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홍콩 페그제 허무나…SWIFT 축출 가능성
미국, 홍콩 페그제 허무나…SWIFT 축출 가능성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7.0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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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실무팀에서 논의…비현실적이라는 분석 있으나 상황 따라 추진 가능성도

 

홍콩의 통화는 미국 달러에 대해 페그(peg)되어 있다. 일종의 고정환율제다. 홍콩 통화는 1 US달러당 7.75~7.85 홍콩달러의 얇은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데, 홍콩 통화당국(Hong Kong Monetary Authority)이 보유외환을 풀었다 죄었다 하면서 미국 달러에 대한 교환비율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홍콩보안법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홍콩통화의 페그제를 붕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17.8의 비율에 중심점이 맞춰져 있는 홍콩 달러의 교환비율이 무너지면 홍콩 경제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통화가치 절하로 자본의 대탈출이 예상된다. 중국이 홍콩에 대한 일국이제의 틀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미국의 보복으로는 최강수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무진들이 홍콩달러의 페그제를 무너뜨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방안은 미국 국무부 팀에서 검토되고 있는데, 아직 백악관의 고위층에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무부가 이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마이클 폼페오 장관이 총대를 잡고 중국에 대해 연일 초강경 발언을 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국무부 내에서도 아 방안에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 조치로 피해를 보는 것은 중국보다 홍콩과 미국 은행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무부에서는 미국-홍콩 범죄인도조약을 파기하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홍콩 통화의 아킬레스건을 끊는 것은 홍콩에겐 치명적이다. 에디 유에(Eddie Yue, 余偉文) 홍콩통화당국(HKMA) 수장은 지난달에 미국이 달러 공급망을 차단한다면 대재앙의 시나리오’(apocalyptic” scenario)가 전개될 것이라며 그 여파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미국에도 파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홍콩통화당국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외환이 4,400억 달러로 홍콩내 통화 유통량의 2배에 해당하다며 상거래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홍콩은 영국식민지 시절인 1983년부터 미국 달러에 대해 페그제를 실시해 왔다.

홍콩 전문가들은 미국이 홍콩에 달러 공급을 차단한다면 핵무기와 같은 공격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내 미국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미국이 홍콩 달러를 공격하면 미국의 피해도 크고, 미국 은행과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한 홍콩 달러의 통화제도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기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에게 물어 미국의 홍콩달러 페그제 파괴에 방식과 그 효과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진단했다.

그 첫째는 미국과 외국 은행들에게 미국 달러를 매도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은행들의 달러 매도는 홍콩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오히려 미국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또 중국은 무역흑자국이고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의 수렁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공격에서 금새 원상으로 복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보다 홍콩과 미국의 은행들이 입는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둘째는 미국 재무부가 홍콩과 중국 은행에 달러 공급을 중단하는 방법이다. 홍콩의 달러 조달 코스트가 올라가고 결국은 페그제를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미국이 중국과 홍콩에서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한 채택하기 힘든 방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셋째는 최후의 수단으로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홍콩을 국제은행간 통신협정(SWIFT: the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Communication)에서 축출하는 방법이다. SWIFT19735월 유럽과 북미의 주요 은행이 가맹해 발족된 비영리조직으로 본부는 브뤼셀에 있다. 이 조직은 각국의 주요 은행을 묶어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은행 상호간의 지급·송금업무 등을 위한 데이터 통신의 교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조직에서 탈퇴하면 외환거래가 차단될 우려가 크다.

이 방법은 중국과의 전면전을 의미한다. 이 방법은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조치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편중한다는 이유로 WHO(세계보건기구)를 탈퇴하는 극단적인 조치도 취하는 분위기로 보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콩 달러 /위키피디아
홍콩 달러 /위키피디아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홍콩 달러의 환율은 보도 직후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미국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았고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했다.

특히 11월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경제도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홍콩을 고립시키는 모험을 피할 것이기 때문에 홍콩외환시장은 당분간 관망세의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엄포는 계속되고 있다. 홍콩의 주요은행인 HSBC의 아시아 책임자 피터 웡(Peter Wong)이 중국 정부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자 폼페이오는 그를 지목하면서 런던을 배신하고 중국에 투항한다고 베이징 정부가 알아줄 것 같으냐고 험악한 말을 했다. HSBC는 영국이 설립한 홍콩은행이다. HSBC 주가는 폼페오 발언 후 3% 이상 하락했다.

폼페오 장관은 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SNS 틱톡의 미국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 자유를 준수하길 원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중국공산당이 책임지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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