년말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 시사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매우 크며, 코로나19의 영향은 오래갈 것이라는 멘트를 내놓았다. 그가 저금리를 오래 유지하겠다는 말은 긍정신호를 받아들여야 할 터인데, 부정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실탄이 더 없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뉴욕 월가의 분석가들은 연준 의장의 멘트 때문에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석달간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는데, 되돌아보니 아직 진흙탕을 걷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 3월 이후 주가 회복은 크게 두가지 기대를 전제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는 기대, 미국 경제가 V자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였다. 지난 석달동안 증시 회복속도는 대공황기였던 1933년 이후 가장 빨랐다.

그런데 그 기대는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19년 여전히 잠복해 있고 애리조나·텍사스·플로리다·캘리포니아 주 등에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미국 경제의 여러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음을 속속 보여주었다.

 

자료: 구글
자료: 구글

 

증시 분석가들은 주가가 폭락한 만큼 다시 오를수도 있지만 다시 폭락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투자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올들어 S&P500 지수가 5% 이상 폭락한 것은 이날을 포함해 모두 다섯 번이다. 1952년 이후는 28번으로 집계되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는 5% 이상의 폭락장세는 없었다. 따라서 월가에선 이번의 폭락장세는 한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큰 낙폭을 보인 준야는 여행·항공주였다. 이들은 코로나 확산이 오래 지속될 경우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이다.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16%, 보잉사는 16.5% 하락했다. 노르위지언, 카니발 등 크루즈선 주가는 16.5%, 15.3% 폭락했다. 중소기업주들이 몰려 있는 러셀200 지수는 7.6% 빠졌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 중소기업들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석유회사도 타격을 받았다. 국제유가는 하루 사이에 8% 폭락하고 에너지주들은 9.5% 하락했다.

 

그동안의 주가 상승은 유동성 장세였다. 지난 3월 연준이 금리를 제로로 떨어뜨리고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면서 주가는 치솟았다. 실업률이 10% 중반으로 치솟는데도 풀린 돈은 증시를 밀어 올렸다. 월가의 브로커들은 트럼프의 허황된 공약을 믿었다. 경제가 V자로 회복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경제진단 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은 미국 경제가 지난 2월부터 불황에 진입했다고 발표했고,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올해 6.5% 역성장한다고 전망했다. 10여년만에 경제가 최악의 상태로 꺾이는데 증시만 잔치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이상한 모습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 꺾이느냐가 문제였는데 그 현상이 11일 나타난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위키피디아
뉴욕증권거래소 /위키피디아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마찰도 증권시장에 악재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라면서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플로시 하원의장은 앙앙불락이다.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정당들은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준이 할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7월이 되면 주요 기업들이 2분기 경영성적을 발표한다. 1분기엔 그동안 주문받은 것이 있어 기업들 실적이 그럭저럭 좋았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은 코로나 성적표다. 이 성적이 나오면 뉴욕증시는 더 현실을 깨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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