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을 6년간 방치한 레바논 당국의 무책임
폭발물을 6년간 방치한 레바논 당국의 무책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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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무관심과 법정 소송에 질산암모늄 2,750톤 방치하다가 폭발

 

13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5,000명에 이르는 부상자를 내면서 대형참사를 빚은 대규모 폭발물이 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6년째 방치되어 있었을까.

4일 베이루트 폭발 참사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테러에 의한 것인지, 안전사고인지에 대해서는 베이루트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폭발사고를 낸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 2,750톤이 베이루트 도심근처 창고에 6년 동안 유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레바논인들이 경악하고 분노해 하고 있다.

 

2013년 어느날, 이 질산암모늄은 그루지아의 흑해연안 바투미항에서 로수스(Rhosus)호에 선적되어 모잠비크 베이라항으로 향했다. 하주는 모잠비크 은행이고, 그 나라의 화학공장에서 원료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로수스호는 옛소련에서 독립한 몰도바 선적으로 소유주는 러시아 사업가 이고르 그레슈시킨(Igor Grechushkin)이었다.

배는 터키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지중해 동해안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 선주 그레슈시킨이 파산 상태여서 수에즈 운하를 건너는 통행료를 낼 돈이 없었다. 러시아 선주는 러시아인 선장 보리스 프로코셰프(Boris Prokoshev)에게 레바논 베이루트항에 들러 중기계를 싣고 그 운임으로 운하 통행료를 내라고 지시했다. 선주 그레슈스킨은 키프로스에서 살고 있었다.

201311월 로수스호는 베이루트항에 접안했다. 하지만 베이루트에서 싣기로 한 중기계는 선적이 어려웠다. 30~40년 된 낡은 배여서 중간 물건을 싣지 못하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베이루트 항만당국은 로수스호가 접안료와 기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를 억류했다. 배가 억류되자 하주들은 키프로스에 있는 선주에게 연락을 했으나, 선주 그레슈시킨은 연락을 끊었다. 선주는 배를 포기한 게 분명했다.

 

폭발전 베이루트 항의 모습. /위키피디아
폭발전 베이루트 항의 모습. /위키피디아

 

레바논 당국은 선박과 선원들을 억류했다. 레바논은 이중 6명을 석방시켜 귀국조치했지만 러시아인 선장 프로코셰프와 우크라이나 선원 3명은 배에서 하선하지 못하게 했다. 선원들은 배에서 식량과 보급품을 구하기 위해 고생을 했다. 레바논 당국은 선장과 선원에 동정심을 느껴 먹을 것을 조금 주기는 했지만 위험물이 실려 있다는 사실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 했다고 선장이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선원 3명이 인질로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국 선원들의 본국 송환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러시아인인 선장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선장 프로코셰프는 러시아 대사관에 호소했지만 대사관측은 푸틴 대통령이 특공대를 파견해 당신을 구출해줄 것을 기대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선장은 배의 기름을 일부 팔아 변호사 비용을 만들었다. 그가 산 변호사들은 배에 위험물질이 있으며, 침몰하거나 폭발할 위험성이 있다고 레바논 당국에 호소했다. 레바논 당국은 20148월에 선장과 선원은 각각 제 본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레바논 당국은 항만비용 체불을 이유로 로수스호를 억류시켰다. 다만 선박내 화학물질인 질산암모늄은 도크 안쪽의 창고로 이동시켰다.

현재 로수스호는 어디에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 귀국한 선장 프로코셰프는 2015년 또는 2016년에 베이루트 항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베이루트 세관 관계자들은 2014년에서 2017년까지 여섯 차례나 질산암모늄을 처리할 것을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경매에 부치거나 심지어 레바논 군에서 매입해 폭발물 제조에 사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창고로 옮겨진 질산암모늄은 6년 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4일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이번 사고의 책임에 레바논 당국이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폭발 사고후의 베이루트 항 인근 모습 /위키피디아
폭발 사고후의 베이루트 항 인근 모습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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