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베이킹 열풍…버터·밀가루 품귀 현상
일본에 베이킹 열풍…버터·밀가루 품귀 현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7.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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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집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상승, 가정용 식품 판매 호조…고급 식빵 인기

 

일본에 내식(內食) 붐이 일어나면서 버터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내식은 외식(外食)의 반대말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식사를 하는 풍조를 말한다.

코트라 나고야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학교 휴업, 재택근무가 이뤄지면서 집에서 빵을 굽는(베이킹)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가정용 버터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슈퍼 등에서의 버터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닛케이POS정보에 의하면, 4월 및 5월에 일본 전국에서의 가정용 버터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6, 1.5배 증가했다. 이는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 시즌에 초콜릿, 케이크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12월이나 2월보다도 높은 수치다.

유제품 제조사들은 서둘러 4~6월에 버터의 생산량을 전년동기대비 28.8% 확대했다. 그러나 생산 설비의 대부분이 업소용 대용량 제품(450g) 중심이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정용 소용량 제품(200~250g)의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긴급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는 서서히 상황이 안정되고 있지만, 도쿄의 한 슈퍼마켓의 관계자는 "여전히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1명 당 버터 1개로 제한하여 팔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빵의 주재료인 밀가루의 경우도 비슷하다. 닛신제분 그룹의 모리 아키라 재무본부장은 업소용 제품의 수주는 대폭 줄어든 반면 가정용 제품은 5배 정도 늘어나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신제분은 생산 라인을 최대한 가정용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베이킹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소일거리가 되고, 손으로 음식을 만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해진 마음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된다. 또 가족들,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내식 열풍에 고급 식빵도 인기다. 고급 식빵은 2013년 세븐일레븐에서 처음 출시한 이래,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주요 도시에 프랜차이즈가 다수 생겨났다. 이 중에는 오픈한 지 수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빵을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서는 가게도 많다.

전문가들은 고급 식빵의 인기 비결로 제품의 품질과 가격 정책의 절묘한 균형을 꼽고 있다. 일반적인 식빵이 한 근(340g~500g)150~200엔 정도인 데에 비해 고급 식빵은 근 당 480엔 정도로 약간 비싸다. 다소 고기이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를 한다는 생각에서 고급식빵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The Japan Timews 캡쳐
The Japan Timews 캡쳐

 

일본 총무성의 가계지출 조사에 의하면 20203월에 일본 전체 가구의 외식 관련 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32.6% 축소되었다. 전국적으로 긴급사태가 발령이 되어 대부분의 음식점이 임시 휴업 혹은 단축 영업을 하던 4월에는 그 폭이 더 커져서 65.7% 감소를 기록했다.

라이프스케이프마케팅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소비자가 집에서 식사를 하는 비중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시작한 2월 중순부터 상승했다. 긴급사태가 해제되기 직전인 57~13일에는 그 비중이 점심에는 65.9%(전년동기 대비 39.5% 상승), 저녁에는 88.4%(전년동기 대비 14.6% 상승)였다고 한다. 저녁 식사의 내식 비중이 80%를 초과하는 것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직후를 제외하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식음료 제조업체들의 경영 전략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캐시카우였던 업소용 제품의 실적이 악화된 반면 가정용(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아사히맥주의 경우 3월에 출시한 신제품 아사히 더 리치가 히트를 치면서 출시 후 2달 만에 연간 판매 목표의 50%를 달성했다. ‘집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주된 이유였다. 반면에 이 회사의 업소용 슈퍼드라이의 4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0%나 떨어졌다.

가정용 소스판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각종 소스를 제조 및 판매하는 불도그소스사는 B2B 비즈니스의 강화를 골자로 했던 중기 경영 계획의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이 회사는 업소용 제품 사업 부문에 투입하려고 했던 예산과 인력을 가정용 부문으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식품 유통이 편의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에 의존한 채널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최근 팬데믹 공포가 일상화되면서 인터넷쇼핑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등 새로운 판매 방식이 주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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