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머리고지서 궁예가 말 기르던 중어성 흔적 발견
화살머리고지서 궁예가 말 기르던 중어성 흔적 발견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4.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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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남방한계선 근처에서…조선시대 도기 조각도 수습

 

중어성은 후삼국시대 태봉국 궁예가 쌓았다는 전설의 성이다. 궁예가 이 성을 쌓고 군마를 조련했다는 전설이 있을 뿐, 관련 문헌이나 유물이 발견된 적이 없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 성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중어성 추정 성벽 (2019년 조사) /문화재청
중어성 추정 성벽 (2019년 조사) /문화재청

 

문화재청 남북문화재교류사업단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DMZ 유해발굴지역인 철원 화살머리고지의 문화재 분포현황조사를 실시하면서 DMZ내 역곡천 건너편에서 중어성으로 추정되는 현무암 축석 등의 유적을 확인했다. 화살머리고지를 에워싸고 흐르는 역곡천의 건너편 약 600m 지점에서 현무암으로 쌓은 축석(築石)구간 육안으로 확인되었는데, 조사단은 유해발굴지역 인근에 위치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는 중어성으로 추정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2006년 철원읍 가단리 남방한계선 인근에서 중어성 성벽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견했다. 중어성 성벽은 가단리 평원 서쪽 역곡천변 현무암 용암대지 위 평지석성 형태로 발견되었는데 가로 세로 50센티미터 크기의 현무암을 2미터 높이로 쌓아올린 형채로 동서벽은 20미터, 북벽은 30미터의 긴 장방형으로 이루어졌다.

평지석성으로 군마가 통행하는 주요길목이 아니고 전투 시 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전설처럼 말 목장 용도의 성으로 추정된다.

 

중어성 추정 성벽 (2006년 조사) /문화재청
중어성 추정 성벽 (2006년 조사) /문화재청

 

이번 조사는 현재까지 지뢰가 제거된 구간과 개설도로 주변을 대상으로 11명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고고유적 분야와 수목과 식생, 지질 등 자연문화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울러 조선 전기 유물 1점과 고려~조선 시대 도기편 등을 수습하고 식생과 동물서식, 지질 등의 자연문화재를 조사하고 분석 표본들을 채취했다.

고고유적으로는 작업도로 인근에서 잔존길이 약 20m 정도의 3~5단으로 쌓은 현무암 석렬(石列)을 확인했다. 지뢰 위험으로 석렬의 정확한 위치는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도로 측면에서 도기 조각과 구운흙(소토, 燒土) 등은 수습할 수 있었다.

특히 조선 전기(15세기 경)에 제작된 분청사기 계열의 대접 조각 1점도 확인되었다. 이 도자기 조각은 죽절굽(竹節, 대마디굽)으로 거칠게 다듬었고 굽바닥에는 도자기를 구울 때 사용된 모래들이 붙어 있는 채로 확인되었다. 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한 바탕흙(태토, 胎土)은 정선되지 않은 회백색이다.

또 고려~조선 시대의 도기 조각들도 함께 발견했다. 파수부(손잡이)가 결실된 검은색의 연질(軟質) 도기와 경질(硬質) 도기들이 확인되었는데, 대부분 물레를 사용하여 제작하였으며, 물로 손질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이밖에 작은 구운흙(소토, 燒土)도 수습했다.

한편,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중부 이북 고산성(高山性) 수목의 출현도 확인하였다. 또한, 고라니 등 포유동물 흔적과 박새 등 9종의 조류도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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