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봉이 된 아파트시장…42채 보유자도
외국인에게 봉이 된 아파트시장…42채 보유자도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8.0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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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도 1천명 넘어…올들어 건수로 27%, 금액으로 49% 증가

 

2000년대초 미국 부동산 시장이 거품처럼 달아 올랐을 때에 자녀를 조기유학시키기 위해 따라간 어느 어머니가 미국에 집을 사서 귀국할 때 팔았는데 시세차익이 유학 비용을 제하고도 엄청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 현상이 이제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외국인들에게서도 재연되고 있다.

국세청이 3일 국내에서 다수의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탈세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물론 외국인도 국내에서 집을 사서 이익을 낼수 있고, 내국인과 마친가지로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도 내야 한다.

그런데 국세청 자료를 보면 국내 부동산 시장이 외국인에게 봉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한국인이 십수년전에 미국에서 부동산 거래로 돈을 벌고 최근에 베트남에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처럼 국내에 주재하는 외국인들도 한국사람 뺨치게 부동산 거래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어떤 경우는 일반적인 내국인보다 더 약게 투자를 한 사람도 있었다.

 

자료: 국세청
자료: 국세청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수는 2017년 이후 꾸준하게 증가했는데, 올들어 1~5월 사이에 건수에서 26.9%, 금액에서 49.1%나 증가했다. 201720205월까지 23,219명의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 23,167(거래금액 76,726억 원)를 취득했다.

취득 지역별로는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고 경기, 인천, 충청 등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물론 주재 지역이 서울 등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겠지만, 외국인들이 내국인들의 부동산 거래추세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외국인의 아파트 취득 건수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이 13,573건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미국인(4,282)이었으며, 이어 캐나다, 대만, 호주, 일본 순이었다. 아파트 취득 외국인 23,219명 중 한국 주민등록번호를 보유한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은 985(4.2%)에 불과해 비한국계 외국인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되었다.

2채 이상 취득한 외국인도 1,036명이나 되고, 이중 3주택자 105, 4주택 이상자도 65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들이 한국에서 장사를 하거나 봉급을 받는 것보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이 이윤율이 높고 외국인들이 판단한 것이다.

 

자료: 국세청
자료: 국세청

 

국세청은 외국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보유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투기성 수요라 의심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탈루 혐의가 있는 것으로 조사하는 외국인 가운데 아파트 42채를 보유·임대하고 있는 미국 국적자 A씨가 눈에 띤다. A씨는 나이 40세로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지역의 소형 아파트 42(67억원 상당)를 갭투자 방식을 통해 집중 취득했다고 한다. A씨는 아파트 수십 채를 취득할 만큼 한국 내 소득이 많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취득 당시 외국으로부터 외환 수취액도 없어 아파트 취득 자금출처가 불분명하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또 유학목적으로 입국해 전국에 8채의 아파트 취득, 고액 전·월세로 임대한 중국 국적자 B씨도 탈루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30대로 유학목적으로 입국해 한국어 어학과정을 마친 후 국내에서 취업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데, 최근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와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아파트 8채를 취득하고, 이중 7채를 전·월세로 임대했다. B씨는 또 여러 채의 아파트를 단기간에 취득할 만큼 한국 내 소득이 많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본국으로부터 수억 원 가량의 외환수취액은 있었으나 아파트 취득자금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외국법인 국내사무소 임원인 외국인 C씨는 수십억원대의 고가아파트를 여러체 취득해 월세로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 50대인 C씨는 한강변에 위치한 시가 45억원 상당의 고가 아파트와 시가 30억원 상당의 강남 소재 유명 아파트 등 모두 120억원 상당의 아파트 4채를 취득했다. 이 외국인은 본인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3채를 외국인 주재원 등에게 임대하여 고액의 월세를 선불로 받았다. C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주민등록법상 세대주에 해당되지 않아 월세세액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활용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강변 고가 아파트와 강남 유명 아파트의 월세가 1,0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물론 외국인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다가 탈루하면 세금을 추징당해야 한다. 국세청은 그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세청 자료는 유학을 온 30대이든, 사업상 입국한 50대 임원이든 외국인들도 과열된 국내 부동산 시장을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탈세를 한 외국인은 국내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겠지만,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붐을 활용해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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