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 오렌지혁명 바람 부나…시위 확산
벨라루스에 오렌지혁명 바람 부나…시위 확산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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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6연임 당선에 전국적인 부정선거 규탄…야당 후보, 리투아니아로 피신

 

벨라루스는 면적이 207,600로 한반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940만 정도다. 우리나라에선 백()러시아로도 알려져 있다.

인종은 벨라루스인(Belarusians)이란 표현을 쓰지만 러시아인과 같은 슬라브족이다. 다수가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벨라루스어가 따로 있지만 러시아어의 방언적 성격이 강하다.

위치는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우크라이나 사이에 있는 내륙국이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러시아에 의해 오랫동안 각축전을 벌이던 곳이며, 국가로서의 모습을 처음 드러낸 시기는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벨라루스 인민공화국이 잠깐 들어섰을 때였다. 그후 다시 리투니아와 폴란드에 점령되었다가 1922년에 비엘로루스 소비에트 공화국(Byelorussian Soviet Socialist Republic)으로 소련의 한 연방으로 등장했다. 소련에서 공식적으로 독립한 해는 19911226일이다. 이 때에도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등을 떠밀어 독립했다.

 

벨라루스 위치 /위키피디아
벨라루스 위치 /위키피디아

 

독립한지 28년밖에 되지 않은 이 나라에 유일한 대통령이 있으니,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ksandr G. Lukashenko). 1994년에 처음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무명의 집단농장주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올해까지 무려 5연임에 26년을 재직하고 있다.

지난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루카셴코는 6연임에 성공해 30년 집권을 채우게 되었다. 개표 결과에서 그가 79.7%의 압도적 득표율을 얻어 당선되었다고 벨라루스 선거당국은 발표했다. 야당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Svetlana Tikhanovskaya)10.09% 득표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루카셴코와 티하놉스카야 /위키피디아
루카셴코와 티하놉스카야 /위키피디아

 

그런데 선거 다음날인 월요일(10) 수도 민스크와 전국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것이다. 유럽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벨라루스 역사상 최대의 시위라고 평가했다.

경찰당국의 공식적인 시위자 사망은 1명이지만, 뉴욕타임스는 1명의 시위자가 추가로 1명이 더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민스크에서만 1,000, 다른 도시에서 2,000명이 연행되어 도합 3,000명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루카셴코에게는 서방 언론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Europe’s last dictator)라는 칭호가 붙어 있다.

루카셴코는 시위대를 양(sheep)으로 표현하면서 폴란드, 영국, 체코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시위자가 얼마나 되든, 벨라루스에서는 선거혁명(마이단)를 허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이단(Maidan)2004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오렌지색 물결로 뒤덮은 대대적인 부정선거 규탄 시위로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우크라이나의 정권교체를 의미한다.

 

8월 10일 선거부정 항의 시위 /The Guardian 영상 캡쳐
8월 10일 선거부정 항의 시위 /The Guardian 영상 캡쳐

 

이번 시위는 만만치 않다. 대선 경쟁자이자 야당지도자인 타하놉스카야는 부정선거가 없었다면 루카셴코가 아니라, 내가 당선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녀는 개표를 감시하러 갔다가 몇시간 실종된 적이 있다고 한다. 벨라루스에는 과거 소련 시절의 비밀경찰 KGB가 이름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활동하고 있다. 타하놉스카야는 시위를 선동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선거에 불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선언했다.

타하놉스카야는 리투아니아로 피신했다. 리투나이나 외무장관은 그녀가 리투아니아에 있고, 안전하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렬해 지면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루카셴코 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벨라루스의 선거 행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면서 선거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벨라루스 정부가 경찰력을 사용하지 말 것과 구속자를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벨라루스에 역사적 연고권이 있는 이웃 폴란드는 벨라루스의 부정선거를 규탄하기 위해 유럽 지도자들이 긴급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이번 선거를 규탄했으며, 체코도 자유롭고 민주적이지 않은 선거였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만은 루카셴코의 압승이라 선포한 선거 결과를 지지했다. 러시아는 서유럽으로 기울고 있는 벨라루스의 자유주의자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고, 중국은 이 나라에 많은 자본을 투자했다.

서방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루카셴코를 지지하는 나라는 헝가리다. 헝가리는 유럽이 벨라루스를 제재할 경우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EU가 특정국가를 공식적으로 제재할 경우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헝가리가 루코셴코 정부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

 

7월 30일 티하놉스카야 지지자들 /위키피디아
7월 30일 티하놉스카야 지지자들 /위키피디아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같은 종족에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이므로, 1999년부터 국가연합 형태로 합병한다는 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대한 원유·가스 공급가격을 인상하는 바람에 두 나라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게다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단일 통화를 도입하려 시도하자 벨라루스는 주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이번 선거에도 벨라루스 당국은 러시아가 파견한 요원 33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푸틴으로선 벨라루스의 이같은 반발을 덮어두고 있다. 우크라이나처럼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다 벨라루스에 대해선 유화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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