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마침내 닛산 배신자들에게 칼 빼든다
르노, 마침내 닛산 배신자들에게 칼 빼든다
  • 아틀라스
  • 승인 2019.04.2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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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정기주총서 쿠데타 주역 사이카와 제거 통보…르노-닛산 합병도 거론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드디어 칼을 빼들어 닛산의 반역자들을 처단할 기회가 생겼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닛산자동차의 대주주인 르노가 닛산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의 연임을 거부할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임시주주총회를 거부하던 닛산 이사회가 정기주주총회는 거부할수 없게 되었다. 일본기업들은 대부분 3월 회계를 실시하기 때문에 6월에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정기 주총은 상법상 반드시 열게 되어 있다. 르노는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닛산의 배신자들을 잘라낼 가능성이 크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대표이사 사장 /위키피디아(일본판)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대표이사 사장 /위키피디아(일본판)

 

20174월 르노와 닛산에서 동시에 CEO를 맡고 있던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65) 회장이 닛산에서 CEO 자리를 내놓고 회장직만 맡겠다고 발표했다. 닛산 이사회는 카를로스 곤의 심복이었던 사이카와 히로토를 사장겸 CEO로 선임했다.

이 것이 카를로스 곤의 최대실수였다. 믿었던 측근이 배신한 것이다. 프랑스인 회장은 일본인들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 사람이 등에 칼을 꽂은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일본인에게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가 있음은 이 프랑스인은 몰랐던 것이다.

카를로스 곤은 자신이 선택한 후계자에 의해 지난해말 닛산 이사회에서 쫓겨났다. 당시 닛산에 흘러다닌 루머는 곤이 르노와 니산을 합병하려 시도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루머가 닛산의 일본인 이사들을 격분케 했다. 그나마 별도 회사로 존재하면 일본 기업 나름의 자율성을 갖고 있었는데, 합병을 하면 그것마저 빼앗기므로, 일본인 임원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곤은 사이카와가 배신했다는 것을 알고 축출하려 했지만, 사이카와가 선수를 쳐 일본인 이사들을 동원해 곤을 쫓아 냈다.

프랑스 르노 본사에선 닛산 임원진에 대해 배신자라며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14만명 직원을 보유하고, 일본 경제의 주춧돌인 회사를 살려 놓았더니, 이제 와서 받지도 못한 연금을 놓고 횡령이라고 주장하며 CEO를 구속했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곤은 퇴직후 받는 연금 조건이 보고하지 않아도 될 사항(non-binding)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닛산의 일본인 이사들과 한통속인 일본 검찰은 국내법을 이유로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20181119일 카를로스 곤은 하네다 공항에서 일본 검찰에 의해 체포되었고, 곧이어 1122일 닛산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회장직을 해촉했다. 이어 1126일 미쓰비시 자동차도 그의 회장직을 해임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에서 보면 그다지 크지 않다. 곤은 2011~2015년 유가증권보고서에 5년간의 연봉 50억엔(500억원)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정도 금액은 웬만한 글로벌 대기업의 CEO들이 받는 금액이다.

하지만 일본 검찰과 법원은 그를 구치소로 보냈다.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들은 이상한 나라의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자국법을 적용해 외국인 경영자를 가둬 놓았다.

 

닛산 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전회장 /위키피디아
닛산 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전회장 /위키피디아

 

1999년 프랑스의 르노 자동차는 파산 직전의 일본 닛산 자동차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르노는 닛산의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재무책임자(COO) 이상의 경영진을 선임할 권한을 갖게 되었다. 반면에 닛산은 르노의 지분 15.0%만 쥐면서 상호 투자했지만,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다. 결국 일본의 2위 자동차회사는 프랑스의 자회사가 된 것이다. 르노는 동양과 서양의 거대 자동차 회사를 연합해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을 넘어 세계 자동차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꿈을 드러냈다.

 

카를로스 곤은 처음에 이름이 드러난 경영자는 아니었다. 그는 닛산을 인수한 직후 재무를 총괄하는 COO 겸 부사장으로 닛산을 맡게 된다.

이때부터 카를로스 곤의 실력이 나왔다. 곤은 COO를 맡은 직후 1999년 도쿄 모터쇼에서 닛산 회생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부채를 축소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5개 공장을 폐쇄하며, 직원 21,000명을 해고하는 것이었다. 신차 발표계획도 내놨다.

