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북한 말 폭탄, 당혹감에 사로잡힌 정부
이어지는 북한 말 폭탄, 당혹감에 사로잡힌 정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6.17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특사 제안 공개…청와대, 강도 높은 비난…김연철 통일 사의…원로회담

 

전날 개성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오늘 새벽 김여정의 독설이 이어지면서 17일 정부 고위당국자들에게서 당혹해 하는 느낌이 역력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동안에 저자세라는 비난을 받아가면서 북한에 대해 유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것은 충격적인 방법의 결별선언과 상식 이하의 발언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잘해주면 상대방이 잘 해주겠지 하는 상식이 북한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에 확인되었다. 문 정부로선 당혹감을 넘어서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관계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엿보인다.

 

김여정, 또 말폭탄대북특사 제안 공개

북한 중앙통신은 17일 아침에 남북간에 비밀스런 접촉 사실을 공개했다. 중앙통신은 이렇게 말했다.

"15일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을 간청하는 서푼짜리 광대극을 연출했다. 우리의 초강력 대적 보복공세에 당황망조한 남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특사를 보내고자 하며 특사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으로 한다면서 방문시기는 가장 빠른 일자로 하며 우리측이 희망하는 일자를 존중할 것이라고 간청해왔다.

남측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며 이렇듯 다급한 통지문을 발송한 데 대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

이렇듯 참망한 판단과 저돌적인 제안을 해온데 대해 우리는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 남조선 집권자가 위기극복용 특사파견놀음에 단단히 재미를 붙이고 걸핏하면 황당무계한 제안을 들이미는데 이제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을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특사파견과 같은 비현실적인 제안을 집어들고 뭔가 노력하고 있다는 시늉만 하지 말고 옳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며 험악하게 번져가는 지금의 정세도 분간하지 못하고 타는 불에 기름끼얹는 격으로 우리를 계속 자극하는 어리석은자들의 언동을 엄격히 통제관리하면서 자중하는것이 유익할것이라고 경고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노동당 제1부부장이라는, 차관급 정도의 직함을 가진 김여정이 감히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파견 요청을 서푼짜리 광대극이라고 비하할수 있는가. 자기네 국무위원장을 존엄으로 본다면 상대방 국가원수도 그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야 하지 않는가. 그계 예의다.

 

김여정은 이날 아침 별도의 담화를 내놓았다. 더 이상 담화 따위는 내놓지 않는다고 했던 김여정은 이날도 말폭탄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복공동선언 20주년 발언에 대해 김여정은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고 했다. 김여정은 남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채 미측에 굴종했다면서 더는 남측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했다.

요지는 미국에 등을 돌리고라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대북 경제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김여정은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는 이토록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이상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청와대 윤도한 수석, 북한에 몰상식한 행위비난

청와대가 발끈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김여정의 맞상대로 나섰다.

윤 수석은 이날 아침 김여정과 북한 언론보도에 대해 이러한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라면서 이는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며 북측의 이러한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톤을 높였다.

윤 수석은 이어 북한이 대북 특사 파견 제의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전례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이며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처사로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도한 수석은 한미디 더해 특히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쏘아부쳤다.

국방부도 강경하게 몰아부쳤다. 국방부는 만일의 경우 북한이 군사 도발을 해올 경우에 대비해 "실제 행동에 옮겨질 경우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연철 통일, 사의 표명

이날 느닷없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조금 상황을 지켜보다가 사의를 밝혀도 될 터인데 이렇게 빨리 발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의 돌변적 상황전개에 우리측 담당 장관이 놀라 사퇴한다면 지는 꼴이 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아쉽다. 물론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은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벌써부터 안보라인 교체론이 나온다. 거론된 인사들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란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문정인 특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직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최근의 남북관계 관련한 고견을 청취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문정인 특보,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임동원·박재규·정세현·이종석 전직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최근의 남북관계 관련한 고견을 청취하고 있다. /청와대

 

문 대통령, 원로 회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전직 통일부 장관과 원로들을 불러 오찬을 가졌다. 문정인, 임동원, 고유환, 박재규, 정세현, 이종석, 박지원씨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모임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도 설득하고 북한도 계속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