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K-팝 팬들은 왜 트럼프에 등을 돌렸을까
미국의 K-팝 팬들은 왜 트럼프에 등을 돌렸을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6.23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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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지털 세대, K-팝 가수의 행동 따라가며 정치적 영향력 행사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선거유세를 석달 동안 중단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말(20) 오클라호마주 털사(Tulsa)에서 유세를 재개했다. 그런데 19천명이 참석할수 있는 유세장에 3분의16만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1백만명의 사람들이 참석하겠다고 신청했는데, 유세장은 곳곳에 텅비어 있었다. 미국 언론들은 K-팝 팬들이 트럼프를 물 먹이기 위해 집단으로 유세장 티킷을 신청해놓고 노쇼(no-show)를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 K-팝 팬들과 트럼프 유세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미국의 K-팝 팬들은 왜 트럼프에 등을 돌렸을까. 전세계 언론들이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한 분석을 쏟아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BTS와 블랙핑크 등을 좋아하는 K-팝 팬들이 SNS와 디지털 문화에 능하며, 최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블랙핑크 페이스북 사진
블랙핑크 페이스북 사진

 

어떤 계층인가

미국의 K-팝 팬들은 젊고 사회적으로 진보적이며, 외부 지향적이다. 그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가깝게 다가 가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온라인과 SNS와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다. 인디애나 대학의 한국학 교수인 세다보우 세이지(CedarBough Saeji)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영화 기생충을 폄하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달리 팝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정치적 활동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흑인 팬들이 K-팝을 즐기면서 오랜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들의 관심사를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그들 가운데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에 자신들이 익숙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K-팝 팬들 가운데는 유색인종과 LGBTQ(성소수자)들도 많다. 따라서 K-팝 팬들이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에 공감하고, 트럼프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BTS의 노래가 '자신을 사랑하라(Love yourself)'는 메시지를 팬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주어 이들의 표현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정치의사를 표출하나

영상 SNS ‘틱톡’(TikTok)을 이용해 트럼프 유세장에 노쇼를 벌인 것이 미국 한류팬들의 첫 정치적 의견표출은 아니다.

K팝 팬들은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맞아 트럼프 캠프에서 생일축하 메시지를 요청하자, K-팝 가수들의 영상을 대량으로 보냈으며, 531일 텍사스 댈러스 경찰이 불법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는 해시태그(#)를 온라인에 퍼트릴 때에도 K-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대량으로 보내 세를 과시했다.

이번 트럼프 유세장 노쇼도 아이오와주의 한 여성이 틱톡에 트럼프가 무대에 혼자 서 있게 내버려 두자고 제안하자 K-팝 팬들이 폭발적으로 동참하면서 이뤄졌다.

 

K-팝 가수들의 기부활동에 자극 받았나

BTS와 소속사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강경 진압에 목숨을 잃은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인종차별과 함께 맞서겠다며 1백만 달러를 흑인 인권 단체에 기부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BTS 팬클럽 아미(ARMY)도 기부금 모집에 나서 24시간만에 BTS가 기부한 동일한 금액인 1백만 달러를 모아 기부했다.

K-팝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BTS의 기부활동에 미국 팬들이 ‘White Lives Matter’ 운동에 공감하고 트럼프와 백인주의자들에게 펀치를 날렸다는 것이다.

 

BTS 페이스북 사진
BTS 페이스북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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