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⑦…해양제국 영국에 도전하다
JP모건⑦…해양제국 영국에 도전하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7.05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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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트러스트 IMM 설립, 북대서양 항로 독점…베어링 합병하려다 무산

 

20세기로 전환되면서 세계의 패권이 서서히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은 세계의 공장 지위를 미국에 넘겨주었다. 런던의 더 시티(the City of London)는 세계금융중심지로서의 지위를 뉴욕의 월스트리트에게 빼앗겼다. 모건 하우스는 유럽 전역을 지배하던 로스차일드와 영국 앵글로색슨의 상징인 베어링브러더스를 내려다보게 되엇다.

세계 역사에서 패권이 움직일 때엔 대개 전쟁이 발발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이동할 때에는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긴장관계는 있었다. 한 때 식민지였던 나라 미국이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뎜벼 들자 영국은 미국의 행동에 제한을 가하게 되었다.

 

영국은 해양대국이었다.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였다. 미국 북쪽의 캐나다, 태평양 제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인도, 남아프리카, 이집트를 식민지 또는 보호령으로 삼아 지배했다. 세계의 바다는 영국의 것이었다.

이 영국의 바다에 도전한 사람이 존 피어몬트 모건이었다. 피어폰트는 190210월 인터내셔널 머컨타일 머린(IMM: International Mercantile Marine Co.)이라는 해운 트러스트를 조직했다. 영국이 쥐고 있던 북대서양 해운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였다.

이 트러스트에는 아메리카 라인, 레드 스타 라인, 애틀랜틱 트랜스포트 라인 등 미국 해운회사는 물론 영국의 화이트 스타 라인, 레이랜드 라인이 포함되었다. 미국 은행이 주도하는 트러스트에 영국 굴지의 해운회사들이 참여하자 영국이 당혹해 했다. 영국은 이제 해양주도권마저 넘어가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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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위키피디아
J.P.모건 /위키피디아

 

0세기로 넘어가면서 영국은 세계 패권 유지에 힘이 부치는 것을 느꼈다. 남아프리카에서 보어전쟁(1899~1902)을 치르면서 전비 마련을 모건하우스에 부탁해야 했다. 영국은 런던에서는 로스차일드와 베어링 브러더스에게 국채발행을 맡기고 뉴욕에선 J.P.모건에 맡겼다. 영국시장만으로 전쟁채권을 소화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피어폰트는 로스차일드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했고, 영국정부는 J.P.모건의 거만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만큼 미국 금융파워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준 것이다.

모건 하우스는 런던 지하철 사업에도 돈을 투자했다. 피어폰트는 해머스미스에서 피카딜리~더 시티로 이어지는 지하철에 금융지원을 했다. 그런데 당시 런던 지하철사업을 석권하고 있던 찰스 여키스(Charles T. Yerkes)가 영국 의회에 로비하면서 피어폰트의 런던 지하철 사업을 무산시켰다. 피어폰트는 여키스에게 악당이니, “협잡꾼이니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으나, 영국 심장부로 파고드는 피어폰트의 시도는 좌절되었다.

 

이런 와중에 피어폰트가 영국 해운회사까지 끌어들여 해운 트러스트를 조직했다. 피어폰트의 북대서양 해운망은 자신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철도를 바닷길로 연결시켜 유럽에 미국 상품을 쏟아내자는 속셈이었다. US스틸이란 철강 트러스트를 구성한지 1년만에 해운 트러스트가 탄생한 것이다.

IMM은 지주회사였고, 가입 해운회사들은 자회사로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유지했다. 다만 요금과 운임 체계, 선박운항스케줄, 물동량 조절 등을 지주회사의 관리 하에 통제하는 일종의 신사협정 체제를 도입했다.

IMM의 선대는 120척으로 민간회사로는 세계 최대해운회사였으며, 당시 프랑스의 보유상선보다 많았다. 피어폰트는 당대 최대 여객선 업체인 영국의 화이트 스타 라인(White Star Line)을 매입해 트러스트에 포함시켰다. 피어폰트는 화이트 스타 라인의 CEO 부르스 이스메이(J. Bruce Ismay)IMM의 회장에 올려 놓았지만, 이사회 주요 멤버들은 모두 미국인으로 채워 넣었다.

