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텍의 저주…"물 부족" 멕시코시티
아즈텍의 저주…"물 부족" 멕시코시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7.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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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로 호수 매립, 홍수 방지용 배수시설, 지하수 난개발…치수 재앙

 

스페인 장교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ś)1521년 아즈텍의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을 함락했을 때 그 넓었던 호수는 어디로 갔을까.

1519년 코르테스가 테노치티틀란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의 눈 앞엔 놀라운 풍경이 드러났다. 이 미개한 대륙에 유럽의 어느 도시보다 큰 도시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 고대 도시는 텍스코코호(Lake Texcoco) 위에 떠 있는 10km의 정방형 섬이었다. 섬의 면적은 8~13.5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해당한다. 아즈텍인들은 호수에 둑을 쌓아 농지를 조성해 식량을 조달했다. 또 두 개의 수로를 만들어 어느 한쪽이 청소나 수리중이 경우에 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는 정기적으로 청소를 했으며 쓰레기는 배에 실어 바다에 버렸다. 도시 내 시장에는 하루에 2만명의 시민이 물건을 사고 팔았으며, 축제 때엔 4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호수에서 섬 내부로 연결되는 여섯 개의 길이 나 있었고, 배의 통행과 방어를 위해 곳곳에 목조 다리가 설치되어 있었다.

 

코르테스의 테노치티틀란 함락 /위키피디아
코르테스의 테노치티틀란 함락 /위키피디아

 

이렇게 아름다웠던 아즈텍의 수도는 500년이 지난 지금 거대한 호수는 말라 버리고 먹을 물이 모자라고 지반이 침하해 건물 벽에 금이 가는 흉물의 도시로 변해 버렸다. 도시가 이렇게 황폐화하게 된 것은 스페인인과 그 후예인 멕시코인들이 수자원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시티에는 9백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고, 광역권을 포함하면 2천만명이 살고 있다. 멕시코 인구 13천만명의 15%에 해당한다.

하지만 2천만 인구가 마시고 쓸 물이 절대 부족하다. 5백년전에 아즈텍인들이 사용하던 풍부했던 수자원은 우기에 지하통로로 흘려보내고 건기에는 다른 곳에서 물을 트럭으로 수송해 쓴다. 이 고질적인 병폐의 원인은 아즈텍을 멸망시킨 코르테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발 이전에 존재했던 멕시코 시티의 호수 /위키피디아
개발 이전에 존재했던 멕시코 시티의 호수 /위키피디아

 

멕시코 시티가 위치한 계곡은 분지형으로 주변 산에서 눈 녹은 물이나 빗물이 흘러 내려 다섯개의 호수를 형성했다. 멕시코 시티 주변은 연평균 강우령 700mm인 반건조 지역이며, 우기인 5~10월에 대부분에 연강우량의 대부분이 내리고, 건기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분지는 해발 평균 2,236m로 자연 지형으로는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우기에는 호수의 수위가 6m 정도 상승해 다섯 개 호수가 하나로 변하고, 건기에 수위가 내려가 별도의 호수로 분리되었다. 5개의 호수는 우기에 내린 비를 받아 건기에도 사용하도록 하는 저수지 역할을 했고, 아즈텍인들은 호수의 물을 활용해 생활을 했다.

아즈텍 시대의 텍스코코호는 원래 소금기가 있는 염호(塩湖)였다. 아즈텍인들은 티노치티틀란 주변에 둑을 쌓고 민물로 만들어 농경생활을 했다. 식수원은 상수도를 만들어 멀리서 끌어왔다.

 

멕시코 시티 국립인류학박물관의 테노치티틀란 모형도 /위키피디아
멕시코 시티 국립인류학박물관의 테노치티틀란 모형도 /위키피디아

 

멕시코 시티의 첫 번째 역사적 오류는 코르테스가 테노치티틀란을 차지한 이후 텍스코코 호수의 둑을 허문 것이다. 둑이 무너지면서 호수 전체에 소금기가 번졌고, 호수 물은 농사용 용수로 쓰거나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둑이 가지고 있던 홍수 조절 기능도 사라졌다.

