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위대는 왜 성역인 국왕을 비난했을까
태국 시위대는 왜 성역인 국왕을 비난했을까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0.08.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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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세력, “쿠데타 세력 비호” 왕실 비난…왕실 자산 300억 달러 추정

 

태국은 입헌군주제 국가이지만 국왕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국왕 모독죄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강하게 다스려지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런 나라에서 국왕의 권위에 도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일요일인 16일 방콕 도심 민주기념비(Democracy Monumen)에서 1만명의 학생과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발어졌다. 이번 시위는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최대 시위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들은 정권 퇴진과 총선 실시를 요구했다. 그들이 물러나라고 요구한 사람은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프라윳 찬오차(Prayuth Chan-ocha) 총리의 내각이었다. 시위대는 마스크를 쓰고 손가락 세계를 합쳐 위로 치켜들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군부가 만든 헌법의 개정, 의회 해산과 총리 퇴진,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등 세 가지였다.

 

2020년 8월 16일, 방콕 민주기념비 앞에서의 태국 시위 /위키피디아
2020년 8월 16일, 방콕 민주기념비 앞에서의 태국 시위 /위키피디아

 

이번 시위에서 특이한 점은 태국의 성역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일부 시위자들이 군주제 폐지를 주장했다. 그들은 국왕이 즉위할 때의 사진 앞에서 국왕 만세를 부르짖지 않고 국민 만세, 봉건주의 타파를 외쳤다.

이번 시위는 민주기념비에서 일어나 상징성을 더했다. 이 기념물은 1932년에 군인과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켜 절대군주를 페위시키고 권력을 장악한 것을 기념해 세웠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위키피디아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 /위키피디아

 

프라윳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이번 시위를 강력하게 진압하지 않았다. 체포자는 8명으로 집계되었다. 시위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태국인들은 시위대가 금기시되어 있는 군주제를 비난했다는 점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의 국왕 비난에 어용 시위자 60여명이 군주제 수호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면 민주화 운동가들은 왜 군부정권을 비난하며 국왕을 싸잡아 공격했을까. 1932년 이후 태국에는 군부 쿠데타가 13번이나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왕실이 쿠데타 세력에 협조하고 비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부만 제거하면 민주화가 되는 게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왕실도 개혁 대상이라는 게 그들의 판단이다.

 

1932년 군부와 시민의 혁명으로 태국의 절대왕정이 무너졌을 때 국왕 후계자였던 푸미폰 아둔둔뎃(Bhumibol Adulyadej)은 어린 나이로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혁명세력은 국왕 자리를 비워 놓은 채 실권을 잡고 나라이름을 사이암(Siam)에서 태국(Thailand)로 바꿨다. 이 시기에 태국 왕실은 사실상 폐위 상태에 있었다.

태국은 2차 대전 시기에 일본군에 협조했다 전쟁 말기에 연합국으로 돌어섰다. 전쟁이 끝난후 1946년에 푸미폰이 국왕에 왕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이때 태국 왕정은 절대군주제가 아니라 입헌군주제로 실권은 총리에게 넘어갔다. 1946년 이후 70년간 재위한 푸미폰 국왕이 70년간 재위한 후 1916년 사망하자 현재 마하 와치랄롱꼰(Maha Vajiralongkorn) 국왕이 재위를 이었다.

 

2019년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위키피디아
2019년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 /위키피디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태국 왕실의 재산은 300억 달러에 이른다. 현 국왕은 즉위 이후 왕실 재산을 자기가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왕실의 자산국에서 별도로 관리해왔으나, 와치랄롱꼰 국왕은 자신의 판단하에 재산을 운영하도록 방향을 바꾼 것이다. 대산에 세금은 다른 사람과 같이 낸다고 왕실측은 밝혔다.

태국 국왕은 부왕이 물려준 왕궁과 여러 부동산 이외에 사이암 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과 건자재회사인 사이임 시멘트그룹(Siam Cement Group)의 지배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태국 왕실을 이번 시위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태국 정부 대변인은 "총리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젊은이들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일부 활동가들의 요구는 너무 멀리 나갔다"고 언급했다. 시위대가 군주를 비난한 것에 불쾌하다는 뜻을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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