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이념편향, 진영중심 국정에 불신 쌓여”
반기문 “이념편향, 진영중심 국정에 불신 쌓여”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0.08.16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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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맞아 소회 밝혀…“북핵 불용, 한미동맹 원칙, 흔들려선 안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815일 광복 75주년을 맞아 개인적 소회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견해를 밝혔다. 유엔 사무총장을 그만 둔후 국내 정치에 의견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모처럼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국운과 직결된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변화를 뚫고 나갈 분명한 국가목표와 유효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아 참으로 우려스럽다면서, “세계적인 안목보다, 이념 편향·진영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적으로 쌓였고, 이에 따른 국민적 분열과 사회갈등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 총장은 또 정부는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국정 철학의 하나로 내세웠지만, 이 가치가 정권 차원에서 그리고 선택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면서, “지금 이로 인한 폐해가 그대로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국 통일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북한의 핵이라며, “북핵 불용,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 평화통일이라는 목표와 원칙은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국민보다,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안보의식을 더 우려하는 세태 또한 없어야 한다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무명용사들이 장렬히 산화했다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다고도 밝혔다.

 

반 전 총장의 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다른 날도 아닌 광복절, 친일 논란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언급한 것이야말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국가 원로의 깊은 혜안은 우리 사회에 진한 울림을 주지만, 정치적 목적을 뒤에 숨긴 발언들은 반 전 총장이 말한 국민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뿐이라고 토를 달았다.

 

사진=반기문 재단
사진=반기문 재단

 

광복 75주년을 맞은 반기문 이사장의 소회 전문

 

< 광복 75주년을 맞은 저의 소회 >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광복 7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올 해는 또한, UN 창설 75주년이기도 합니다. UN 창설 5년 후, 공산 침략으로 발발했던 한국전쟁에 UN군이 참전함으로써 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국민과 더불어 광복의 기쁨을 경축하는 마음 한켠으로는, 세계평화와 안보를 추구하는 UN 사무총장으로서 10년 간 일했던 제게 올 해의 광복절은 남다른 감회가 있습니다.

 

세계정세가 격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가 세계경제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중 간 신냉전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뒤흔들고 있으며, 남북 관계는 4.27 남북정상회담 이전보다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미···러의 4강 외교가 격돌하고 있는 한반도의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습니다.

 

우리의 국운과 직결된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의 변화를 뚫고 나갈 분명한 국가목표와 유효한 전략이 잘 보이지 않아 참으로 우려스럽습니다.

세계적인 안목보다, 이념편향·진영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누적적으로 쌓였고, 이에 따른 국민적 분열과 사회갈등이 국력을 하나로 모으지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를 국정 철학의 하나로 내세웠습니다. 국민이면 누구든지 마땅히 누려야 할 가치입니다. 그러나 이 가치가 정권 차원에서 그리고 선택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높습니다. 그 속에서는 화합과 결속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로 인한 폐해가 그대로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정부는 유념해야 합니다.

 

독립선열과 애국지사들은 애국심으로 뭉쳐서 겨레의 광복과 조국의 독립을 쟁취해냈습니다. 우리 국민은 그 희생정신과 헌신을 배우고 체득하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실패가 아닌 성공의 역사, 분열이 아닌 단합의 역사를 물려줘야 합니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 하는 민족에게 미래가 없습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애국정신과 세계시민의식으로 무장된 국민이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아갈 것입니다. 국가 지도자들이 당장의 정치적 이득에 얽매여 이념과 진영논리에 따른 지지세력 구축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숙고해 보기 바랍니다.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여론이 점증하고 있는 이때, 일흔 다섯 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 우국충정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우리의 다짐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복 이후 75, 우리는 식민지배와 전쟁의 폐허를 이겨내면서 성공한 나라의 대장정을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역사의 고비마다 파란과 질곡이 있었고 시련 또한 많았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무명용사들이 장렬히 산화했었습니다.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다만, 구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떠나보내면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보훈의 가치를 크게 폄훼시켰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도 국민의 단합으로 극복해 낸 우리는 오늘날 전혀 새로운 형태, 미증유의 국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코로나 19 사태는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대한 도전이며, 그 기세가 세계적으로 확산 일로에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하고 협력하면서 이 위기도 기필코 극복해 낼 것입니다. 의료진 모든 분과 방역 당국의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에 코로나 19의 역경 속에서 최장기간의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로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재산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면서, 수재민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는 모든 정책수단과 자원을 신속하게 총 동원하여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는 한편, 기후환경의 변화 차원에서 근본적인 예방책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력을 더 키워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어코 또 한 번 도약해야 하겠습니다.

광복 75주년의 의미는 우리의 이런 다짐속에서 더 오롯이 빛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에 대한 반추와 오늘을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서 미래 국가발전의 좌표를 바로잡고, 새로이 설정해야 합니다.

 

첫째, 헌법적 목표인 조국의 통일을 향하여 쉼 없이 전진해야 하겠습니다.

25년 후, 광복 100주년을 분단 100주년으로 맞이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북한의 핵입니다.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로 평가받고 있으나, 비대칭 무기인 핵을 갖고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으로부터 우리는 한시도 자유롭지 못 합니다. 안보는 평화의 기초이고, 평화는 통일의 조건입니다. 북핵불용,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국제공조, 평화통일이라는 목표와 원칙은 정권이 교체되고, 정책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국민보다,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들의 안보의식을 더 우려하는 세태 또한 없어야 합니다.

 

둘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헌법의 가치를 수호해야 하겠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탄생과 발전을 이끈 가치이자 원동력입니다. 자유와 민주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그 기본질서를 흔들어서는 안됩니다. 큰 시장·작은 정부의 기조도 공고히 해 나아가야 합니다. 법치와 인권은 권력자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통제하는 가치입니다.

 

셋째, 국민통합의 목표를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도자가 이를 놓치거나 등한시할 때 균열이 생기고, 분열은 부패와 함께 국가발전을 실패로 몰아갑니다. 국민통합을 위해 협치해야 합니다. 그 책임은 국가지도자를 포함한 정치권에 있습니다. 국정에 대한 이견과 비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소통해야 합니다. 21대 국회가 토론과 타협이 실종되었던 20대 국회와 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망이 큽니다. 과거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큰 정치가 절실합니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분한 마음으로 개헌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넷째, 미래의 대비에 국운이 걸려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기후변화와 저출생 극복을 국가정책의 기저에 놓아야 합니다. 특히 기후변화는 목전에 다다른 위협임을 통찰해야 합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기후위기 극복에 분명한 목표를 갖고, 천문학적 재원을 투입하면서 그린 뉴딜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지난 714일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그린 뉴딜에는 ‘2050 탈탄소에 대한 언급없이 성찰과 철학이 결여된 채, 단기적 사업에 치중한 성격이 짙습니다.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정에 맞게 보완해 나아가야 합니다. 학교의 환경교육도 교육 과정을 개편해서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합니다.

 

광복 75주년을 맞아 호국영령과 독립선열의 고귀한 넋을 기리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광복의 기쁨을 나눕니다.

 

2020815

8대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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