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좌파 정책의 실체를 간파했다
부동산 시장은 좌파 정책의 실체를 간파했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7.07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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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속의 부동산 상승세…막대한 돈줄기, 부동산으로 흘러간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좌파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집권 3년이 지난 지금 그 얘기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요즘 연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경기는 절벽인데 집값만 오르고 있다. 얼마 전에 국토교통부가 스믈 몇 번째인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전국의 집값이 대책을 코웃음치며 스멀스멀 오르고 있다.

정치권도 비상이다. 사과할줄 모르던 집권 여당의 이해찬 대표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만은 고개 숙여 사과했다.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이 오히려 솔직했다. 그는 청와대 고위비서관에게 다가구 주택을 처분하라고 지시하면서 솔선수범을 보였다. 서울 강남 집을 팔지 않고 청주 집을 판 것이다. 강남 불패 신화를 대통령 심복이 스스로 실천한 것이다.

 

부동산 주무장관인 김현미 건설교통부 장관은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청와대를 달려갔다. 뭔가 또다른 대책이 나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올리자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미안하지만 지금 거론되는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 보유세를 올린다고 집값이 떨어질 거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오른 세금은 집값에 전가되어 상승효과를 준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하면서 양도세를 올리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정부의 부동산세금 정책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보다는 이 기회에 세수를 확대하자는 얘기로 들릴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하는 것은 좌파 정책에 그 원인이 있다. 좌파 이념은 부의 평등을 실천하는 것이다. 수단은 세금밖에 없다. 가진 자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고 그 혜택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코로나 대책도 모두 분배에 치중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부자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 그 일환이다. 모든 것을 세금으로 해결하고 있다. 코로나로 대학생들이 대면 강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등록금을 깎아달라 요구하니, 결국은 재정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차례 추경을 실시하면서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 돈이 모두 어디로 갔고, 앞으로 퍼부을 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서민을 구제하고 산업을 회복시킨다는 명분을 세웠는데, 경제는 돌아가지 않고 있다. 얼어붙은 땅에 물을 부으면 그 물은 지표면을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어 그나마 수직낙하하는 경기를 잠시나마 버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많은 돈들은 경제에 활력을 주지 않고 부동산 시장에만 활력을 준 것이다.

강원도 홍천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다음날 한강에 큰물이 난다. 전국적으로 경기를 살리려 돈비를 내렸더니 그 돈 줄기는 부동산 시장에 덥쳐 버린 것이다.

 

흔히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가진 자들이 위축되고, 돈이 움츠러들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부자들의 투기장인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린 것이다. 그래서 서울의 강남 사람들은 표는 보수 정당에 주고 내심 진보정권을 즐긴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재미를 보았다. 그 경험적 증거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경험칙상, 경제이론상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몇차례 좌파경험을 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좌파 정부의 실체를 파악했다. 보수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좌파 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했다. 정부가 세금을 걷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재정을 키우고, 그 돈으로 서민 약자들에게 베푸는 것이 좌파들의 정책이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조세저항에 부딪치고, 소수의 고소득자에게만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것도 자금 이탈을 유발하기 때문에 어렵다. 결국은 만만한 게 국채 발행인데, 이미 지방정부들이 선심성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방채를 과다하게 발행하다 재정악화를 겪는 것을 보았다. 임기가 제한된 대통령으로선 가시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미래의 돈을 끌어쓸 수밖에 없다. 미래를 담보로 한 국채 발행은 결국 시중 유동성을 불려나갈 뿐이다. 이 돈은 큰 물줄기를 타고 자산시장, 주식이든 부동신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부동산 현상은 미시적 현상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거시경제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 억제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빚(국채)을 내서 재정을 확대하는데, 그렇게 풀려나는 돈을 어찌 막을 것인가.

경기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부동산 시장에 돈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3, 4차 추경을 한다 해도 그 돈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부동산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로 물길이 트여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길을 막는다고 내놓은 정책이 은행 창구 규제다. 담보대출을 막으면 부동산에 돈이 흘러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무주택자가 대출 받아 집을 살 기회를 잃게 되고, 은행 돈 필요 없는 돈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기회를 줬다.

이러다가 경기가 회복되면 더 큰일이다. 가뜩이나 마이너스 성장이고, 물가가 하락하는 상태에도 돈은 부동산으로 흘렀다. 경기가 회복되면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은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들고, 가난한자를 더 가난하게 한다. 좌파정부의 패러독스는 여기에 있다. 부동산 시장만 가두어 놓고 돈이 흘러들어가게 하지는 못한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다른 자산시장으로 돈의 줄기가 흘러 넘쳐들어가게 된다.

 

그래픽=이인호 기자
그래픽=이인호 기자

 

노무현 정부(20032~20082) 시절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물론 외부적인 요인도 있었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부동산 붐이 일었다. 글로벌 호황으로 유동성이 넘쳐났고, 그 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에 강남 아파트가격은 167%나 올랐다. 버블 세븐이라는 얘기도 기억이 날 것이다. 전국이 투기장화했다. 각종 규제책이 나왔다. 양도세 중과, LTV·DTI 규제, 1가구 2주택자 실거래가 과세 등등. 그러나 결국 노무현 정부시절에 강남 사람들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 그때 돈을 번 사람들 중에서 좌파가 나왔으니, 강남좌파요, 그들중 일부가 문재인 정부에 핵심인사로 참여했거나, 지금도 참여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강남 집을 팔지 않는 것은 이런 이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좌파가 실패하는 이유는 시장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념적인 이상주의자로, 이상 실현을 위해서 시장을 제어할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기기 힘들다. 2차 대전후 프랑스에서 두 번째 사회당 정부를 이끈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좌파 색채의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부유층이 경제 위기 극복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최고 세율 75%에 달하는 부유세를 추진했다. 그러나 부자들이 프랑스를 떠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그는 집권 2년만에 우파 정책으로 돌아섰다. 시장에 패한 것이다. 올랑드는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 유로(532,400억원)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의 '책임협약'을 발표했다.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많은 보수를 받는 직업군의 진입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래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게 되자 지금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을 경제기획부 장관으로 영입해 우파적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결국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했다.

 

강남 좌파는 부동산을 좋아한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들은 부동산을 싫어하지 않는다. 강남좌파라고 일컬어지는 무리들은 어쨌든 그동안 경제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재산적 바탕 위에 공부도 많이 했고, 좋은 환경에서 살았고, 지적 유희로 이상주의로 흐른 것이다.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좌파 정부가 들어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기업인을 죄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회사를 정리하고 부동산이나 사두려고 하는 심리가 생긴다. 실례로 노조에 지쳐 중소기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쇼핑몰을 사서 편안하게 사는 사람도 주변에서 보았다. 누구 좋은 일 하려고 사업하는가, 이런 분위기는 결국 가진자들로 하여금 자산 시장 선호현상을 부추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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