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美 독립절 DVD 달라”…미국에 구애?
김여정 “美 독립절 DVD 달라”…미국에 구애?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7.1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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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발언 수위 낮춰…DVD 통해 미북 대화 제의한 듯

 

븍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말투가 싹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독설을 퍼붓던 김여정이 미국에 대해선 나긋나긋한 톤으로 말했다.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은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모르긴 몰라도 조미(북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또 모를 일이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고도 했다.

이 말이 애매하다. 김여정은 자신의 견해임을 전제로 최근 흘러나오는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김정은이 판단하면 열릴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미국이 생각이 있다면 김정은이 회담에 응할 수도 있다고 뜻으로 들린다.

 

이날 김여정의 담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긴 담화 내용 끝부분의 내용이다. 김여정은 끝으로 며칠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뜬금없이 웬 독립기념일 DVD일까. 한국에서는 요즘 DVD는 퇴물이고 웬만하면 USB로 동영상을 이동시키는데, 북한 수뇌부는 아직 DVD 수준인 것 같다.

또 북한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TV로 중계했을까. 그렇다면 겸여정이 한국의 TV 방송을 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여정의 이 끝말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는 B-1, B-2, B-52 전략폭격기 저공비행 행사, 73일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 산 행사, 74일 백악관에서 했던 '미국을 위한 경례' 독립기념일 행사 영상이다. 이 것을 달라는 것이다.

김여정은 이 영상을 얻기 위해 오빠 김정은의 허락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적대국인 미국 영상, 특히 미국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영상을 소지하는 것 자체가 금지사항이다. 그런데 김여정은 개인 목적이라고도 하면서 왜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이 영상을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을까.

전문가들의 해석은 여러 가지다.

첫째, DVD를 얻으려면 북한이 미국과 접촉해야 한다. DVD만 건네받으려고 접촉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DVD 이외의 것도 달라는 것일수도 있다. 경제제제 해제와 같은 것도 달라고 할수 있다. 즉 미북 접촉을 하자는 얘기를 둘러 말한 것이다.

둘째, 트럼프와 김정은의 개인적 관계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김여정은 위원장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들으라고 한 얘기다. 사적 관계의 끈을 이어가자는 것을 우회적으로 한 표현이다.

셋째,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북한에 답습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는 애국심을 고취하는 이벤트로 화려하게 개최된다. 이런 행사를 답습하겠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 목적으로 DVD를 달라고 했다고 보는 것은 의미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게 아닐까.

 

2020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abc 방송 캡쳐
2020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abc 방송 캡쳐

 

김여정은 또 미국은 대선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러나 지금과 같이 미국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위원장동지와 미국 대통령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트럼프 간의 개인적 친분으로 올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없다는 것을 시사했다. 다른 한편으로 선거전에 사고를 치지 않을 터이니 한미 군사훈련과 같은 것을 중단해 달라는 뜻이기도 하다.

김여정은 이런 때에 미국이 불안초조한 나머지 제풀에 서뿔리 우리의 중대한 반응을 유발시킬 위험한 행동에 나선다면 잠자는 범을 건드리는 격이 될 것이며 결과가 재미 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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