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애도하는 미국 인권운동가의 죽음
여야 모두 애도하는 미국 인권운동가의 죽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7.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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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민권운동가 루이스 별세에 트럼프 조기게양 지시, 공화당 정치인 애도

 

미국이 민권운동가 존 루이스 의원 타계에 추모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그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우리나라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별세 이후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루이스 하원의원(민주)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1960년대에 흑인민권운동을 이끈 운동가들 가운데 마지막 생존자로, 지난 17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세상을 떠났다. 루이스 의원은 지난해 12월 췌장암 4기라고 밝힌 이후 6개월간 투병생활을 했다. 향년 80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을 내고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루이스 하원의원의 별세에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18일 하루 백악관을 비롯해 미국의 모든 공공건물과 군 초소와 기지, 해외 대사관과 영사관, 해군 함정 등에 성조기가 조기로 게양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에서 루이스 의원에 대한 기억과 오랜 공직 봉사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조기 게양을 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계정에 민권 영웅 존 루이스의 별세 소식을 듣고 슬픔에 잠겼다. 멜라니아와 나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우리의 기도를 보낸다고 애도 글을 전했다.

루이스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껄끄러운 관계였다. 그는 20171월 트럼프 대통령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고,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애도했고, 마르코 루비오, 댄 설리반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그를 기렸다.

 

1963년 워싱턴 행진에 모인 흑인민권지도자들. 루이스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위키피디아
1963년 워싱턴 행진에 모인 흑인민권지도자들. 루이스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위키피디아

 

같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의회에 조기 게양을 지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성명에서 그는 언제나 우리가 어디를 향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고 있었던 도덕적 잣대였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 취임식 연단에서 선서하기 전에 나는 그를 껴안고 그의 희생 덕분에 내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그에게 말했다고 애도했다. 트럼프와 2016년 대선에서 맞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윗에서 가장 진정한 애국자라고 애도했다.

 

‘피의 일요일’ 사건 50주년이 되는 2015년 3월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포옹하는 존 루이스 의원. /위키피디아
‘피의 일요일’ 사건 50주년이 되는 2015년 3월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포옹하는 존 루이스 의원. /위키피디아

 

존 루이스(John Robert Lewis)1940년 앨라배마주의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테네시주의 흑인 학교인 피스크대학을 다닐 때 흑인 출입을 금지한 식당에서 연좌농성을 했고, 버스를 타고 미국 남부를 돌며 시위를 벌인 프리덤 라이드(Freedom Rides)에 참여했다. 루이스는 남부 주에서 학교와 버스, 식등 등에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도록 규정한 짐 크로법(Jim Crow laws) 반대 투쟁에 앞섰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연설한 19638워싱턴 행진때 루이스는 23살의 나이로 동참해 링컨기념관 앞에서 연설했다. 루이스 의원은 19653월 흑인 투표권 쟁취를 위한 셀마-몽고메리 행진때 경찰에 심하게 맞아 두개골절상을 입었다. ‘피의 일요일로 일려진 이 사건은 미국인들의 분노를 촉발해 흑인 투표권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1981년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 놓았고, 198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17선 의원을 역임했다. 2011년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훈장인 자유의 메달’(Medal of Freedom)을 받았다.

 

존 루이스 /위키피디아
존 루이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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