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에 재정 쌓아두면 썩는다’더니, 4차 추경
‘곳간에 재정 쌓아두면 썩는다’더니, 4차 추경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8.11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해피해 추경 편성에 정치권 공감대…“코로나 선심정책 사과부터 해야”

 

일단 말을 꺼내면 실행이 되는 게 요즘 정부·여당의 모습이다. 누가 먼저 얘기를 하면 다른 사람은 맞장구를 친다. 조금은 머뭇거리는, 검토하는 모양새도 보이지 않는다. 당정간에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4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 기선을 잡은 정치인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이다. 그는 10일 최고위원회에서 "2002년 태풍 때 41,000억원, 2006년 태풍 때도 22,000억원 추경을 편성해 투입한 경험이 있다"현재 남은 예비비로 어렵다면 선제적으로 추경을 검토하고 정부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당정협의를 통해 예비비 지출과 추경 편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이미 여당에선 결론이 난 셈이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금 쓸 수 있는 예비비 정도로는 대처하기 어렵다""8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4차 추경을 처리하자"고 말했다. 무소석의 이용호 의원도 "코로나 대책에 쓰고 남은 예비비로는 이번 수해에 대처하기 턱없이 모자란다""호남지역 뿐만 아니라 이번 폭우로 수해를 입은 지역에 대해서도 복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4차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가세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정부가 7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폭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면서 추경 예산을 편성해 수해피해 복구를 지원하자고 했다.

하루이틀 사이에 4차 추경은 바람몰이에 일단 성공한 듯하다. 야당도 반대만 할수 없다. 그들의 지역구에서 수재가 났다. 전남 구례 수재현장을 다녀온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위원장도 "예비비를 갖다 동원해서 쓰고 나서 돈이 부족하다 그럴 거 같으면 어쩔 수 없이 4차 추경을 할 수밖에 없지 않냐 이렇게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뜸을 들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세 차례 추경예산안 중 남은 예비비 26,000억원을 다 호우 대책에 쓸 수는 없지만, 기정예산이 있고 예산 구조상 보완적 장치가 있다복구사업 가운데는 시간이 걸려 내년 예산에 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총리는 일단 예비비로 쓰겠다고 했지만, 4차 추경을 하지 않겠다고는 않했다. 정치인들이 밀고 들어오면 그땐 무슨 핑계를 댈 것이다. 정부는 12일 오전에 긴급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추경편성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는 10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방문해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지도부는 10일 오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방문해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11일 아침 주요 언론들은 4차 추경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실었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설에서 재해기금 펑펑 쓰고 물난리에 속수무책인 '하루살이 정치'”라고 지적했다. 한경 사설은 이럴 때를 대비하라고 책정한 예비비와 재난관련기금을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선심쓰듯 마구 쓴 것부터 반성하고 사과하는 게 순서라면서 긴급 방역, 마스크 수급 등 꼭 써야 할 곳도 있었지만 상당액을 지자체장들의 생색내기용으로 소진한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매일경제신문 사설은 지금까지 세 차례 추경으로 592000억원이 편성돼 벌써 본예산(512조원)11%를 넘어섰다면서 단 추경을 하더라도 재해 복구만을 위한 `원 포인트` 추경이어야 한다. 혹시라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엉뚱한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재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수재민 지원을 위한 추경은 불가피하고 최대한 신속히 집행돼야 한다면서도 그에 앞서 선심성 현금 뿌리기가 초래한 재정 파행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지난해 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확장 재정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곳간에 재정을 쌓아 두면 썩어버리기 마련이라며 호기를 부린 사실을 거론하며 경제 효과가 낮은 낭비적 요소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재정 악화를 방치했다가는 진짜 써야 할 곳이 생겼는데 곳간이 바닥나 쩔쩔매는 난맥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