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 헌재도 움직일수 있다는 오만
행정수도 이전에 헌재도 움직일수 있다는 오만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7.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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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에 이어 여권 인사들 줄줄이 천도론 지지…헌재 결정이 최대 관건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18년전인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승부수였다. 노무현 후보는 유세 중에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다. 이 공약이 충청도표를 끌어들이는데 주효했다는 것이 당시 노 후보 캠프의 설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후 대통령 산하의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을 발족시키고 행정수도 이전에 착수했다. 국회는 20031229일 여야 합의로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찬성167, 반대13, 기권14표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근거해 2004811일 정부는 연기군과 공주시의 일부를 신행정수도의 입지로 결정했다.

하지만 20041021일 헌법재판소는 81의 압도적 의견으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위헌결정 이유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헌법이며, 수도이전은 헌법개정 사안인데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18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여당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불을 지핀 사람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였다. 그는 7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했을 때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여권 인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원내총무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에 호응하고 나섰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반드시 같이 가야 성공한다. 또 다른 수도권이 전국에 2, 3개 정도 만들어져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고 했고, 차기 대권주자로 유력시되는 이낵연 의원도 모든 것을 다 옮긴다는 전면적인 이전을 목표로 여야 간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방문한 자리에서 우선 세종국회가 성사됨으로써 국가균형발전과 역할을 선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대기업 본사나 국립대 같은 것을 세종으로 옮기는 과감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단체장들이 지역민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환영했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세종청사 전체 조감도 /행정안전부
정부세종청사 전체 조감도 /행정안전부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위헌 문제다. 과거에도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무산된 바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위헌성 문제가 해결된 후 뭔가 해야 한다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막연히 운을 띄워 공연히 투기 심리만 자극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04년과 2020년 대한민국은 다르고 국민 생각도 바뀌었다통합당과 국회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개헌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에 따른 입법적 결단으로 얼마든지 행정수도 완성은 가능하다국민들의 의식 변화에 따라 헌재 판결도 변경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약간의 오만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의식 변화를 거론했지만, 그동안 헌법재판관들을 자기네 진영으로 바궜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제기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됐고, 8명 중 6명이 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민주당 지명·추천으로 임명됐다. 6명 중 4명만 합헌 의견을 내도 합헌 결정이 내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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