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브렉시트, 북아일랜드엔 신IRA 부상
시끄러운 브렉시트, 북아일랜드엔 신IRA 부상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4.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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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벨파스트 협정 이후 다시 폭력 등장…영국-아일랜드의 오랜 갈등 재연조짐

 

영국의 EU탈퇴가 시간을 끌면서 북아일랜드에 신() IRA(New Irish Republican Army)가 준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IRA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 이후 해산한 IRA(아일랜드 공화군)의 후예를 자처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진짜 IRA’(Real IRA)라며 IRA 지도부가 무장해제를 한데 대해 불만을 품고 개별적으로 다시 조직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8일 리라 맥키( Lyra McKee)라는 여기자를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 이후 신IRA는 성명을 내고 지난 18일 총격전에서 리라 맥키가 숨진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날 북아일랜드의 영국경찰들은 반체제 공화주의자들이 총기와 탄약을 휴대하고 경찰을 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해 수색을 하던중 총격전이 벌어져 경찰차 인근에 있던 리라 맥키가 총에 맞아 숨졌다.

IRAIRA의 정신을 이어받아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주장하는 그룹이다. 영국 정계와 사회가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에 의해 이끌려 가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이 다시 그어지고 세관이 설치하는데 반발해 다시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 것은 노딜(no deal)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아일랜드의 켈트족이 분단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오랜 역사적 갈등이 다시 뿜어져 나온 것이다.

 

자료: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
자료: 코트라 브뤼셀 무역관

 

영국의 식민통치를 받던 아일랜드는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6년 오랜 무장투쟁의 결과로 독립을 얻었다. 그 와중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계가 많이 살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아일랜드인들은 구교인 카톨릭을 종교적 근원으로 삼고 있는데 비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인들의 종교는 신교인 프로테스탄트다. 민족적, 종교적 갈등이 두 나라 사람들을 오랫동안 대립하게 했다.

아일랜드의 켈트 민족주의자들은 독립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들은 북아일랜드에 준군사조직인 IRA를 결성해 1968년부터 북아일랜드에서 유혈충돌을 벌였고, 그후 30년간 3,259명의 사망자와 5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998410일 영국과 아일랜드는 벨파스트 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서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6개주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신에 영국은 국경을 허물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때 IRA 지도부는 협정에 따라 무장을 해제했다. 하지만 강경파들은 지도부를 비난하고 2012년 진성 멤버들로 신IRA를 결성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국경(킬린 근처) /위키피디아
영국과 아일랜드 국경(킬린 근처) /위키피디아

 

브렉시트가 신IRA의 부활에 기름을 부었다. 가장 민감한 것이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였다.

영국 국토는 브리튼 섬과 북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브리튼 섬에서는 브렉시트 후 항만과 공항에 세관을 설치해 상품 유출입을 통제할수 있지만, 문제는 아일랜드 섬에서 발생한다.

현재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독립국인 아일랜드 사이 국경에는 아무런 금이 그어져 있지 않다. 두 나라 모두 EU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상품을 실은 차량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국경에 대한 합의가 없이 노딜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두나라는 국경을 넘는 상품에 대해서는 서로 관세를 물리게 된다.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단행될 경우 영국에서 수출하는 의약품,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가는 농산물이 멈춰설 가능성이 크다. 의약품은 환자들에게 시급하고, 다른 약품으로 갑자기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아일랜드 정부의 고민은 의약품이라도 관세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문제는 국경의 안전장치다.

아일랜드 섬은 아일랜드 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나눠져 있고, 영국의 유일한 육상 국경이 이 곳에 있다.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접경지대는 500km에 달하고, 하루 평균 4만명가량이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영토는 다르지만 아일랜드 섬 자체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에는 아무런 제한장치가 없다. 지금까지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모두 EU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차량과 상품, 사람이 이 육상 국경을 자유롭게 오갔다. 그런데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EU에 가입해 있는 아일랜드와 탈퇴한 영국 사이에 관세와 경제제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국경을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영국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북아일랜드 국경에 펜스를 쳐서 세관을 두어야 한다고 한다. 이를 하드보더(hard border)라고 한다.

EU는 브렉시트 협상 초기부터 아일랜드 섬 국경에 국경선을 긋는 하드보더에 강경하게 반대했다. 영국도 하드보더를 만들 경우 아일랜드의 반발을 우려해 처음부터 하드보더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다만 국경을 오가는 제품에 대해 안전망(백스톱)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론만 제시했다.

국경문제를 어물쩡하게 합의한 게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영국 총리의 실수였다. 메이 총리는 하드보더를 칠 경우 영국이 쪼개질수 있다며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의원들은 총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여기에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해묵은 민족감정이 드러난다. 영국이 북아일랜드의 육상 국경에 금을 긋고 세관을 설치하게 되면 아일랜드 섬의 켈트족은 사실상 분단이 된다.

 

EU와 영국 /위키피디아
EU와 영국 /위키피디아

 

영국이 브렉시트를 위해 북아일랜드에 물리적 국경을 만든다면 벨파스트 협정을 위반하게 된다.

IRA라는 북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국경을 새로 설치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다.

맥키의 죽음에 대해 북아일랜드의 주요 정당들이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정당은 폭력을 반대했다. 하지만 1998년 벨파스트 협정 이후 21년만에 발생한 이번 총격사건은 브렉시트를 앞두고 영국과 아일랜드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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