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UAE 국교정상화 아브라함 합의
이스라엘-UAE 국교정상화 아브라함 합의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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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와 쿠슈너가 중재한…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합병 포기 조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경전에 공통적인 조상이 아브라함이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이 두 나라를 중재한 미국이 이뤄낸 국교정상화 합의는 아브라함 합의’(Abraham accord)라고 명명되었다.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인 UAE가 국교정상화에 13일 합의했다. 그 중재를 미국이 했다. 합의 내용은 이스라엘과 UAE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을 병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레엘, UAE는 이날 3국간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UAE의 실권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왕세자의 명의로 발표됐다. 트럼프는 3국이 3주후에 백악관에서 합의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의 골격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병합하지 않을 것이며, 두 나라가 외교관계를 튼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화를 양보했고, UAE는 이스라엘을 합법적 국가로 인정했다.

서로가 양보한 사안은 정치적으로 예민한 안건들이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보수우파의 지지를 얻기 위해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영토로 만들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왔다. UAE도 유대국가를 합법화하는 것이 아랍 강경파들의 공격과 비판을 받는 소재였다. 두 나라는 국내 또는 아랍권의 정치적 부담을 안으면서 국교정상화의 길로 가기로 합의했다.

 

중동 지도, 이스라엘과 UAE /위키피디아
중동 지도, 이스라엘과 UAE /위키피디아

 

중동 아랍국가의 이스라엘 승리는 UAE가 세 번째다. 이집트가 1979년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었고, 1994년에 요르단이 이스라엘과 국교정상화를 했다. 이번에 UAE의 이스라엘 승인은 오만과 바레인 등 중동국가에도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문가들은 UAE의 이스라엘 접근이 이슬람 시아파 국가인 이란에 대한 적대감이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UAE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오만, 바레인이 모두 수니파 국가들이다.

 

이번 협상의 산파는 이스라일 비밀정보조직인 모사드(Mossad)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Jared Kushner)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모사드의 요시 코헨(Yossi Cohen) 국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UAE를 비롯해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이집트의 파트너들과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협상을 해왔다. 코헨 국장의 중재로 오만의 카부스 빈 사이드(Qaboos bin Said) 술탄이 2018년에 네탄야후 총리를 초청했고, 바레인이 백악관이 주도하는 중동평화 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만과 바레인이 UAE를 이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UAE가 이스라엘과 정상화를 시작한 것은 2019년이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측근이 이스라엘을 중동국가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전제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헨 국장은 지난해에 비밀리에 UAE르 다녀가면서 상호협력의 방법을 찾았다.

결정적인 계기는 올초 코로나 펜데믹이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에 부족한 의약품을 UAE에서 조달하기 위해 비공개로 항공기를 UAE에 보내 수송해왔다. 그 물자를 통해 연구팀이 조직되었고 네타냐후는 UAE의 협조로 코로나 방역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UAE는 즉시 반박했지만 두 나라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양국 관계정상화의 또하나의 분기점은 UAE 주미대사 요세프 알오타이바(Yousef al-Otaiba)가 지난 6월에 이스라엘 신문에 기고를 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병합하지 않는다면 관계정상화를 할수 있다고 쓴 글이다. 이스라엘 내에는 찬반 양론이 들끓었다.

UAE의 대사는 곧바로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에게 접근해 이스라엘과의 국교정상화 조건으로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합병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쿠슈너의 중재로 백악관에서 미국과 UAE 담당자들 사이에 비공식 회의가 열렸고, 미국은 UAE의 제안을 지지하기로 했다. 이스라엘 대표도 참석해 미국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이 합의를 아브라함 합의라 했다.

이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UAE의 무함마드 왕세자가 3자 통화 회의를 열고, 세 나라의 합의안을 승인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위키피디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위키피디아

 

하지만 네타냐후의 팔레스타인 합병 철회는 국내에서 강한 반발에 부딛쳤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팔레스타인 합병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며, UAE와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잠시 미뤄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타냐후의 발언에 대해 UAE는 국내 정치용일 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양보가 영원한 것이라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합병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지프 바이든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트럼프 행정부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인과 아랍인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 영토화가 영원히 물건너 갔다고 주장했고, 아랍인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을 어렵게 하는 합의라고 반발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는데 기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코로나 펜데믹과 경기 위축으로 3개월 후의 대선에 불리한 입장이었는데, 이번 합의가 지지율을 올릴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란 해석이다. 네타냐후도 불안한 연립내각을 돌파할 묘책으로 UAE와 정상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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