두 번째 실수는 스페인은 아즈텍의 수도를 뉴스페인의 수도로 사용한 것이다. 멕시코 계곡에는 주기적으로 홍수가 발생했다. 1604년 홍수로 도시가 침수되었고, 1607년까지 홍수가 이어졌다. 스페인인들은 호수 물을 빼는 배수시설을 만들었지만 1629년 대홍수로 도시가 5년간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다. 당시 스페인 식민당국은 수도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때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겼어야 했다. 1810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멕시코 시티를 수도로 삼았다.

세 번째 오류는 텍스코코 호수를 메워버린 것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는 텍스코코호를 매립하지는 않았다. 독립후에 인구가 갑자기 늘었다. 19301백만이던 인구가 1970년대말에는 1,400만으로 늘어나면서 호수를 매립해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했다. 지금은 외곽까지 합치면 2천만 인구다. 다시 호수를 살릴수도 없다.

네 번째 오류는 홍수 제어를 위해 배수시설을 만든 것이다. 멕시코 정부는 홍수 해결을 위해 배수 터널을 뚫어 우기에 넘치는 물을 멕시코 만으로 흐르는 파누코 강( Pánuco River)으로 뺐다. 1967년에는 수백km의 심층 배수시설을 만들어 홍수시 큰 물이 흘러나가게 했다. 이때 뚫은 터널은 지하 30~250m를 관통했고, 터널의 지름은 6.5m에 달했다. 2019년엔 7억 달러를 투입해 62.5km의 새로운 배수터널을 완공했다.

홍수 물을 아무런 효용 없이 배수하다 보니 건기에 쓸 물이 없어졌다. 아즈텍인들이 호수에 저장된 물을 건기에 사용했던 이점을 살리지 못하게 되었다. 텍스코코호는 지금 소금기만 남은 습지로 변했고, 다른 호수들도 극히 오염된 웅덩이로 남아 있다.

 

멕시코 시티의 단면도 /위키피디아
멕시코 시티의 단면도 /위키피디아

 

분지 외곽에 7개의 저수지가 있다. 하지만 그 저수지 물로는 부족해 광역 멕시코 시티 주민들은 지하수를 파서 물을 끌어올리거나 외부에서 물을 수송해 사용하고 있다.

인구 2천만명이 지하수물을 끌어 쓰고 있다. 정부 통계에는 수도권에 1,089개의 펌프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는데, 작은 것들은 통계에 잡히지도 않고 있다. 지하수 개발로 지표면의 지하수는 거의 고갈되었고 대수층 아래로 파이프라인이 내려가고 있다. 대수층은 암벽에 의해 지표면의 오수로부터 보호되었지만, 최근에 워낙 많은 파이프를 뚫어 지하수도 오염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수천년 동안 갇혀 있던 대수층 지하수도 고갈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 분지 대수층의 물 충당량이 1초당 31.6m3인데, 사용량은 58.5m3으로 1초당 28m3의 물이 대수층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고 한다.

대수층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지표면이 침하하고 있다. 20세기에 멕시코 시티의 지표는 평균 9m 가라앉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금도 멕시코 분지의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 멕시코 시티의 가옥, 도로가 갈라져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하수와 별도로 다른 지방에서 물을 공급받는다. 상수도로 공급받기도 하지만 누수량이 많아 트럭으로 운반해 오는 양이 많다.

멕시코 시티 가정에는 헛간에 물통들이 가득 있다. 비가 올 때 받아 놓거나 물 공급 차량이 올 때 받아 놓은 물을 저장하기 위해서다.

과연 지금 멕시코인들은 5백년전 아즈텍인들보다 잘 살고 있다고 할수 있을까.

 

2019년 개통한 새로운 배수 터널 /위키피디아
2019년 개통한 새로운 배수 터널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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