그는 거칠고 솔직했다. 그는 닛산의 일본적 풍토에 프랑스식 비즈니스 컬쳐를 도입했다. 일본 기업의 종신고용제, 연공서열제가 불필요하다며 철폐하고, 부품공급업체를 우대하는 전통적인 일본 기업의 방식을 깨뜨렸다. 그는 자신의 계획 연도 다음 해에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COO 자리를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 르노에 인수된지 4년후인 2003, 닛산은 세계에서 가장 수익을 내는 자동차회사로 부상했다. 덕분에 르노는 2010년에 세계 자동차업계 3위로 부상하고, 전세계 자동차 생산의 10%를 차지하게 되었다.

2005년 그는 르노 자동차의 회장겸 CEO가 되었고, 2008년 닛산 자동차에서도 회장겸 CEO가 되었다.

2002년 미국의 포춘지는 그를 올해의 아시아 비즈니스맨으로 선정했고, 2003년 미국 외에 10대 영향력 있는 기업인으로 뽑았다. 그는 일본에서도 영웅이 되었고, 미디어의 각광을 받았다. 일본 만화책에서도 그는 스타가 되었다. 그는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처럼 블가능한 일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인물이었고, 산업계의 기적의 인간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그를 내리막으로 밀어낸 것은 독선이었다. 그는 칼을 휘들렀다. 코스트 절감에 주력했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중간 간부들이 힘들어 했지만, 그는 목표를 우선시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코스트 킬러’(Le Cost Killer), 모든 것을 고칠수 있는 미스터 픽스’(Mr. Fix It)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휘두른 칼에 많은 일본인들이 다쳤다. 닛산 소속 많은 임원과 직원들이 그에 대한 믿음을 상실해 갔다. 곤은 백전백승이 아니었다. “나를 믿고 따르라는 그의 명령에 부하들의 실망이 커갔다.

미국 포드 자동차에서 그를 두 번이나 모셔가려고 제의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포드의 빌 포드 회장에게 전권을 달라고 했는데, 그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GM에 지분 9.9%를 쥐고 있는 억만장자 투자자 커크 케코리언(Kirk Kerkorian)이 자금난에 휘청이는 GM을 살려내기 위해 그를 데려가려 했지만, 무슨 연유에선가 물거품 되었다.

2007년 닛산은 전기자동차(EV)50억 달러 투자하고 2010년에 시험차를 내놓았지만, 판매가 저조했다. 그는 임원들을 족쳐 판매를 독려했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르노-닛산의 핵심에서 활동하면서 점점 투자자와 미디어, 경쟁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워 갔다.

닛산에서 그의 후계자로 꼽히던 인물들도 하나씩 그에게 등을 돌리고 회사를 떠났다.

그런 와중에 201610월 닛산은 파산 위험에 놓인 미쓰비시 자동차의 지분 34%를 인수했다. 르노는 닛산을 통해 미쓰비시를 지배하게 되었고, 곤은 이 미쓰비시에서도 CEO 회장이 되었다.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3개사 자동차 회장겸 CEO를 겸하게 된 것이다.

 

그의 마지막 실수는 믿었던 일본인에게 경영권을 내준 것이었다. 곤이 일본인에게 CEO 자리를 내준 것은 닛산 내부로부터 나오는 불만을 완충시키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이사들의 배신으로 콘은 닛산에서 쫓겨 났고, 구치소에 들어가야 했다.

그동안 르노측은 닛산에게 주주총회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닛산의 일본인 이사들이 이사회를 열 명분이 없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드디어 6월에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야 할 시기가 다가 왔다.

일본 법원은 지난 4일에야 카를로스 곤을 풀어주었다. 무려 5개월이나 구치소에 가둬 두었다가 보석금 5억엔을 내는 조건으로 주거 제한 조건으로 석방했다. 출국은 물론 부인과의 접촉도 금지되었다.

이제 르노가 칼을 빼들을 차례다. 프랑스 르노 본사에서는 닛산의 일본인 경영진들을 쿠데타 세력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이카와 사장이 작년 초부터 비밀리에 팀을 만들어 곤 전 회장의 비위를 조사하고, 검찰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르노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을 바꾸고 경영권을 다시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닛산 자동차의 르노 지분이 43.4%이며, 우호지분까지 합치면 50%를 넘는다.

르노는 최근에 닛산차에 경영 통합을 제안하며 사실상 닛산차를 흡수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차제에 닛산이라는 이름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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