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는 바다일까 호수일까…5개국 걸린 이슈
카스피해는 바다일까 호수일까…5개국 걸린 이슈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6.2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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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안 5개국, 2108년 협약 체결…이름만 바다로 합의했으나 문제는 여전

 

카스피해(Caspian Sea)는 면적 362로 한반도의 17배나 되며, 러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등 5개국이 접하고 있다.

육지로 둘러싸인 카스피해는 어느 나라의 영해일까. 1991년 소련이 해체되기 이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카스피해의 대부분을 소련이 차지하고 이란이 남쪽 일부분을 가져가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이 독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생 3개국은 카스피해의 영유권을 주장하게 되었고, 여기에 더해 카스피해가 바다냐 호수냐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카스피해 명칭엔 바다(sea)로 되어 있지만, 지리학자들은 호수(lake)라고 규정해 왔다. 학생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어디인가라고 물으면 단연 카스피해라고 답한다. 하지만 바다냐 호수냐의 개념 규정이 연안국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카스피해가 호수라면 연안국들이 협의를 통해 호수에 대한 권리를 배분하게 된다. 바다라고 한다면 국제해양법에 따라 연안국이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의 바다를 영해로 확보한 후, 나머지는 협의에 따라 배타적 경제수역(EEZ)를 설정해 경제적 이익을 배분하게 된다.

구소련 시절에 소련과 이란은 쌍무협정을 통해 카스피 해에 대한 권한과 이익을 나누어 가졌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하고 3개국이 새로 독립하면서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와 이란은 카스피해를 호수라고 주장하고, 신생 3개국은 바다라고 주장했다.

 

카스피해 주변/위키피디아
카스피해 주변/위키피디아

 

이런 대립 이면에는 석유자원의 이해가 숨어 있다. 구소련 시절에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유전에서 엄청난 기름이 생산되었지만 소련 해체 직전에 고갈되었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이 독립한 이후 새로운 채굴기술이 개발되면서 해상에서도 기름이 채굴되었고, 미국과 유럽의 석유자본을 유치해 석유생산을 늘리려 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입장에서는 카스피해가 바다로 규정되어야 12해리+EEZ에서 나오는 석유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심사가 뒤틀렸다. 소련 시절에 바쿠 유전에서 생산된 기름을 마음껏 가져다 썼는데, 이젠 그것을 빼앗기게 되었으니 카스피해를 호수라고 해야 해상유전의 기름을 나눠 갖게 된다.

군사적 배경도 있다. 카스피해가 호수이면 러시아와 이란은 자국 해군을 상대국 해안에 해군을 배치할수 있다. 이에 비해 신생 3개국은 강대국의 함선이 자국 연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국제해양법의 보호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놓고 다섯 나라가 오랫동안 티격태격하다가 2018812일 카자흐스탄 해안도시 악타우에서 만나 카스피해의 법적 상태에 관한 협정’(Convention on the Legal Status of the Caspian Sea)에 합의했다.

협정은 카스피해를 어떻게 규정했을까. 명칭은 바다(Caspian Sea)로 규정하고, 조약의 세부 조항에는 수역(body of water)이란 애매한 표현을 썼다. 절충안 같지만 대체적으로 호수라고 규정한 현상유지의 협약이란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와 이란이란 강대국이 카자스흐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을 누른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악타우 해변 /위키피디아
카자흐스탄의 악타우 해변 /위키피디아

 

5개국의 역사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첫째, 적용할 국제법이 없다는 것이다. 바다도, 호수도 아니라고 규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가 도출될 경우 협정 이행위원회가 합의에 의해 판단하거나 새로운 조약을 만들어야 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분쟁의 소지는 남게 된다.

둘째, 군사적 불균형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협정은 5개 연안국 이외의 군대를 카스피해에 주둔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상대방 국가를 해상으로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역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NATO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어서 러시아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묵인하는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카스피해를 비무장지대로 규정하자고 주장했지만 러시아가 반대했다.

셋째, 수면 아래의 광물자원과 어족자원에 대한 공동의 규정을 마련하지 못했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러시아는 쌍무 또는 3자 협정을 체결해 자원 배분에 관해 합의했지만, 이란은 주변 연안국과 자원 배분에 대립하고 있다. 자원 배분 문제에 대해 협약은 애매하게 넘어갔다.

넷째,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송유관 또는 케이블선 연결 문제이 해결되지 못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송유관을 건설해 투르크메니스탄에 원유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는 연안 5개국의 합의 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러시아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환경문제를 걸고 넘어질 태세다. 연안국들 사이에 분쟁의 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카스피해는 석유자원 뿐아니라 전세계 캐비어의 80~90%를 공급한다. 또 연안국들이 경제개발에 나서는 바람에 오염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연안 5개국은 자원 배분과 오염 방지에 관한 문제를 여전히 공백으로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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