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前비서 “법의 심판과 사과 받고 싶었다”
박원순 前비서 “법의 심판과 사과 받고 싶었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7.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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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4년간 성폭력, 그만둔 뒤에도”…“2차 가해 행위에도 고소장”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이 치러진 13일 오후 2, 박 시장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한 여비서 A씨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고소인은 입장문에서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면서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고소인은 또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면서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고소인은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며 입장 발표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면서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 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의 전 비서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뒤에도 지속됐다"고 밝혔다.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이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내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했다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 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올해 512일 피해자를 1차 상담했고, 262차 상담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에 대해 상세히 들었다""하루 뒤인 527일부터는 구체적으로 법률적 검토를 시작해나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형법상 강제추행 죄명을 적시해 78일 오후 4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다음날 오전 230분까지 고소인에 대한 1차 진술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79일 오후부터 가해자가 실종됐다는 기사가 나갔고,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오늘 오전 피해자에 대해 온·오프라인 상으로 가해지고 있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박 시장의 前비서의 입장문을 읽고 있다. /KBS캡쳐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13일 박 시장의 前비서의 입장문을 읽고 있다. /KBS캡쳐

 

고소인 글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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