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뒤집기…숨고르기? 더 큰 싸움의 예고?
김정은의 뒤집기…숨고르기? 더 큰 싸움의 예고?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6.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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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은 배드캅, 김정은은 굿캅 역할분담…예비회의라는 점에 촉각

 

보스가 나타났다. 아랫것들이 무시무시한 폭탄발언을 쏟아내며 남쪽을 향해 군사도발을 하겠다고 떠들던 것이 바로 어제인데, 김정은이 등장해 도발적 발언을 잠재웠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그동안 김여정이 2인자로 부상했다고 평가하고 곧 어떤 군사적 도발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최고존엄이 나타나 그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듯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원회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24일 보도했다. 지난 4일 김여정의 담화로 시작된 남북 긴장관계가 쉽게 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섣부른 기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와 여당에선 이런 기대가 서슴없이 나온다.

 

주목할 것은 노동신문의 표현이다. 노동신문의 문구를 그대로 옮기면 조선노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회의를 사회하시었다. 예비회의에서는 중앙군사위 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했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김정은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당과 군을 쥐고 있는 명실상부한 1인자임을 노동신문을 통해 각인시켰다. 김여정과 김영철 중에 누가 2인자이고 3인자이든, 김정은은 말 한마디로 모든 정세를 뒤엎을수 있는 절대자임을 보여주었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동생인 김여정이 군사 행동도 불사하겠다며 대남 노선에서 '악역'을 맡았다면, 김정은이 뒤에 나서 이를 달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배드캅, 김정은은 굿캅으로 역할분담했다는 얘기다.

 

또 북한은 화상회의를 통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는 코로나19가 북한에 확산되어 직접 만나서 회의를 할수 없는 상황이거나, 김정은이 평양이 아닌 지방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북한이 개최했다는 예비회의라는 정체도 의문이다. 통일부는 중앙군사위원회의 예비회의라는 것이 과거에 보도된 적이 없다""매우 이례적이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비회의라면 본회의가 별도로 있다는 뜻인데, 본회의에서 보다 더 큰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임시적이라는 의미다. 남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본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수 있다.

 

2018년 9월 18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청와대
2018년 9월 18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 /청와대

 

당장은 북한이 긴박한 군사도발 가능성을 완화한 듯 보인다.

북한은 전방 10여곳에 설치한 대남확성기를 3일만에 철거하고 선전매체들은 대북전단 비난 기사를 삭제하고 있다고 한다. 1인자의 결정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으 말을 인용해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한 주민 불만 해소, 대북 전단 살포 저지 등 단기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를 안심하거나 좋아할 일이 아니며, 더 큰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노동신문 보도에 관심을 끄는 표현은 예비회담에는 제차 본회의에 상정시킬 주요 군사정책 토의안들을 심의하였으며 본회의에 제출할 보고, 결정서들과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들을 반영한 여러 문건들을 연구하였다라는 대목이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포함한 전략무기 시험이나 공개 등을 의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북한의 돌변적인 태도에 여야의 관점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매우 적절한 결단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면서 "남북한의 적절한 대화와 남북미중의 고위급 대화로 한반도의 현상을 타개하고 바람직한 새 국면을 조성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레통합당 박진 의원은 중진연석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일단 다행이지만, 대적 선언이 철회된 건 아니다. 군 당국은 대북경계태세를 이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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