 

IMM이 1922년에 발행한 우선주. /위키디피디아
IMM이 1922년에 발행한 우선주. /위키디피디아

 

피어폰트는 북대서양 해운트러스트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 해운회사들과 제휴를 시도했다. 당시 독일에서 북대서양 노선에 투입되었던 해운회사는 함부르크-아메리카(Hamburg-Amerika)였다.

피어폰트는 함부르크-아메리카와 협정을 맺었다. 협정은 IMM이 독일의 시장을 침투하지 않고 독일 회사는 IMM의 시장에 들어가지 않도록 규정했다. 경쟁을 제한하는 일종의 카르텔 협정이었다. 피어폰트는 협정 체결 이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를 만났다. 빌헬름은 함부르크-아메리카 외에 노스 저먼 로이드(North German Lloyd)도 카르텔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

미국 해운회사, 영국의 일부 해운회사의 트러스트가 조직되고, 여기에 독일 해운회사가 참여한 카르텔이 형성되자 영국은 IMM과 독일 회사들이 북대서양 항로를 독점할 것을 우려했다. 게다가 영국 국적의 선박은 전시에 징발 대상인데 미국 트러스트에 포함되면 동원을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

 

다급해진 영국 정부는 자국 최대 해운회사인 큐나드 라인(Cunard Line)IMM에 가입시키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피어폰트는 영국 정부와 적이 되더라도 큐나드를 트러스트에 포함시키려 했다.

영국 정부는 큐나드 주주들에게 피어폰트의 IMM에 가입하지 말라고 위협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큐나드에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모건의 획책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큐나드는 영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당대 세계최대 선박인 모레타니아호(RMS Mauretania)와 루시타니아호( RMS Lusitania)를 건조하게 되었다.

영국 정부는 또 피어폰트에게 트러스트에 소속된 영국 국적선에 대해 전쟁 발발시 징발할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피어폰트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게다가 트러스트 소속 영국 선박에 선장과 선원을 영국인으로 하고 영국기를 달도록 인정했다. 이런 양보를 통해 피어폰트는 영국의 견제를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은 피할수 없었다. 피어폰트의 IMM과 영국의 큐나드는 치열한 요금 인하경쟁을 벌였다. 영국은 거함 IMM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큐나드는 영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있었고, IMM은 설립하면서 막대한 차입금을 들여왔기 때문에 재정이 취약했다. 피어폰트는 트러스트를 조직하면서 자산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IMM의 증권을 발행했다. 발행된 증권의 80%4년째 되던 1906년까지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때문에 IMM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도 못했다. 아직 피어폰트가 영국의 대양주도권을 도전하기엔 벽이 높았던 것이다.

IMM이 적자의 늪에 허우적거리는 와중에 화이트 스타 라인이 제작한 초호화유람선 타이태닉호(RMS Titanic)1912침몰했다. 피어폰트는 곤욕을 치르게 된다. IMM은 피어폰트가 시도한 모험 중에서 실패작으로 기록되었다.

 

IMM 소속 화이트 스타 라인이 건조한 타이태닉호 /위키피디아
IMM 소속 화이트 스타 라인이 건조한 타이태닉호 /위키피디아

 

피어폰트는 1904년 뉴욕의 J.P.모건과 영국 굴지의 은행 베어링 브러더스와 합병을 추진했다. 만약 두 은행이 합병되었더라면 런던과 파리, , 프랑크푸르트에서 은행업을 하던 로스차일드를 제치고 최대 앵글로-색슨 금융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로스차일드는 유대인 은행으로 여전히 유럽에선 최대 은행이었다.

그러나 이 시도는 무산되었다. 모건하우스의 역사를 정리한 론 처노(Ron Chernow)는 그 이유에 대해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영국 J.S.모건의 파트너로 영입한 영국 정치 거물 클린턴 도킨스가 실망할 것이 두려웠고, 둘째 런던에 머물고 있는 아들 잭 모건의 위치가 불안정해 진다는 이유라고 한다.

피어폰트의 나이는 60대 후반이었다. 자신의 왕국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할 나이가 되었다. 1905년 피어폰트는 영국의 J.S.모건 경영을 에드워드 그렌펠(Edward Grenfell)에게 맡기고 외아들 잭을 뉴욕으로 불러 들였다. 본격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시키려 한 것이다. 이 때 잭의 나이는 37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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