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에 해적 다시 출몰…해상유전설비 타깃
카리브해에 해적 다시 출몰…해상유전설비 타깃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6.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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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해상유전시설 상대로 급증…미국 정부, 특별보안경보 발령

 

카리브해에 해적 떼가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소형 보트에 5~15명씩 타고 해상유전설비나 석박에 올라타 선원과 근로자를 위협하고 물품을 뜯고 달아난다. 해적들은 총기나 다른 흉기로 무장을 하고 민간인들을 협박해 소지품을 빼앗거나 해상설비중 팔만 한 것을 뜯어 암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멕시코만은 300년전에 해적의 소굴이었다. 당시 해적들은 주로 영국인이고 프랑스인도 일부 있었다. 그들은 멕시코만의 섬들과 해안에서 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 마음껏 남의 물건을 약탈하고 사람을 죽였다. 무법지대였다. 카리브해에 한때 해적공화국(Republic of Pirates)이 존재했다. 1706년부터 1718년까지 11년간 실재했으며, 위치는 현재 바하마의 수도 나소(Nassau)가 위치한 뉴프로비던스(New Providence) 섬이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해적 단속령을 내리면서 해적공화국은 붕괴되었고, 그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18세기 카리브해 해적공화국 기 /위키피디아
18세기 카리브해 해적공화국 기 /위키피디아

 

그런데 멕시코만에 현대판 해적들이 다시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는 617일부로 멕시코만에 특별보안경보(special security alert)를 발령했다. 멕시코 대사관을 통해 고지된 미국의 특별경보는 무장 범죄조직이 캄페체 만(Bay of Campeche)에서 상선과 유전시설, 해안 공급선을 상대로 약탈을 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를 상향조정했다.

캄페체 만은 멕시코 만 남쪽 멕시코 해상인데, 이 곳에는 석유시추를 위한 해상플랫폼이 200여곳이나 밀집해 있으며 수백척의 운반선들이 운항하는 곳이다.

 

멕시코시티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안경보 /미국 국무부
멕시코시티 주재 미국 대사관의 보안경보 /미국 국무부

 

가장 최근에 지난 4월에 이탈리아 선적 레마스(Remas)호가 석유시추선에 보급을 하러 이 일대에 진입했다가 무장해적의 습격을 받았다. 해적들은 총격을 가한후 승무원을 인질로 잡고 선박 장비는 물론 귀중품을 약탈했다. 인질들은 다행히 한사람도 다치지 않았다. 이 배는 201911월에도 캄페체 만에서 해적의 습격을 받았고, 5개월만에 다시 약탈을 당했다.

 

카리브해 일대에서 해적이 사라진지 오래된다. 소말리아, 동남아시아에 해적들이 준동하는 시기에도 카리브해에선 해적 활동이 눈에 띠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부터 상황이 돌변했다. 멕시코 해군에 따르면 2015년엔 1, 2016년엔 5건에 불과하던 해적 피해건수가 2017년엔 19건으로 눈에 띠게 늘어났다. 2018년엔 16, 2019년엔 20건이었으며, 올들어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벌써 19건의 피해가 기록되었다.

이 수치는 당국에 보고된 것일뿐 실제 피해는 더 많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제운송노동자연맹에 따르면 2019년 켐페체 만에서 일어난 해상절도사고는 180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연맹의 수치는 선상의 보고, 현지언론의 보도, 선박의 긴급신호를 통해 집계한 것이다.

 

캄페체 만의 멕시코 석유시추시설 /Journal of Peroleum Technology
캄페체 만의 멕시코 석유시추시설 /Journal of Peroleum Technology

 

멕시코 당국은 최근 3년반 사이에 해적이 급증한 것은 육상의 대대적인 범죄소탕으로 범죄조직들이 단속이 뜸한 해상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2013년 멕시코 정부가 대대적인 경제개혁을 단행해 석유시추장비를 캠페체 해안에 대량 설치한 것이 해적들의 타깃이 되었다는 것이다.

 

해적들은 라이플이나 권총, 기타 무기로 무장하고, 5~15명 단위로 어선이나 소형선박을 타고 해상유전설비나 선박에 올라탄다. 해적들은 강력한 모터를 장착하기 때문에 단속반이 추격해도 쉽게 도망치곤 한다. 최근 멕시코 당국에 체포된 해적들은 드물고, 설사 체포된 경우도 사면을 받아 다시 범죄행렬에 뛰어든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멕시코만의 석유 시추설비 /위키피디아
멕시코만의 석유 시추설비 /위키피디아

 

다시 출현한 카리브해 해적들은 지브롤터, 덴마크, 파나마,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선적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일부 선장들은 기지를 발휘해 해적들을 배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무장 괴한에 나포되거나 강탈당하기 십상이다.

해적들의 약탈은 아직 좀도둑 수준이다. 선원들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거나 휴대전화, 컴퓨터 등 환금성 소지품을 뺏고, 고가 통신장비, 네이게이션 장비, 연료, 엔진, 산소탱크, 건설장비, 헬기 착륙장의 라이트 등을 떼내 암시장에서 돈으로 교환한다.

 

캠페체 만에 해적들이 출몰하자 멕시코 당국은 해상경비를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몇주일 사이에 해적 피해 보고가 없었는데, 단속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단속이 느슨해지면 다시 해적들이 출몰할 것으로 현지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멕시코 해상유전시설들은 국제범죄의 타깃일 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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